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언론분석] 호주 언론도 주목한 영화 '기생충'이 쓴 오스카의 새로운 역사

2020-02-2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19년 5월,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세계 각국의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빛나는 수상을 거듭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2월 9일 세계 최대의 영화제인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했다.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도 거머쥠으로써 그동안 한 번도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던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비영어권의 영화로서 국제영화상과 동시에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영화사에 커다란 전환점을 기록하였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은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과 더불어 아카데미상 ‘빅 5’에 꼽힌다. 2017년과 2019년의 시드니국제영화제에 출품하여 호주를 방문한 봉준호 감독에 대해 인터뷰 기사를 쓴 바가 있는 통신원으로서도 감개무량한 소식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식을 연이어 다루고 있는 호주 주류신문 '시드니 모닝헤럴드'지 – 출처 : smh.com.au>


<2월 16일 한국에 귀국한 봉준호 감독 소식을 전한 호주 대중일간지 'Daily Telegraph' - 출처 : dailytelegraph.com.au>

‘기생충’은 지난해 6월 시드니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였으며, 11월 브리즈번의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는 2017년에 시드니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초대되어 상영된 바 있다. 호주와 인연이 깊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에 대해서 현지 주류 미디어에서도 헤드라인 기사로 내걸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호주의 대표적인 정론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월 8일에서 12일까지 거의 매일 기생충과 오스카상 수상에 대한 소식이나 분석 기사를 게재하였다. 그리고 대표적인 대중일간지인 ≪데일리 텔레그라프≫(2월 16일)는 금의환향하는 수상자의 소식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불편한’ 기생충의 오스카에서의 승리는 흥분되고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정말 놀라운 일이다'라는 제목의 시드니 모닝헤럴드 사설 기사 – 출처 : smh.com.au>

이들 주류 언론 기사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상을 비롯한 오스카 4관왕 수상을 세계영화사를 새로 쓰는 획기적인 의의를 갖는 것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 기사들 가운데 호주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소개해온 시드니영화제(Sydney Film Festival)의 총괄 감독 나센 무들리(Nashen Moodley)가 2월 11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사설(Opinion)란에 기고한 기사가 주목된다. ‘‘불편한’ 기생충의 오스카에서의 승리는 흥분되고 충분히 자격이 있으며 정말 놀라운 일이다('Uncomfortable' Parasite's Oscar victory is thrilling, deserving and astonishing)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이다.
기사에서는 이번 시상식에서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영화가 수상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간 중요 영화제에서 다양하고 변덕스러운 평가자들이나 오류 자체로 인해 수상작을 예측하기 어려웠으며, 심사가 제작사들의 마케팅 등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말 최고의 영화가 수상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거나 적당한 타협의 결과 수상이 결정되어 온 점과 대조적이다. 그러한 점에서 통상 ‘지역주의 색채가 강한 아카데미상’(the parochial Academy Awards)에 대해서 경멸해 온 많은 전문가들도 ‘위대한 봉준호 감독의 걸작 기생충(the great Korean director Bong Joon-ho’s masterpiece Parasite)’의 오스카상 수상을 축하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기사는 다양성의 결여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온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인 ‘기생충’이 작품상까지도 거머쥔 것에 대해 매우 흥분되고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장 열성적인 팬들마저도 국제장편영화상 정도를 기대했으며, 작품상 후보로서는 불쏘시개(incendiary)의 역할에 머무를 뿐 작품상 수상의 영예(the Best Picture gong)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은 흥분되고 정말 놀라운 일이며, 충분히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작품이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외국영화라는 기록을 남긴 낳은 한국 영화산업의 실력을 다음과 같이 높이 치켜세우고 있다.
이것(이번의 수상)은 한국영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사실의 증거가 된다: 현재 한국이 학생영화에서 전문작가영화(auteur cinema), 그리고 예외적으로 특출한 품질의 주류 블록버스터영화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영화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한국은 또 막강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자국 영화의 국내 박스오피스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할리우드에 집어삼키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매우 용의주도한 전략읕 통해서 이를 달성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 자신이 말하듯이 관객을 불편함을 가져다주는 ‘불편한(uncomfortable)’ 영화 ’기생충‘이 대단히 많은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있는 점이 놀라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요인을 다른 작품상 후보들과는 달리 현재를 생생하게 그리면서 미래에 대한 힌트를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찾고 있다.
봉 감독은 많은 관객을 얻기에는 아마 자신의 영화가 지나치게 낯설고 가시가 돋쳐 있다고(perhaps too strange, too spiky)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장르를 혼합하며, 부자와 가난한 자의 끔직한 충돌을 단순한 악당이나 영웅이 없이, 노동계급 사이의 연대 없이, 깔끔한 화해 없이 그려내고 있다. 다른 작품상 후보작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매우 개인적이며 과거를 그리고 있는 것에 비해, ’기생충‘은 우리 모두에게 현재를 너무 생생하게 그려주고 있으며, 놀랍게도 폭발 직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제적 불평등의 세계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작가의 현실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가 이 영화가 가져다주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한 번 관람한 관객들로 하여금 또다시 영화를 찾아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현재 호주에서 ‘기생충’은 36주 연속 박스오피스에 오르며 누적 매출액 260만 달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오스카상 수상을 계기로 현재 시드니, 멜버른 등의 대도시에서 재상영하는 영화관이 늘어나고 있으며 더 많은 관객 동원이 기대된다.
※ 참고자료
https://www.smh.com.au/culture/movies/parasite-s-oscar-victory-is-thrilling-deserving-and-astonishing-20200211-p53zlo.html
https://www.smh.com.au/culture/movies/surprise-oscar-result-means-it-s-game-on-for-australian-filmmakers-20200211-p53zud.html
https://www.smh.com.au/culture/movies/parasite-win-could-make-oscars-relevant-again-if-they-re-brave-enough-20200210-p53zhp.html
https://www.smh.com.au/culture/movies/oscars-just-discover-south-korea-which-has-cranked-out-great-movies-for-years-20200210-p53zg0.html
https://www.smh.com.au/culture/movies/parasite-makes-history-with-best-picture-oscar-win-20200210-p53zfv.html
https://www.smh.com.au/culture/movies/history-in-the-making-for-parasite-director-bong-joon-ho-20200131-p53wmu.html
https://www.dailytelegraph.com.au/news/breaking-news/south-korea-cheers-oscar-winner/news-story/ccc79b7a296a3e8cdc226c6b142e8c66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재)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