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에서 영구눈썹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셰리 신(Sherri Shin) 씨는 손님들의 눈썹 선을 더 자연스럽고 그려주는 것은 물론 스튜디오 곳곳을 한국어로 된 시와 글들로 장식해 이곳을 찾는 고객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을 홍보하고 있다. 그녀는 절대 과하다 싶지 않게, 즉 자연스럽게 타투를 해준다. 고객들이 집에 있을 때엔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있을 텐데 그런 시간에도 자연스러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게 반영구인지라 한 번 너무 짙게 또는 강하게 할 경우, 몇 년간은 그 모양으로 견뎌내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 과하지 않은 선을 지키면서도 부족함을 채워주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과유불급의 철학에 입각한 그녀의 터치는 미 주류사회와 할리웃 스타들에게까지 소문나 그녀의 스튜디오는 늘 쉴새 없이 북적인다. 그녀는 이러한 자신의 미학을 고객의 눈썹은 물론 그녀의 스튜디오 실내에도 적용하고 있다. 스튜디오의 벽에는 그녀가 들풀을 말려 장식하고 한글로 시와 짧은 글을 적어 넣은 엽서가 붙어 있다. 길거리에 있을 때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들풀이 그녀가 눈길을 주어 데려와 말린 후 엽서에 붙이는 오브제로 사용함에 따라 갑작스레 이 세상에서 전혀 보지 못하던 아름다운 꽃으로 변신해 있었다. 진정 아름다움이란 관찰하는 자의 의지의 발현임을 깨닫게 한다. 현지인 고객들은 타투 서비스를 받은 후 거울을 보고 달라진 자기 얼굴에 미소가 감돌고 그제서야 벽면의 들풀들이 눈에 들어오는지 그녀에게 이 엽서들에 대해 묻는다. 그녀는 들풀을 말려 아트 종이에 풀로 붙이고 들풀만으로 조금 부족한 것을 마치 그녀가 1프로 부족한 고객들의 눈썹을 채워 넣듯 색연필로 그려넣 고 좋은 글과 시를 적어 그녀만의 아트워크를 만들었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그렇게 만든 엽서를 선물로 건넨다. 이를 받은 이들은 고마움에 몸둘 바를 몰라 하다가 집에 가져가 냉장고 앞, 화장실 거울 앞 등 가장 눈에 잘 띄는 장소에 걸어두고 매일 바라본다고. 그녀가 적은 한글 짧은 글귀들은 ‘마음 챙김’, ‘매순간 알아차림’, ‘현존’, ‘현재에 집중’,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집착하는 마음이 괴로움을 만든다.’, ‘마음에서 힘을 빼야 지혜가 생긴다.’ 등 그녀가 삶 속에서 매 순간 기억하고 싶은 화두들이다. 그러다가 기분 내킬 때는 직접 시를 쓰기도 한다. 그래도 고마운 건 나이가 들면 조금씩 무뎌진다. 다 머리 속에 담아지지 않아. 기억도 나를 도와준다. 그러니 머리 싸매고 괴로워 할 것도 아냐. 들풀을 발견한 그녀의 기쁨을 잘 말해주는 시는 이렇다. 들풀, 우짜다가 이렇게 이쁜 모양으로 여기에 이렇게 있니.. 아무도 보는 이도 없는데… 내가 발견해서 오히려 싫은 거니? 명예라는 그녀의 자작시도 소개한다. 너의 이름도 모른다. 세상 밖으로 너를 데리고 왔더니, 다들 난리다, 난리. 어디서 왔냐고. 너의 한창 때 어떠했는지 모르나, 고귀하고 그대로 아름답구나. 들풀로 꽃꽂이를 한다고 하루 종일 시껍을 했더니 들풀 향에 취해서 멀미가 난다. 이것도 겨울이라고, 지나고 나면 없어질 들풀에 생명을 넣어서 시집보내드리라고... 어제도 오늘도 웃으며 보냈다. 그녀의 재활용 종이에 들풀을 붙여 만든 지혜의 시화들을 보며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그녀의 시화를 대한 고객들 중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이도 있다. 그녀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현지인 고객들은 그녀에게 주변의 괜찮은 한국 식당을 소개해달라고들 한다. 그녀는 발효 소스 많이 사용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그래도 한국의 전통적 맛을 지키려 애쓰는 식당들을 기억해두고 그 식당의 명함을 가져다가 고객들에게 추천하며 한식 홍보 대사 노릇도 자처하고 있다. 그녀는 한인 라일라 리의 영어로 된 어린이 책인 <민디 김과 맛있는 김 사업(Mindy Kim and the Yummy Seaweed Business)>, <민디 김과 음력 설날 퍼레이드(Mindy Kim and the Lunar New Year Parade)>도 스튜디오에 갖춰놓고 있다. 타투 시술을 받으러 온 여성들이 가끔씩 아이들을 데려오는데 그 아이들에게도 한국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자신이 처해진 조건에서 한국을 알리려 애쓰는 셰리 신씨를 보며 ‘조용한 외교관’이라는 칭호가 떠올랐다.
< 자신이 들풀을 붙여 만든 엽서를 들어보이고 있는 셰리 신씨>
< 그녀는 들풀을 붙이고 짧고 좋은 글을 적은 후 상호까지 아래 적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 스튜디오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그녀는 들풀을 붙이며 엽서를 만든다>
< 들풀을 붙여 만든 그녀의 자작시 엽서들>
< 스튜디오 벽면에도 마른 들풀을 붙여 장식했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