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11월은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으로, 수도 테헤란의 날씨는 한국보다 추위가 덜해서 따뜻한 날이 많았다. 가을비가 내리면서 테헤란의 가장 높은 다마반드산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쌓여 테헤란 시내 어디에서도 설경을 볼 수 있다. 또한 11월은 날씨가 좋아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가장 많이 열리는 달이다. 그중 한국영화 팬들이 고대하는 제7회 한국영화 축제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개최됐다. 동 축제에는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서만 보던 한국의 최신 영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교포 및 2세들도 많이 찾는다. 7회차를 맞이한 이번 영화제 상영작들은 테헤란 시내의 Kourosh Cineplex에서 무료로 상영돼 현지 한국 영화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7회 한국영화 축제’ 공식 포스터 – 출처 : 주이란대사관 문화 홍보관 인스타그램>
이번에는 다른 해와 달리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최신작들이 많이 소개되었으며 하루에 두 편씩 매일 다른 영화가 상영되었다. 4일간 하루에 2편씩 모두 다른 영화, 총 8편을 상영하였다. 통신원도 지인들과 함께 4일동안 영화관을 찾아서 관심이 많이 가는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선택하여 총 4편의 영화를 관람하면서 한국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제7회 한국영화 축제에 참가한 이란 영화 관람객들은 어떤 영화를 봐야 하는지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와 함께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미리 분석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선택하고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예전에는 미리 초대장과 안내를 받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왔다면 이번에는 SNS로 소식을 듣고 영화관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선착순으로 티켓을 발부하여 좌석을 미리 지정하여 입장시키는 것으로 영화관람객들에게 만족을 주었다. 영화 상영관 앞에는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어 영화 관람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사진을 찍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제7회 한국영화 축제’ 포토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란 영화팬들의 모습>
1관 350명 좌석과 2관 250명 좌석 모두 총 600좌석을 미리 지정해줌으로써 예년과 달리 일찍 와서 오랫동안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피곤함 속에서 영화관람을 하지 않고도 시간에 맞추어 입장할 수 있어서 관객들은 영화표를 미리 끊은 다음에 남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한국영화 축제가 열린 Kourosh 영화관은 테헤란에서 최근에 설립된 대형 쇼핑몰 안에 있다. 쇼핑몰 한쪽에 자리 잡은 최신 설비가 갖추어진 영화관은 3층부터 6층까지 한 층에 영화관이 2관씩 있어 하루에 8편의 영화가 동시에 상영돼 가장 많은 영화 팬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데이트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하에는 대형 슈퍼마켓인 하이퍼 스타가 있고 최신 의류와 다양한 상점들뿐만 아니라 각종 패스트 푸드점과 레스토랑이 많이 있어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쇼핑과 영화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제7회 한국영화 축제에서는 상영작으로 선정된 영화감독들 4명과 문소리 여배우가 한국에서 초대되어 개막식 행사에 참여하였고 이란 영화팬들과의 인터뷰 행사에도 직접 참여하였다.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7회 한국영화 축제’에 초대된 감독들과 배우 문소리>
이번에 초대된 한국에서 온 감독과 여배우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감독과 주연을 맡은 문소리 배우와 <리틀 포레스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1987 >의 장준환 감독, <족구왕>의 김태곤 감독,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 등 모두 5명이었다. 영화가 끝나면 영화를 촬영한 감독이 현장에서 이란 영화 팬들과 영화에 관한 다양한 공개 질의응답 시간과 인터뷰가 있었는데 예전에 없던 행사로서 영화감독 사인회 행사와 함께 열려 많은 이란 영화 팬들을 기쁘게 하였다. 개막식 행사에는 양국의 문화 관계자와 기자들이 참석하였고 28일(수) 개막작 영화 상영작으로는 임순례 감독 작품의 <리틀 포레스트>가 1관과 2관에서 동시에 상영되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한국에서 2018년 2월에 상영된 최신작으로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영화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였다. 시험, 연애, 취업 등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이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나고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 또 다시 겨울을 고향에서 보내게 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제7회 한국영화 축제’ 개막식과 현지 관객들>
둘째 날인 29일(목)에는 이란 주말이 시작되어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1관에는 고희영 감독의 <물숨>과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가 연이어 상영되었고 2관에서는 장준환 감독의 <1987 >이 상영되었다. 영화 <1987 >은 군사 정권 막바지인 1980년대 말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된 사건들을 사실적인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군사 쿠데타 정부 몰락과 함께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는 데서 희생된 사람들을 다루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과 함께 그 시대의 아픔을 떠올리게 되었다. 셋째 날 30일(금)에는 이란 주말인 관계로 아이들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아왔다.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이 1관에서 상영되었고 2관에서는 김태곤 감독의 <족구왕>이 상영되었다. 마지막 날인 12월 1일(토)에는 1관에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강효진 감독의 <미쓰와이프: 원더풀 나이트메어>가 상영되었다.
제7회 한국영화 축제를 관람한 이란의 많은 영화팬들은 영화관의 시설과 모든 행사에 대단히 만족스러웠다고 하면서 한국 문화에도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특히, 올해에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어 처음 영화를 관람하고 난 뒤에 둘째 날부터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았다. 앞으로 이란에서 한국영화 축제가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