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상영 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영화산업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올해 2019년은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한 해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황금종려상은 칸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로서는 처음이라 영화인뿐 아니라 온 국민이 수상 소식에 자부심과 충만감을 만끽했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를 넣었던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 것 같다고 수상소감에서 밝혔다.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가 글로벌요소와 통하는 것이다. 한편, 올해로 66주년을 맞이하는 시드니영화제(Sydney Film Festival)가 지난 5일부터 16일까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초청작으로 참가했고, 꼭 봐야 할 영화 5편 중 3번째 영화로 소개되었다. 영화 <기생충>은 이번 수상으로 화제작이 되었고, 스테이트씨어터 상영 2회 모두 전석 매진되었다. 시드니영화제에서 영화관계자들과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봉준호 감독과 13일에 인터뷰를 했다.
<시드니영화제에 영화 '기생충'으로 초청된 봉준호 감독 - 출처: 시드니영화제 제공>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영화감독 봉준호라고 합니다. 이번에 제 영화인 <기생충>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개봉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영화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호주 언론에서도 ‘풍자 넘치는 한국영화, 칸영화제 최고상 수상’이란 제목의 기사가 날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다시 한번 수상소감 말씀해 주세요. 5월 25일이었는데요. 상을 받은 지 2주하고 좀 더 지났네요. 여전히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기쁩니다. 다만 꼭 이 영화가 수상으로 규정(define)되는 영화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상을 받건 안 받건,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그대로 있는 것이니까요. 상이라는 것이 하나의 영화에 큰 장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영화의 본질은 아니니까요. 그 영화 자체의 모습을 관객분들께서 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2017년 영화 옥자로 시드니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호주에 오신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신작 <기생충>의 경쟁부문 초청으로 다시 호주영화제에 오셨는데,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2017년 <옥자>가 이곳에서 상영되었을 때 아주 기쁜 마음이었어요. 특히 <옥자>는 넷플릭스(Netflix) 영화라 큰 극장, 큰 스크린에서 상영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호주에서 더군다나 폐막작 그리고 스테이트씨어터라는 클래식하고 웅장한 극장에서 꽉 들어찬 호주 관객들과 대형스크린에서 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기뻤던 기억으로 남아 있고, 이번에는 넷플릭스와 상관없이 전통적인 영화의 방식을 지닌 영화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27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을 만나게 되니 더 설레는 것 같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어디서 아이디어 또는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된 영화인지 궁금합니다. 2013년 영화 <설국열차>의 후반 작업(Post Production)을 하고 있을 때 떠오른 아이디어입니다. <설국열차>도 가난한 자와 부자들 얘기가 나오잖아요. 기차의 앞과 뒤, 가난한 자와 부자의 이야기를 <설국열차>와 같은 SCI-FI 장르 영화가 아닌 좀 더 제 주변에 한국에 있는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틀에서 풀어보고 싶었나 봐요. 부잣집과 가난한 집 두 가족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대부분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런 식으로 처음 2013년 당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기생충>에는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을 비롯한 많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데, 캐스팅에서 어떤 점을 주로 보셨는지요? 일단 캐릭터 수가 많잖아요. 이 영화에는 8-10명의 주요 캐릭터가 나오니까요. 이들의 조화랄까 하모니가 중요했어요. 물론 개인이 훌륭한 배우지만, 그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앙상블을 이룰까 하는 점에 많이 집중했고요. 예를 들면, 최우식과 박소담 두 배우가 남매로 나오는데, 둘이 얼굴이 매우 많이 닮았거든요. 일단 가족들을 보면 얼굴이 일단 닮았잖아요. 사진관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면, 누가 설명을 안 해줘도 ‘가족이구나’하고 알게 되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런 얼굴이나 외모의 분위기 같은 것도 신경을 써서 캐스팅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하면 ‘봉테일’이라고 기억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영화에 쓰인 여러 상황설정이나 소품에 상징적인 의미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많은 것들이 나오는데, 일단 수석, 돌이 등장합니다. 아마 돌이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영화도 드물 거 같습니다. 주인공이 “얘(수석)가 나를 따라온다”고 언급한 것처럼요. 영어로는 Viewing Stone, Scholar Stone이라 하는 이 수석을 저희 돌아가신 아버지도 한때 수집을 하시곤 했습니다. 주인공의 친구가 갑자기 난데없이 이 산수경석을 선물하고 가잖아요. 그 돌에 젊은 주인공 최우식의 여러 가지 욕망이라든가, 그 돌을 주고 간 민혁이라는 아이는 약간 부잣집의 느낌이거든요. 그 아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동경 그리고 욕망, 집착 그런 것들이 다 담긴 것 같아요. 대사로는 돌이 자기를 따라온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 돌을 쫓아가고 집착하는 것이겠지요. 최우식이라는 인물과 돌(수석)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영화에 그런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부잣집과 가난한 집을 설정한 것은 빈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 것이에요. 빈부라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이슈이기는 하지만, 그걸 떠나서 일단 우리가 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저는 중산층인 이선균 씨의 집안과 송강호 씨 집안의 중간 정도 되는 계층에 속한다고 보는데, 집에 크기를 봐도 그렇고, 영화에 나오는 두 사람의 집을 보면 사이즈도 그 중간 정도인 거 같고요. 저도 주변에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친구도 있고, 부유한 가정의 친구도 있고, 가족이나 친척 중에 봐도 송강호 씨 집과 같은 집도 있고, 부자도 있고.. 우리 주변의 빈과 부를 목격하면서 살고 있죠. 거기서 얽혀 나오는 미세한 것들을 우리가 이미 일상에서 겪고 있는데, 그것을 솔직하게 다뤄보고 싶었어요. 그걸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대충 외면하면서 넘기는 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삶의 모습을 솔직하게 한번 정직하게 직설적으로 다뤄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영화를 보면 불편할 수도 있어요. 영화 <기생충>을 통해 시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어떤 것들이었나요? 기본적으로 영화에는 부자와 가난한 자,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이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양극화(polarization)의 시대에 살면서 계층 상승은 가능할까?’, ‘주인공 젊은 남자를 봤을 때, 얼마만큼의 우리에게 기회가 있는 걸까?’, ‘자기가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이라 아니라면…’ 등과 같은 물음을 던져보고 싶었어요. 영화가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약간 슬픈 거지요. 과연 계층 간의 이동이 가능한가의 문제를 이 시대에서 솔직하게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감독님에게 있어서 이번 영화 <기생충>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에게 많은 이야기도 듣고 칸에서 상을 받고도 그랬지만, 그런 모든 걸 다 떠나서 이건 저의 7번째 영화입니다. 저는 8번째, 9번째, 10번째를 계속 찍어나가고 싶고, 단 저의 멈추지 않는 영화적인 여정(Journey)의 7번째 정거장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 <기생충>이 한국뿐 아니라 해외 영화관계자들에게 영화의 어떤 점이 어필했다고 생각하는지요? 일단 다루고 있는 주제… 주제 자체는 보편적인 것 같아요. 가난과 부에 자유로운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잖아요. 칸에서도 보신 분들… 여러 나라 지인 분들이 보시고 와서 이거 자신들의 나라의 이야기라고 말씀하시면서 자신들의 나라에서 리메이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주제 자체는 보편적이고, 반대로 스타일 자체는 여러 가지 장르의 틀을 넘나들면서, 장르에 구속당하지 않으면서, 독특한 장르의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봅니다. 스타일에 있어서 독특한 면이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주제와 독특한 스타일이 결합된 매력이 통했던 거 같습니다. <기생충> 이후, 다음 영화 제작 계획이나 앞으로 계획에 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호주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을 계획이 혹시 있으신지요? 두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 중에 있습니다. 미국 스튜디오와 함께 준비 중인 것이 하나 있는데, 큰 스케일의 영화는 아니고 실제 있었던 사건에 기반을 둔 드라마이고요. 또 하나는 이제 한국에서 한국배우들과 찍는 프로젝트로 이 프로젝트는 약간 규모가 있는 공포 액션 또는 심리적인 드라마로 서울 한복판에서 서울을 로케이션으로 하고 있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부분을 보여주고 싶어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사건을 다루고 있는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 저는 조지 밀러 감독님의 광팬입니다. 2017년에 칸에서 만나서, 같이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그분의 <매드맥스: 퓨어리 로드> 그리고 과거에 하셨던 <매드맥스: 로드 워리어> 등 호주의 영화인 조지 밀러만이 호주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걸작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저도 시드니, 멜버른이나 브리즈번처럼 아름다운 도시들도 많지만, 호주사막,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붉은색 흙과 조지 밀러 감독님의 화면의 느낌을 느껴볼 수 있는 호주사막에서 어떤 거친 한 장면을 찍고 싶은 충동은 늘 있지요. 칸 영화제 이후, 시드니영화제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작 <기생충>은 경쟁부문 결선에 올라 가장 높은 점수로 공식 경쟁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호주와 뉴질랜드 주요 도시에서 오는 27일부터 상영예정이다. 칸에 이어 시드니영화제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을 한 명의 열성 팬의 심정으로 또 기다린다.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재)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