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규모의 영화제 제32회 도쿄국제영화제(TIFF)가 10월 28일부터 11월 5일 총 9일간에 걸쳐 개최되었다. 도쿄 롯본기 소재의 TOHO 시네마즈 롯폰기, EX 시네마 롯폰기 등 두 극장을 중심으로 롯폰기 힐즈 일대에서 개최된 영화제는 일부 이벤트를 히비야의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서 여는 등 도쿄 영화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장소에 세계 영화팬들과 영화인들이 한데 모였고, ‘지금, 도쿄에서밖에 볼 수 없는 영화’라는 슬로건 아래, 올해도 다양하고 풍부한 180개의 작품이 출품되어 충실한 라인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 영화제는 기간 중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심포지엄이나 워크숍도 상당수 개최했다. 얼마 전에는 젊은 영화 팬들과 영화 작가의 양성을 목적으로, TIFF 틴즈 영화교실을 열어 팀별로 제작한 작품을 상영하는 등 차세대 영화 크리에이터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9 도쿄국제영화제 포스터 – 출처 : 도쿄국제영화제>
세계 각국의 신작 경쟁 부문에서는 올해 115개국과 지역에서 1,804개에 달하는 작품이 출품을 신청했다.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일본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중국 배우 장쯔이로, 명성에 걸맞게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본영화의 세계 진출을 목표로 구성된 ‘일본영화 스플래시’ 부문에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듀싱 디렉터 남동철 씨가 심사원 중 한 명으로 포함됐다. 한편, ‘특별초대작품’ 세션에는 일본 공개를 앞둔 대작과 화제작품 27편도 초청됐다. 더불어 동 작품 내 출연자 및 관계자가 레드 카펫을 밟는다는 소식에 티켓 예매 경쟁률은 꽤나 치열했다. 그중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 개막작으로도 선정된 카자흐스탄, 일본 공동제작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라인업에 포함돼 동 작품 상영 현장은 내년 정상 개봉에 앞서 한발 빠르게 관람을 원하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도쿄국제영화제와 한국영화의 연(緣) 이라고 한다면, 2006년 작품 〈왕의 남자〉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배우 이준기가 방일해 팬들로부터 열광적인 환성을 받은 바 있다. 통신원도 티켓을 손에 넣기 위해 고생한 기억이 있다. 또한 2013년에는 〈붉은 가족〉이 경쟁 부문에서 관객상을 수상, 현지 영화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몇 년이 흐른 현재, 트렌드는 화제작 상영 보다도 한국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작품 상영으로 변화했다. 올해는 신예 감독들의 경쟁 부문인 ‘아시아의 미래’ 부문에서 해외 무대에는 처음 오른 신인 감독 박철우가 사랑과 우정을 표현한 작품 <애월>, 또 다른 신진 감독 김하라의 데뷔작 <아내를 죽였다>까지 두 편의 한국영화가 올랐다.
<영화 ‘애월’ 포스터 – 출처 : 블랙나이트 필름>
<영화 ‘아내를 죽였다’ 중 한 장면 – 출처 : 단테미디어랩>
특히 〈아내를 죽였다〉는 올 12월에 한국 국내에서 일반 공개될 작품으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최초공개됐다. 상영 후에는 김하라 감독, 각색 및 여배우로도 함께한 문다은이 관객들과 Q&A 무대 위에 올랐다.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술에 매우 취해 기억을 잃은 남자가 눈을 뜨자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돼 쫓기는 이야기로, 서스펜스적이며 블랙코미디의 요소도 들어있다. 상영 중 객석으로부터 웃음소리가 들리곤 했다. 영화에는 첫 출연인 이시언을 캐스팅한 이유를 묻자 김하라 감독은 “평소에 사람의 일상을 그려내고 싶었다. 이시언 씨는 TV의 인기 버라이어티 방송에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영화 안에서도 일상의 모습을 딱딱하지 않고 잘 표현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딱 들어맞았다.”라고 답했다. “각색가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문다은은 “원작이 웹툰이기 때문에 토막 토막으로 발표되었다. 그 잘린 만화를 어떻게 하면 잘 연결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힘을 쏟았다. 이번에는 각색을 담당했지만, 언젠가 혼자서 각본을 쓰고 싶은 기분도 있다.”라며 자신의 희망도 전했다. 젊은 제작자들에게 질문이 계속되었고, 하나하나 성실하게 답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좋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영화 ‘악인전’ 중 한 장면 – 출처 : 통신원 촬영>
도쿄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약 2주 뒤 개최가 되어 개최 일정이 다소 맞붙어있고, 아무래도 한국영화는 도쿄에서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 한국 작품의 출품은 줄어드는 추세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한국 작품이 일본에 소개되길 바라본다.
성명 : 한도치즈코[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도쿄)/도쿄 통신원] 약력 : 현) 도쿄외국어대학, 국제기독교대학, 무사시대학 강사 리쿄대 사회학과 졸업, 서강대 사회학과 문학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