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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Everest-Little Snowman)’, 베트남 내 상영 금지 결정

2019-11-0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14일 베트남 CGV에서 상영 중이던 애니메이션 영화 <어바머너블(Abominable)>이 개봉 열흘 만에 베트남 정부로부터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10월 4일 개봉한 동 작품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인데, 자국 내 모든 영화관 내 모든 드림웍스 작품의 상영을 취소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10월 15일 자 베트남 언론 《Thể thao & Văn hóa》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현재 중국과 분쟁 중이다. 그런데 동 애니메이션 장면 중 9단선(九段線·nine-dash line)이 그려진 지도가 등장하는 장면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 있어 매우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베트남 정부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논란이 된 9단선이 그려진 장면 – 출처 : Vietnamplus>

<어바머너블>은 중국 출신의 소녀 ‘이(Yi)’가 과학자들에게 감금된 예티(Yeti, 전설의 거인 눈사람)를 예티의 고향인 히말라야 산맥으로 돌아도록 돕는 과정으로, 대륙 횡단 여행을 내용이 담겼다. 영화 장면 중에는 9단선을 표시한 지도가 등장하는데, 9단선은 현재 남중국해 분쟁의 핵심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영해를 표시하는 이른바 9단선을 긋고, 인공 섬을 만들어 군사기지화하면서 베트남 등 이웃 나라의 반발을 사왔다. 얼마 전에는 베트남과 중국이 이 지역의 소유권을 분쟁으로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남중국해에는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이 그은 9단선을 기준으로 하면 남중국해의 약 80~90%의 해역이 중국 영유권이 된다. 하지만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만든 9단선은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중국 해양탐사선 하이양디즈 8호가 해안경비대 경비함과 함께 베트남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있는 뱅가드뱅크 인근 해역에 들어와 3개월 이상 탐사 활동을 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한층 더 깊어진 상태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경비함을 파견해 대치하면서 중국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자국 영해라는 입장만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바머너블>을 상영한 베트남 CGV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베트남 내 영화의 수입 및 배급을 위해서는 현지 상영관을 보유한 수입·배급사가 영화의 심의를,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감독위원회가 허가를 담당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베트남 CGV는 자국 내 최다 상영관을 보유한 극장 체인이므로 수입, 배급을 담당하는 가장 큰 회사이기도 하다. 동 사건과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CGV에 영화상영 중지 처분을 내렸고, 베트남 CGV는 공개 사과에 이어 사건 진화에 나섰다. 여론의 비판은 최종 허가를 내린 영화감독위원회와 심의를 책임진 베트남 CGV에 도 향하고 있다.
베트남CGV의 영화상영 중지와 공개 사과로 인해 베트남 정부와 베트남 시민들은 일단 진정된 상태인데, 문제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영화 수입·배급 과정을 전면 검토하고 개정할 것이라고 발표한 점이다. 문제가 영토 분쟁에 관련된 사안이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베트남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영화감독위원회의 영화 허가자(책임자)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영화 수입·배급 과정이 어떻게 바뀔지도 주목해봐야 할 문제이다.
베트남 정부는 예전부터 영토 분쟁만큼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베트남 호치민시에 있는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재외한국학교) 재학생들은 한국 교육부로부터 교과서를 배송받아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사회 교과의 부록 도서인 사회과부도의 세계지리 표기에 영토 분쟁인 이 지역을 ‘남중국해’로 표기해 베트남 세관을 통과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교사들이 세관을 찾아 사회과부도의 남중국해라는 표기명을 모두 수정하고 나서야 통관되었다.
현재 베트남 CGV는 베트남 내에서 최다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영화사이다. 그동안 CGV는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과정 속에서 한류의 확산에 기여한 바 역시 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해외영화 수입·배급 과정이 어떻게 바뀔지 지켜봐야 할 문제이지만, 지금까지 베트남 내에서 신뢰를 쌓아 온 베트남 CGV의 인지도가 주춤거리지 않고,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 사건은 문화산업의 베트남 진출에는 현지 국민 정서의 파악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편, 10월 21일 자로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역시 11월 7일에 개봉 예정이던 <어바머너블>을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상영 중지 보도 내용 – 출처 : Thể thao & Văn hóa>

※ 참고자료
https://www.vietnamplus.vn/phim-hoat-hinh-co-duong-luoi-bo-day-la-su-viec-nghiem-trong/600647.vnp
https://www.vietnamplus.vn/lam-ro-trach-nhiem-trong-viec-de-lot-phim-co-hinh-duong-luoi-bo/600853.vnp
https://vtv.vn/chuyen-dong-24h/malaysia-cam-chieu-phim-hoat-hinh-co-duong-luoi-bo-20191021141558622.htm
https://thethaovanhoa.vn/the-gioi/malaysia-cam-cong-chieu-phim-hoat-hinh-everestnguoi-tuyet-be-nho-n20191021074411247.htm

통신원 정보

성명 : 천석경[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베트남/호치민 통신원]
약력 : 전)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교사 호치민시토요한글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