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연초에 시작된 코로나19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 한 해였다. 많은 사람이 모여 영화를 보던 영화관들도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영업이 중단되었다. 영화관 휴관으로 최신작들의 개봉 일정도 연기되는 실정이다. 2019년 시드니영화제의 시드니필름어워드를 수상하고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호주인들에게 한국영화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으며 <기생충>을 관람하려는 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1회 관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회 3회관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영화관관람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온라인관람이 이루어지고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규모단위의 화상미팅과 토론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시드니에서는 약간의 규제완화로 영화관의 영업이 재개되고 있다. 영업재개 이후, <반도>,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 <기기괴괴 성형수>, 3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반도>와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박스오피스에 오르며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저조한 영화관실적에도 선전했다. 작년에는 매달 한편 이상의 한국 최신영화가 개봉되었으나 올해는 한국영화의 개봉이 어려워지자, 이곳의 한국영화와 드라마팬들은 DVD, 넷플릭스 등을 통해 작품을 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에게 한국영화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되어 작품을 발표하는 홍상수감독은 이곳의 영화팬들 사이에도 알려진 인물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 영화와 달리 작품에 자신이 전하는 싶은 메시지를 삽입하여 관객들을 고민하게 하는 홍상수 영화만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고 현지 관객들은 말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작 '도망친 여자' 호주 및 뉴질랜드 개봉 홍보 포스터 - 출처 : CMC Pictures 페이스북 페이지(@cmcpix2017)>
<영화 상영전 열린 상영회 기념촬영 현장 -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10 월말 현지 배급을 맡은 CMC픽쳐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홍상수 감독의 최신 영화인 김민희, 서영희, 송선미 주연의 <도망친 여자(The Woman Who Ran)>가 시드니, 브리즈번을 비롯한 호주의 주요 도시에서 개봉한다고 발표했다. CMC픽쳐사는 3월 12일 이미 베를린영화제 수상작인 <도망친 여자>의 호주와 뉴질랜드 개봉소식을 전했으나, 코로나19로 일정에 대한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일정이 늦어지긴 했으나 배급사는 지난 10월 24일 시드니 뉴타운의 댄디시네마 뉴타운(Dendy Cinema Newtown)에서 사전상영회를 개최했다. 사전상영회는 SBS PopAsia의 앤디 트리우(Andy Trieu)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통신원은 배급사의 초청으로 사전상영회에 참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간 완화된 상태에서 현지 영화산업관련 종사자,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행사였다. 영화상영에 앞서 참석자들은 배급사가 준비한 영화 포스터가 설치된 레드카펫 위에서 사진촬영 기회가 주어졌다.
<영화가 상영 전 상영관 내 관객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영화 상영전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앤디 트리우(Andy Trieu) 사회 - 출처 : 통신원 촬영>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는 2월29일에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다. 아트하우스장르의 영화로 대표적인 영화제의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수상한 것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출신감독의 작품이 은곰상과 감독상을 동시 수상한 것은 2004년 김기덕 감독의 <사마라아> 이후 두 번째 수상이었다. 이 영화는 결혼 후 5년 동안 단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감희(김민희 분)가 남편이 출장간 사이에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의 만남으로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도망친 여자>라는 제목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떤 여자가 도망을 치며, 누구에게로부터 또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을 치게 되는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알 수 없었다. 이 질문의 답 그리고 영화의 메시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관객들은 고민했다. 나 역시 마음속에서 무엇이었을까를 계속 되뇌이게 되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은 1회의 영화관람만으로는 뚜렷한 답을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상영회참석자들 중에는 기회가 되면 다시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몇몇 관객은 홍상수영화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보고 싶다는 영화관람후기를 전했다. 아트하우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도 있었고, 홍상수 감독영화만의 유니크함에 매료되었다고 말하는 관객도 있었다. 여성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특별했다는 소감을 말한 관객도 있었다. 관객들은 다양한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했다. 영화 <도망친 여자>는 시드니, 브리즈번, 캔버라, 퍼스 등의 호주 주요도시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10월22일부터 상영 중이다. 시드니에서는 뉴타운 댄디시네마와 랜드윅 리츠시네마에서 관람할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의 16번째 작품이자 베를린영화제 수상작인 <도망친 여자>가 호주의 영화팬들에게 한국 영화의 또 하나의 특별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될 것이다.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