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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물들이는 예술 - 'ArtWOC II', '리비지팅 포 템플스(Revisiting Four Temples)'

2025-05-2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4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이집트 셰이크자이드 시티(Sheikh Zayed City)에 위치한 야외 쇼핑몰 워크 오브 카이로(WOC)에서 특별한 예술 축제가 열렸다. 'ArtWOC II – 예술과 목적이 만나는 곳(Where Art Meets Purpose)'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이집트를 대표하는 48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일상 공간을 예술로 가득 채웠다. 참여 작가들은 25cm, 50cm, 1m 크기의 대형 섬유유리 달걀 조형물에 저마다의 스타일로 작업해 독립된 예술 작품을 완성했다. 위 작품들은 5월 2일까지 전시되며 해당 기간 동안 온라인 자선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 수익금 전액은 졸업 작품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집트 미술 대학생 지원을 위해 이집트 전역 예술대학에 기부될 예정이다. 
)워크 오브 카이로(WOC) 보행로에 전시된 작품들 WOC 내 갤러리(Le LAB)에 전시된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좌)워크 오브 카이로(WOC) 보행로에 전시된 작품들, (우)WOC 내 갤러리(Le LAB)에 전시된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중견 작가들의 달걀 조형물 외 신진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담긴 작품을 자유롭게 전시하고 판매하며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과 공연이 어우러지며 현장 전체는 마치 마을 축제 같은 분위기로 가득 찼다. 캔들 만들기, 러그 짜기, 그림 그리기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은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수공예품 판매, 음악 연주, 길거리 음식 부스까지 더해져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음식 부스에서는 이집트 유기농 채소와 꿀은 물론 일본과 태국 등 아시아 음식도 함께 소개됐다. 이집트에서 아시아 음식은 전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는 한다.
축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식 부스와 수공예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축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식 부스와 수공예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축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식 부스와 수공예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행사는 아트 링크스(Art LINX), 아트 카페(Art Café), 르 랩(Le Lab) 세 기관의 협업으로 기획됐다. 아트 링크스는 화가이자 큐레이터, 예술 칼럼니스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디나 파흐미 엘 루비(Dina Fahmy El Rouby)가 설립한 플랫폼으로 '예술은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변화를 이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아트 카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색과 창작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예술 워크숍과 자유 창작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을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편 르 랩은 이집트의 미술·디자인 수집가 라시드 카멜(Rasheed Kamel)이 설립한 현대 디자인 갤러리다.  

이번 행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워크 오브 카이로 중심부에 세계적인 한국 작가 강익중(Ik-Joong Kang)의 설치 작품이 상설 전시돼 있다는 점이었다. 2024년 가을 기자 피라미드 앞에서 열린 대형 야외 전시 '포에버 이즈 나우(Forever is Now)'에 출품된 강익중 작가의 '네 개의 신전(Four Temples)' 중 일부를 재구성한 '리비지팅 포 템플스(Revisiting Four Temples)'는 912점의 드로잉을 하나의 구조물로 집약해 다시 만든 작품이다. 워크 오브 카이로라는 개방적인 공간에 맞춰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 프로젝트는 이규현 큐레이터의 기획과 아트 카페 이집트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한글이 이집트의 쇼핑몰 한가운데 예술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을 보며 한국문화가 이집트 사람들의 일상 속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축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식 부스와 수공예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축제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음식 부스와 수공예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집트에서 현대미술은 여전히 일부 관객에게는 낯선 분야이지만 이번처럼 열린 공간에서 전시를 감상할 수 있고 그 수익이 젊은 미술학도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는 '이집트도 많이 달라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폐쇄적인 미술관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생활 공간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번 행사는 이집트 현대미술이 보다 열린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였다. 아트 카페의 대표 호다 카멜(Hoda Kamel)은 이번 행사를 "생동감 넘치는 거리 예술 경험"이라 소개했다. 앞으로도 이집트 곳곳에서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풍경이 더욱 자주, 풍성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ANE(Artist Network of Egypt) 대표,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