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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네디언영화제가 선택한 한인이야기

2020-06-1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비드19)의 영향으로 캐나다는 여전히 일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는 비상사태 선포기간을 6월 말까지 연장했으며, 5명 이상이 모인 모임을 금지해 각종 문화공연과 전시, 행사 등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캐나다 전역에서 감염 확산이 줄어들지 않고 비상사태가 장기화되자, 캐나다 내 문화행사는 온라인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소통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박물관과 지역단위의 축제는 온라인으로 대체해 진행하고, 동물원은 드라이브 트루(Drive-throu) 사파리와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으며 즐기던 문화는 이제 온라인이나 제한된 개인 공간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캐나다 내 예정됐던 한국문화 행사 역시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월에 예정되어 있었던 류현진 선수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팀 선발 경기나, 로열컨서버토리오브뮤직(RCM)이 주최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씨의 4월 공연, BTS의 5월 공연 등이 모두 무기한 연기되었다.

고립된 캐나다의 상황에서도, 여러 인터넷 플렛폼은 온라인을 통해 한국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youtube), 넷플렉스(Netflix),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다양한 채널은 한국 음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한국 음악을 듣게 하며, 한국 영화를 볼 수 있게 한다. 지난 29일 밤 9시에는 한인 영화감독 글로리아 김씨의 ‘퀸 오브 더 모닝 캄(Queen of the Morning Calm)'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본 영화는 ‘캐네디언영화제(Canadian Film Festival)’가 2020년의 영화로 선정한 9편의 장편영화 중 하나로, ‘WIDC 여성감독 장편영화상(2016 national WIDC Feature Film Award)’을 수상했으며 캐나다 휘슬러영화제(2019)에서 ‘보로서어워즈(Borsos Award for Best Canadian Feature)’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캐네디언영화제가 2020년 선정한 한인영화, '퀸 오브 더 모닝 캄' - 출처 : 슈퍼채널 상영 장면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든 영화 상영일정을 연기하려던 ‘캐네디언영화제(CFF)’는 최근 위성 텔레비전 채널인 ‘슈퍼채널(Super Channel)’과의 제휴를 통해 27편의 단편과 9편의 장편영화를 독점 방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캐네디언영화제’는 지난 5월 21일부터 3주 연속으로 주말동안 약 36편의 영화를 상영해왔다. 또한 캐나다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캐나다 영화제작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기회제공을 통해 캐나다의 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며, 처음으로 한인감독의 장편영화를 공개하게 되어 무척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로리아 김 감독의 ‘퀸 오브 더 모닝 캄’은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촬영된 영화로 토론토에 거주하는 한인여성과 그녀의 10살 된 딸의 녹녹치 않는 삶과 그들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퀸 오브 더 모닝 캄 영화 포스터 - 출처 : 캐네디언영화제 제공>

토론토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 영화는 29일 금요일 밤 9시에 상영됐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 ‘데보라’는 10살짜리 딸 ‘모나’를 기르며 토론토 스트립 바에서 매춘부로 일하며 살아간다. 한국에서 온 이민 2세로, 학대와 가난 그리고 트라우마로 뒤엉킨 채 살아가는 그녀는 딸 ‘모나’와 더 나은 삶을 위해 발버둥 친다. 도심에서 가장 어둡고 추운 곳,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엄마와 딸은 그렇게 살아간다.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살기 위해 돈을 훔치고, 살기 위해 몸을 파는 그녀의 삶이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이를 통해 가난과 고통 속에 처한 여성이 마주해야 하는 문제와 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좀 더 면밀하게 살필 수 있었다.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일어서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성장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한국어 대사와 엄마와 전화하는 장면 등은 이 영화 주인공, 데보라가 한국계 캐나다인임을 쉽게 알게 하는데, 데보라를 연기한 ‘티나 정’은 ‘김씨네 편의점’과 같은 인기 시트콤과 드라마에 수차례 출연한 유명한 한인 2세 배우다.

<글로리아 김 감독의 작업 모습 - 출처 : 캐네디언영화제 제공>

이민자로 새로운 거주지에서 성공을 거둔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갈채와 박수를 받아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트라우마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아내야만 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조지 프로이드(George Floyd)’ 사건은 미국 땅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흑인들에게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토론토에서 자라난 글로리아 김 감독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인 이민자들 뿐 아니라 소외된 이들이 처한 현실과 그럼에도 용감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런 그녀의 시도는 한국인 뿐 아니라 캐나다인들에게도 새로운 용기를 주며, 영감을 주었다. 그녀의 여러 작품들은 ‘토론토 국제 영화제(Toront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토론토릴아시안국제영화제(Toronto Real Asi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와 같은 캐나다 내 굵직한 국제 영화제 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을 받았고, 최근에는 캐나다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캐네디언스크린어워드(Canadian Screen Award)’에서 ‘잇츠 마이 파티(It’s My Party!)’라는 텔레비전 쇼로 최고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한인으로서 이주민으로서 그녀가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대된다.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