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온라인을 통해 모인 작은 북클럽 모임에서는 한국의 전래동화와 같은 그림책이 나지막하게 낭독되었다. 1시간가량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인 최유경 씨가 최근 펴낸 두 번째 책, <원스 어폰 앤 아워(Once Upon an Hour)>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모임이다. The Authors Book Club 주최로 이루어진 이번 행사에는 15명의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됐는데, 이들에게는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작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 한국문화를 들을 수 있는 그림책 낭독,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소개한 포스터 - 출처 : The Authors Book Club 제공>
1975년 캐나다로 이민 온 최유경 작가는 2016년 첫 번째 책 <케이의 럭키 코인 버라이어티(Kay’s Lucky Coin Variety)>을 통해 이민자들의 삶의 구석구석을 소개함으로 캐나다 사회가 한인들의 삶을 주목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온타리오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최유경 작가의 이 작품은 ‘Simon&Schuster Canada 이달의 북클럽상’, ‘CBC 올해 12명의 신인작가 소설상’, ‘CBC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 기념 도서 12선’에 선정되기도 했고, 최유경 작가는 Bustle Corn’s이 선정한 꼭 읽어 보아야 할 13인의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캐나다 땅에서 이민자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 오던 최유경 작가는 최근 2020년 10월 어린이 그림책, <원스 어폰 앤 아워>를 선보였는데, 이번 작품은 한국적인 풍경이 물씬 풍기는 삽화를 그린 김소연 작가가 함께 했다. 김소연 작가 역시 캐나다로 이민 온 한인으로 다양한 책에서 일러스트레이트를 맡아 캐나다 및 영어권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종이를 이용한 3차원 입체적인 디오라마를 만들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으로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 줌으로 함께 한 그림책 읽기 모임 - 출처 : 줌 미팅 스크린샷/Ann Y.K. Choi>
평소 같으면 도서관이나 작은 프라이빗룸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림을 함께 보며 작가의 낭독과 설명에 귀를 기울였겠지만, 코로나19로 모두 자신의 거실이나 방 컴퓨터 앞에 앉았다. 최유경 작가는 먼저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할머니가 한국말로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언급하였다. 책이나 문자를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할머니의 마음과 생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놀라운 스토리가 가득했는데, 특히 할머니만이 가진 시간을 따라 그 전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24시간을 기본으로 한 시간이 아닌 해와 달, 별과 함께 만들어 가는 스토리는 더 풍성하고 아름다웠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모두에게 동일하고 같은 하나의 시간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제목 또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살짝 바꾼 <원스 어폰 앤 아워>로 지었다고 한다. 또한 그림책 첫 장에는 딸 유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실제 자신의 딸 이름 유리와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아픈 엄마를 위해 도라지를 찾아 나선 딸 아이의 이야기는 한국적인 삽화로 듣는 이의 눈길마저 사로잡았다. 마치 한국의 전래 동화를 영어로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아픈 엄마를 위해 도라지를 찾으러 가는 아이는 산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고, 착한 마음의 산은 동물들에게 아이를 도와주라고 요청해 본다. 하지만 동물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시간이 없다고 거절하는데 이 과정에서 낮 동안 그리고 밤 동안 어떤 동물들이 그 시간을 대표하게 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한 어린 소녀가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시간을 배워가는 이 그림 동화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캐나다인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참가자들은 이야기 내용과 삽화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팬데믹 기간에 이렇게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것에도 놀라움을 표하고 그 과정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했다. 또한 캐나다인으로 한국적인 문화적 가치를 이어가고자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작가의 딸인 다음 세대에 전달해 가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작가가 수학이나 과학에 비하여 캐나다에서의 영어 교육은 세익스피어로 대표되는 ‘문학’교육 한 가지만 배우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며, 캐나다 원주민 문학과 세계의 다양한 문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희망했고, 그러한 일환으로서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할머니 무릎에서 들어온 한국의 옛이야기는 이렇게 캐나다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들려지고 있다. 한국 문화가 스며있는 이야기 구성과 내용, 그리고 삽화는 그 자체로 캐나다에서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영어로 읽혀지는 한국 이야기, 한국 문화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해 본다.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