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코로나19 확산 속 강행된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2020-10-0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9월 18일 개막해 26일 폐막한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현장(좌), 주최측의 방역 지침(우) – 출처 : 엘 파이스(좌),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우)>

코로나19 2차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위험을 무릅쓰고 열린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가 지난 26일 막을 내렸다. 앞서 프랑스 칸영화제, 스페인 말라가영화제가 잇따라 연기, 취소를 결정하다가 결국 취소가 결정되면서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에도 동 영화제는 개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해 왔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상황이 심각함에 따라, 영화제는 방역 수칙과 여러 엄격한 규칙들을 내세워 안전을 기했다. 먼저 관객 간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영화제가 활용하는 상영관에 입장 가능한 관객 수는 50%로 감소시켰는데, 이는 상영관뿐만 아니라 영화제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들에 적용되었다.

또 지난 해보다 상영횟수를 줄였고(지난 해보다 159회 감소), 상영되는 영화의 개수들도 31%나 감소시켰다. 영화 토론회나 세미나는 주로 온라인으로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영화제 측은 영화 상영 간격을 한 시간으로 늘려 그 사이 철저한 소독을 원칙으로 했다. 사람들이 몰릴 수 있는 개막식과 폐막식, 칵테일 행사들은 취소했고, 모든 관객들과 참가자들은 모든 순간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특히 4시간 연속 상영에는 보건부의 지침에 따라 인증된 KN95(중국 보건용 마스크 규격 기준)나 FFP2 마스크(유럽 민간 보건 표준 기준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다. 프랑스 영화 감독 유진 그린(Eugéne Green)은 영화제 기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영화제 참가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영화제에 빠질 수 없는 묘미는 영화제에 도착하는 영화 관계자들이나 배우들의 레드카펫 입장과 그를 환호하며 사인과 사진을 부탁하는 관객들의 역동적인 반응인데, 올해에는 관객들의 접근이 금지되었다. 리포터 등 방송 관계자들도 거리를 유지한 채 정해진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영화제 측은 관객들이 안전하게 집에서도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영화 소개 행사, 갈라쇼, 영화제 관련 인터뷰, 수상현장, 영화 수업 등의 행사들을 홈페이지에 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업데이트했다. 또 영화제를 찾은 스타들은 팬들과의 만남을 SNS를 통해서 가질 수 있었다.

<9월 18일 개막해 26일 폐막한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현장(좌), 주최측의 방역 지침(우) – 출처 : 엘 파이스(좌),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우)>

영화제 측은 규모가 줄어든 대신 퀄리티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고 전했다. 그 중 한국에서 호평을 받은 윤단비 감독의 데뷔작, 가족 영화 <남매의 여름밤(2019)>이 눈에 띄었다. 올해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되어 화제를 모르기도 했다. <남매가 여름밤>이 초청된 ‘펄락’ 부문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초청되었던 부문이기도 하다. 한편, 칸 영화제의 취소가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기도 했는데, 칸 영화제에서 공개되지 못한 열여섯 작품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그 중 여섯 작품은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분에 오른 작품이다. 또한 토마스 빈터베르그, 가와세 나오미, 프랑수와 오종, 샤루나스 바르타스 등 유명 감독들이 직접 영화제를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가 인프라가 부족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제작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라틴아메리카 제작 작품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고, 스페인 자국 영화들도 역시 제작 시기를 맞추지 못해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지 못했다고 영화제 위원장이 밝혔다. 이어 위원장은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이 사태에 많은 축제들과 행사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영화 산업과 아티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만남의 장이다. 우디 엘렌은 자신의 작품을 실제 관객들 앞에서만 상영하겠다고 알려왔다”라고 밝히며 행사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또 영화제 준비 위원회는 행사 시작 당일까지 취소 가능성을 이유로 영화제를 찾는 유명 감독들이나 배우들의 이름을 공표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관계자는 “관객들이 기대를 가지고 찾아와서 깜짝 선물을 가져가기를 빈다”라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는 2차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하루 평균 천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스페인에서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사였지만, 큰 반발 없이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행사 규모가 축소되어 총 티켓은 지난해 십만 오천 장에서 4만 장으로 줄었고, 스폰서도 많이 줄어 적자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관광 적자를 메워야 하는 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참석자들에 대한 테스트나 확진자 발생 시에 대한 대비도 없이 진행된 행사가 혹시 집단감염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스페인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 정부들의 안일한 대응과 부족한 기술력, 시민의식 부족이 언커넥트 시대에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통신원 정보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