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변하지 않고 한결같을 것 같은 산과 강도 다 변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속담에서 빗대어 표현한 산과 강만을 가리켜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시간의 흐름 아래, 사람도 변하고 그 외에 모든 것들도 다 변한다는 뜻일 것이다. 십 년의 시간이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바꾼다. 주터키 한국문화원이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10년을 다 채우기 한 해 전, 먼저 찾아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9주년 기념 문화 행사를 가졌다. 비대면 서비스를 의미하는 ‘언택트’와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대면 서비스 방식을 의미하는 ‘온택트’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개원 9주년, - 출처 : 통신원 촬영>
코로나19로 처음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은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서 언택트와 온택트 방식으로 발전해 문화와 예술의 분야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재택 근무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화상 회의나 원격 온라인 수업, SNS 활동 등이 모두 온택트에 해당된다. 주터키 한국문화원의 본래 개원일은 10월 13일인데, 이번 해 행사는 ‘TASTE KOREA WEEK’라는 행사명으로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한 주 동안 ‘언택트’와 ‘온택트’를 활용한 기념행사들로 진행됐다. K-Dance와 K-Beauty 온라인 강좌와 예술의 전당 SAC on Screen 작품인 ‘달래 이야기’ 無言 인형극을 상영했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개원식 9주년 기념 문화 행사에는 한국 공연단의 전통 국악과 현대 공연이 있었다. 터키에서 한국 문화원이 세워진 9년 동안 이곳에서 다양한 한류 문화들을 경험한 터키 한류 팬들과 여러 아티스트들이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해 주었다. 통신원은 주터키 한국문화원의 9주년 기념 ‘TASTE KOREA WEEK’ 주간 문화 행사들 가운데, 크게 두 가지 행사를 주목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를 온라인 대면 서비스를 의미하는 ‘온택트’ 문화 행사로 준비해서 보여준 동키즈의 ‘라이브 팬 미팅’과 줌(Zoom)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온라인 한국어 말하기와 예쁜 한글 쓰기 경연대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앞으로 언제 완전히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류 문화 예술이 대중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접촉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 좋은 모범들 가운데 하나로 보여졌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홀, 무관중 동키즈 그룹 ‘라이브 팬 미팅’ 현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동키즈 그룹의 ‘라이브 팬 미팅’은 주터키 한국문화원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진행됐다. 통신원이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한국과 터키에서 동시간 대에 이뤄진 실시간 온라인을 통한 기술적 접촉과 한·터 동시 통역사를 통해 터키 한류 팬들이 동키즈 그룹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을 통한 기술적 접촉이 아닌,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한류 팬들과 정서적 온택트가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기에 동(同) 문화원의 세심한 준비가 더 눈에 들어왔다. 동키즈 그룹이 자신들의 얘기를 하면, 동시 통역을 통해서 터키 한류 팬들에게 곧바로 전달됐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9주년 기념 ‘TASTE KOREA WEEK’ 통번역을 부분 맡았던 세렌씨 - 출처 : 통신원 촬영>
주터키 한국문화원 9주년 기념 ‘TASTE KOREA WEEK’ 주간 행사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여러 명의 통·번역원들이 작업을 함께 했다.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 언론,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세렌 곤츠씨는 이번 9주년 기념 행사를 위해 통역과 번역 일을 하면서 한국과 터키 양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터키 한류 팬들은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동키즈 그룹이 좋아하는 음식, 색, 취미 등을 묻고 답을 들으면서 어느새, 공간과 시간, 거리의 제약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동키즈 그룹을 응원하는 글들이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쉬지 않고 올라갔다. 터키 한류 팬들은 동키즈 그룹과 환경적 제약을 받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 보통 때와 같이 팬 미팅을 가졌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한국어 말하기 줌 온라인 경연대회 - 출처 : 문화원 제공>
주터키 한국문화원 9주년 기념 개원일 주간 행사 기간에는 특별히 574돌을 맞는 한글날이 있었다. 해외에서 맞는 한국문화원 개원의 의미를 더 크게 부여해 주었다. ‘TASTE KOREA WEEK’ 주간 중에 있었던 한글날에 맞춰 한국어 말하기와 예쁜 한글 쓰기 경연 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제2대 문화원장으로 새로 부임한 신임 박기홍 문화원장과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한 가운데 터키 내 50여 명의 한국어 학습자들이 경연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 경연 대회에는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이 활용됐다.
<2020 주터키 한국문화원 한국어 말하기 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자 뷔시라씨 - 출처 : 뷔시라 제공>
필자는 온택트 방식으로 열린 한국어 경연대회 현장을 수용자 입장에서 알아보고자 경연대회가 끝난 다음, 각 부문 수상자들과 전화로 만나보았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뷔시라 딜라라씨는 2012년 에르지에스 대학교 한국어 문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터키 CJ 홈쇼핑과 현대자동차 한국 대기업 회사에서 수 년 동안 일하면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다. 통신원은 뷔시라씨의 소개를 듣고서 한국어 말하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거 같은데, 이번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된 동기가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뷔시라씨는 통신원의 물음에 한 마디로 ‘꿈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한국어 경연대회가 교내에서 있었는데, 당시엔 1등을 수상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는 거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꿈은 작가가 되어 한국어 문학책을 저술하는 건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그 꿈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한다. 통신원은 이어서 온택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경연 대회에 대해 좋았던 점과 불편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이후에도 온택트 방식으로 경연대회가 계속될 경우,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지도 생각을 들어봤다. 뷔시라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 바깥 외출을 하는 것도 염려가 되는데, 온라인으로 경연대회가 치러져서 매우 좋았다고 한다. 반대로 아쉬웠던 점은 제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만약 이 같은 방식으로 경연 대회가 계속 이어진다면, 온라인 상이지만 제한된 시간을 조금 더 부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뷔시라씨는 온라인 경연대회 특성상 인터넷 상황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경연 대회 시작 전에 영상과 오디오 테스트를 했을 때, 일부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경연 대회가 시작 된 다음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중요한 경연 대회에서 인터넷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할까 봐서 마음을 졸이면서 대회에 임했다고 한다.
<2020 주터키 한국문화원 한국어 말하기 경연대회 우수상 수상자 딜라라씨 - 출처 : 딜라라 제공>
통신원은 두 번째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 우수상을 가져간 딜라라씨를 전화로 만나 인터뷰 했다. 딜라라씨는 터키 동부 말라티아 지역 약학 대학교 3학년 학생이다. 첫 번째 인터뷰로 만났던 뷔시라씨도 그랬지만, 한국어 말하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이젠 특정 그룹을 너머 여러 다양한 직업군들에 속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딜라라씨도 온라인으로 치러진 이번 경연 대회 가장 큰 장점을 지역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뷔시라씨와 같은 의견이었다. 제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데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 생각과 논리가 어떤지 답변을 들었으면 좋겠는데, 제약된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거다. 짧은 시간 제약의 이유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이 영상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 노트해 놓은 것을 읽기만 해도 영상만으로는 잘 알 수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필자는 마지막 세 번째로 예쁜 한글쓰기 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쉐 귤씨를 전화로 만났다. 아이쉐 귤씨는 이번 온라인 경연대회에 대해 앞서 인터뷰 했던 한국어 말하기 대회 수상자들과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 오랜 기간 캘리그래피 강좌를 수강해 오고 있다고 한다. 수 년 동안 강좌를 들어오고 있는데, 한국어 말하기와는 배우는 단계부터 다른 점이 많다고 한다. 펜과 종이부터 터키에서는 직접 구할 수 없는 재료도 있고, 교사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한다. 자신은 한국문화원이 소재한 앙카라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서 강좌를 배울 수 있었지만, 그 외의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온라인 경연대회 형식으로 열린 대회에서 장점이 단점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던 한국어 말하기 대회와는 달리 예쁜 한글 쓰기는 불편한 점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편했지만, 경연대회 당일에 주제를 받고서 45분 제한 시간 안에 글을 완성하는 것이 아주 어려웠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경연대회가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문화원을 통해 참가자들 모두 동일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쁜 한글 쓰기는 실력과 더불어 종이 재료도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쁜 한글 쓰기 대회 최우수상 아이쉐 귤씨, 경연대회 1등 수상작 - 출처 : 아이쉐 귤 제공>
십 년의 시간보다 먼저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주터키 한국문화원의 9주년 개원기념 문화행사들이 기존의 방식에서 온택트 방식으로 열려 성료됐다. 비대면의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진화된 한류 문화들 덕분에 터키 한류 팬들과의 소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주터키 한국문화원을 통해 계속해서 진화하는 한류 문화와 소통하는 한류 문화를 기대할 수 있기 바란다.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대한민국 정책방송원 KTV 글로벌 기자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