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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영화 <클래식> 리메이크 등 2019년 한태 합작 영화 3편 개봉

2019-05-1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2014년 국내 관객 865만여 명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는 영화 콘텐츠 수출에 대한 관점을 전환 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2015년 중국판 〈20세여 다시 한번〉, 베트남판 〈내가 니 할매다〉로 각각 리메이크되어 현지에서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다양한 국가에서 리메이크되면서 한 영화가 중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영어 등 8개 언어로 제작되는 ‘세계 최초 영화’로 기록됐다. 영화 작품 자체의 수출 외에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비극적 현대사’, ‘가족애’, ‘모성’ 등의 요소가 포함된 ‘이야기(각본)’가 현지화될 때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수상한 그녀〉 제작사인 CJ E&M은 태국 최대 극장 체인인 ‘Major Cineplex’ 사와 한태 합작 회사인 ‘CJ Major’를 설립하고 현지 리메이크 버전인 〈다시 20살〉을 제작, 개봉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 작품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좋지 못했다. 당시 국왕 라마 9세의 서거로 인한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로 타격을 받은 점도 있지만,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1950-60년대의 한국, 중국, 베트남 등과 달리 태국은 내전이나 주변 전쟁에 큰 개입 없이 비교적 평탄한 현대사를 보냈다는 점 등에서 관객의 공감과 호응을 크게 끌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 영화 '수상한 그녀'의 태국 리메이크판(좌)과 베트남 리메이크판(우)의 포스터 - 출처 : CJ >

이후 약 2년간 절치부심하던 ‘CJ Major’ 사가 지난주 태국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5월 7일 현지 유력 영문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은 ‘한국 영화 줄거리로 제작되는 태국 영화(Thai takes on Korean storylines)’라는 제목으로 1개면 전체를 할애해 ‘CJ Major’가 올해 태국에서 3개의 영화를 제작, 개봉한다는 사실을 상세히 전했다. «더 네이션» 외에도 «Siam Turakij», «Bangkok Today» 등 현지 신문들 또한 “한국의 거대 콘텐츠 제작사이자 ‘CJ 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보유한 ‘CJ E&M’이 ‘Major’ 사와 합작으로 태국 영화계에 1억 바트(한화 약 36억 원)를 투자해 영화 3편을 제작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CJ Major’는 오는 6월 20일 한국 작가가 집필한 극본을 바탕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Rak 2 Pee Yindee Khuen Ngern〉를 개봉, 9월 19일 멜로물 〈That March〉의 개봉에 이어 4분기 중 한국 로맨스 영화 〈클래식〉을 리메이크한 〈클래식 어게인(Classic Again)〉을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클래식'의 태국 리메이크 버전이 올해 4분기에 현지 개봉 예정이다 - 출처 : The Nation>

CJ Major의 최연우 총괄 프로듀서는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이후 공식적인 활동에 대한 보도가 없었던 점에 대해 “우리는 〈다시 20살〉 제작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태국 영화시장과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선호하는지 연구하면서 그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기사는 CJ Major 사의 전략에 대해 ‘보편적인 이야기(Universal Stories)와 현지 제작 파트너들에 집중하여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면 한국 영화를 태국 감독과 배우들, 현지 제작 시스템을 통해 ‘태국 영화’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최 프로듀서는 “좋은 이야기는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다”며 “CJ Major는 좋은 이야기를 발전시켜 현지화함으로써 태국 관객들을 넘어 아세안 관객들까지 겨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프로듀서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CJ의 태국 영화시장에 대한 투자는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더 네이션» 또한 현지 영화시장이 풍부한 영화제작 인력 풀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아세안 지역의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380억 바트(약 1조 4,100여 억원)로, 같은 연도 한국의 490억 바트(약 1조 8,200여 억원)보다 밑돌지만 크게 상승하고 있는 영화 수요와 로컬 영화의 수준 발전이 이뤄질 경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태국 박스오피스 상위권이 대부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것에 대해 최 프로듀서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좋은 각본, 연출, 연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장벽들(some barriers)이 있다”며 이것이 ‘CJ Major가 설립된 첫 번째 이유’라고 밝혔다. 즉, 화려한 볼거리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할리우드 영화에는 없는 ‘문화적 동질성’, ‘관객과의 소통’ 등에 주력하는 점을 CJ Major가 제작하는 한태 합작 영화의 강점으로 꼽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는 시장이 충분히 커지지 않았기에 기회만 기다리는 뛰어난 현지 작가들과 감독들이 많다”며 “우리는 이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세안 내 다른 국가들과 차별되는 태국 관객들에 특성에 대해서는 “태국 관객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아주 다르다. 인도네시아 관객들은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만 태국 관객들은 기존과는 '뭔가 다른 것(Something different)’을 추구하기에 취향을 맞추기 어려운 타겟”이지만 그렇기에 더 창의적인 콘텐츠를 추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언급했다.

< CJ Major의 최연우 총괄 프로듀서 - 출처 : 더 네이션 >

한편 총 3편의 영화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는 2000년대 초반 한류스타 손예진, 조인성 주연으로 태국에도 잘 알려진 영화 〈클래식〉의 리메이크 제작 소식이다. 여기에 대해 최 프로듀서는 “감독(통신원 주: Tatchapong Supasri, 조감독 출신으로 첫 장편 데뷔)이 단순히 원작을 복제하는 데 그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리메이크판을 원작보다 더 잘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본 이야기 구조를 유지하되 아주 새로운 ‘태국 영화’로 창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클래식〉 태국판 제작 소식에 많은 태국인들도 “‘전설적인 빗속 신’이 어떻게 재현될지 기대된다”, “〈엽기적인 그녀〉 태국판도 제작해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한국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한태 합작 영화가 크게 흥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참고 자료
http://www.nationmultimedia.com/detail/movie/30368938
https://pantip.com/topic/38676180
https://movie.trueid.net/detail/JWOA1kNMdNre

통신원 정보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