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카이로 포토위크’가 지난 22일부터 8일간 다운타운 카이로에서 열리고 있다. 80여 명의 사진 작가들이 진행하는 15개의 워크샵과 토의 세션, 3건의 사진 전시회, 포트폴리오 리뷰 등 사진과 관련된 각종 행사가 집약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카이로에서 처음으로 열려 관련 산업 종사자들 및 예비 사진작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 산업 종사자들 및 작가들의 축제와도 같은 행사에 압둘라흐만 가브르(Abdelrahman Gabr)라는 이름 옆에 괄호로 한국인이라고 적혀있는 한 사진작가가 눈에 띄었다. 평소 이집트 주류 문화계는 한국 사람과의 콜라보레이션에 높은 기대치를 보이곤 한다. 아래는 압둘라흐만 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여러 주제의 워크샵을 진행하게 된 압둘라흐만 씨 – 출처 : 카이로 포토 위크 페이스북>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압둘라흐만 가브르 입니다. 이집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출생지는 미국 퀸즈입니다. 이집트로는 12살에 돌아왔어요. 저는 여행 사진작가이고 단편영화를 찍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베이스를 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고, 특히 두바이에서는 상업광고나 단편영화를 찍기도 했습니다.
회사 이름을 ‘Koree Films’라고 정한 것이 인상적인데,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자랐던 때에는 이집트, 특히 알렉산드리아에 한국 사람이라고는 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은 저를 꾸리 꾸리(아랍어로 한국인)라고 불렀고, 대학 때도 그렇게 부르다 보니 제 이름처럼 되어버렸어요. 단순하고 머리에 각인되기도 쉬워서 그 뒤로 회사 이름도 그렇게 짓게 되었네요.
부모님의 국적이 다르고, 태어난 곳과 자란 곳도 다른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작품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아요.
엄청 큰 영향을 주었죠. 태어난 곳은 극서(Far west), 어머니는 극동(Far East)의 국가에서 오셨고, 아버지는 중동분이시죠. 제가 본 것은 한 문화에 국한되지 않아요. 문화적 편견이 없는 것 같고, 경험도 다양했습니다.
이집트와 한국의 문화, 어떤 유사점이 있을까요?
이집트는 파라오의 후예가 아닙니다. 특별한 문화가 없습니다. 복식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심지어 주변 중동 지역의 국가들은 고유의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집트는 로마, 터키, 근대에는 영국에 의한 정복의 역사였어요. 가장 전성기 시대는 파라오의 시대였지만, 그것은 이집트가 아닙니다. 문화적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한류나 케이팝에 대해 알고 있나요?
그럼요! 그 남자 그룹 이름이 뭐였죠? 맞아! BTS 노래가 ‘Nile FM’ 라디오를 틀면 거의 매일 나오고 있잖아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한국음식점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생기고 있고요.
한국 문화를 어떻게 이집트에 소개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한국 문화라고 한다면 프리스타일 댄스와 음악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저희보다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열려있지만 저희처럼 한 콘텐츠를 진득히 보고 있지 않잖아요.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기다렸다가 보곤 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유튜브로 금방금방 콘텐츠를 넘겨버리죠. 그래서 우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세련된 장소에서 한국 공연이 개최되면 좋겠어요. 카이로 페스티벌 시티나 시티스타 같은 곳이요. 신선하고 세련되고 재밌는 걸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와우!” 하며 호감을 느낄거에요. 그다음에 음식도 소개하고, 조금 더 깊이 있는 것, 조금 더 전통적인 것을 소개하는 순으로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진행한 작업을 소개해 주세요.
이집트의 시와, 다합, 아스완 같은 곳을 가서 그곳의 사람들과 자연을 찍었어요. 사진도 있고, 영상작업도 했지요. 그 작업을 바탕으로 ‘이집트의 얼굴’이라는 책도 냈어요. 한국에 사촌들도 있고, 방문을 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작업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제 작업을 한국 사람들에게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인터뷰가 끝나고 그의 워크샵 중의 하나인 Faces of Egypt라는 이집트 문화와 지역, 인물 사진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모인 이들은 사진 지망생 혹은 이미 그의 작품을 접하고 온 팬들도 있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묻어나는 그의 작품들과 촬영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이며, 해왔던 작업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였다.
<외부에서는 전시회, 장비 점검, 네트워크 등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워크샵 강연장 안의 열기와 집중은 뜨거웠다 –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