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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팬클럽의 생일 광고, 선한 이미지로 현지에서 주목

2021-03-0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통신원은 지난 12월 29일 작성한 기사('태국 사회는 케이팝 팬들에게 배워라 - 현지 언론의 일갈')를 통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케이팝 팬클럽들이 BTS(지상철)/MRT(지하철) 광고 대신 뚝뚝(삼륜차)에 케이팝 스타들의 생일 광고를 싣고 있는 현상을 다뤘다. 팬클럽들은 과거 우리 돈으로 건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지불하며 매달 BTS/MRT 전광판에 광고를 실어왔던 ‘큰손’이었으나, 반정부시위 과정에서 BTS/MRT가 시위 지역 운영을 중단하는 등 시위 탄압에 협조하자 이들을 배척하는 ‘보이콧’ 운동에 나선 것이다. 거기에 뚝뚝을 통해 다른 나라 팬들과 구분되는 태국의 이미지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영세 사업자들을 돕는 의미까지 더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태국 언론들은 케이팝 팬클럽들이 뚝뚝뿐만 아니라 썽태우(한국의 마을버스 역할을 하는 소형 트럭), 짜오프라야 강의 소형 보트, 노점상, 쌈러(태국 지방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력거) 등에도 ‘생일 광고’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태국 최대 일간지 《마띠촌》 온라인 판은 1월 25일 '창의력은 멈추지 않는다! 길거리 치킨 노점상에 실린 케이팝 팬클럽 생일광고가 LED에게 작별을 고하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변화를 ‘창의적’이라고 호평했다. 이 기사는 '과거 케이팝 팬들의 생일광고는 BTS 전광판을 비롯해 방콕 주요 시내의 대형 광고판을 차지해왔으나 반정부시위를 계기로 광고 문화가 바뀌었다'며, 방콕 짜오프라야 강의 소형 보트에 데뷔 17주년 광고를 실은 박유천 팬클럽을 비롯해 길거리 과일, 어묵, 치킨 노점상 등에는 소녀시대 태연, 드림캐처, 가수 유선호, 배우 손예진의 데뷔 기념일 또는 생일 광고가 실렸다고 전했다.
가수 유선호의 생일 축하 광고판을 달고 있는 방콕의 한 노점상 – 출처 : 통신원 촬영

<가수 유선호의 생일 축하 광고판을 달고 있는 방콕의 한 노점상 – 출처 : 통신원 촬영>>

실제로 통신원이 방문한 방콕 중심가 MRT 수쿰윗 역 앞에도 케이팝 가수의 생일 광고를 부착한 노점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수쿰윗 역 앞에서 팬케이크를 판매하는 에(39) 씨는 2월 한달 동안 유선호 팬클럽이 제작한 생일 축하 광고 배너를 자신의 노점 앞에 부착하고 있다. 소시지 등을 넣은 아침식사용 팬케이크를 20바트(한화 약 750원)에 판매하는 그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학교 휴교 등이 늘어나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내 수레에 광고 의뢰가 온 것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역 바로 앞에서 장사하다 보니 눈에 쉽게 띄어 선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팝 생일 광고로 받는 월 몇 백 바트의 돈이 큰 힘이 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든 그는 “앞으로도 팬클럽들이 노점 광고판을 많이 이용해주기 바란다. 한국 가수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마띠촌》이 인터뷰한 59세의 한 쌈러 기사도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매일 300-400바트(약 1만1,000원-1만5,000원)의 수입을 거뒀으나 최근에는 수입이 크게 줄었다. 매일 쌈러 대여비(40바트)를 지불하면 남는 것이 없어 고향으로 돌아간 동료도 있다'며 최근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보통 광고판으로 사용되지 않던 이들의 쌈러에 케이팝 광고가 부착되면서 지불된 광고비는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기사 역시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이밖에 태국 대형 온라인 미디어 업체인 《웡나이》에 소속된 웹 매거진 《브랜드 인사이드》에도, 1월 30일 달라진 케이팝 팬들의 광고 형태에 대해 다룬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스타들의 기념일, 생일 축하하는 광고는 한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주로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등이 이용되고 있다'며, 초기 태국 팬들도 한국 팬들에게 영향을 받아 BTS/MRT에 광고를 싣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020년 반정부시위를 기점으로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는 자본주의자(BTS/MRT 등 대형 기업)들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케이팝 팬들이 뚝뚝과 노점상에 광고판을 붙이며 지불하는 소액의 광고비로 이들 소형 자영업자는 주변 환경을 개선하거나 고장난 카트를 고치는 등 도움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랜드 인사이드》는 이 아이디어로 팬클럽과 소형 자영업자들 모두가 만족하고 있으며, 뚝뚝과 길거리 노점상 주변의 유동인구 또한 많기에 광고 효과도 있고 한류 스타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현지 10대 주력 웹사이트 《덱디》는 1월 29일 가수 유선호 팬클럽이 생일 축하 이벤트를 위해 개설한 트위터 계정(0128TWENTYOO)을 통해, 현지 케이팝 팬클럽들이 이 같은 광고 이벤트를 어떻게 펼치게 되는지 상세하게 다뤘다. 팬클럽 대표는 '당초 목표했던 모금액인 9,000바트를 훨씬 뛰어넘는 3만 바트가 모금되어 유선호의 20번째 생일 축하 광고를 성공적으로 하게 되었다'며 '지난해 방탄소년단 팬클럽인 '아미'가 뚝뚝에 생일 광고를 실으며 큰 관심이 생겼고 소녀시대 태연 팬들이 시작한 노점상 광고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선행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기부도 실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뚝뚝 광고(10-20대)에 1만9,000바트, 노점상 10곳에 3,500바트, 자선재단에 쌀 200kg을 기부하는 데 6,300바트를 사용하였으며 이 과정을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 등으로 상세하게 기록했다.

달라진 케이팝 팬들의 생일 광고 모습은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언론 외에도 SNS에 화제가 되면서, 대형 기업에 수백만 원의 광고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어려운 수십, 수백 명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소액의 광고비를 지원하는 모습이 ‘진정한 부의 재분배’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광고하는 한류 스타들도 덩달아 화제가 되면서, 상생을 도모하는 생일 광고 문화가 한류 이미지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참고자료
《마띠촌》 (21. 1. 25.) <ครีเอทไม่หยุด! แฟนด้อมเกาหลี ขึ้นป้ายวันเกิด ‘รถไก่ทอด-สามล้อถีบ’ บอกลาป้าย LED>, https://www.matichon.co.th/entertainment/news_2546216
《브랜드 인사이트》 (21. 1. 30.) <เจาะลึก โปรโมทศิลปินเกาหลีรูปแบบใหม่ ติดป้ายร้านรถเข็น-ตุ๊กตุ๊ก กระจายรายได้ แทนป้าย MRT>, https://brandinside.asia/new-way-of-k-pop-promote/
《덱디》 (21. 1. 29.) <เปิดเบื้องหลัง ‘ป้ายวันเกิดศิลปิน’ ติดร้านค้ารถเข็น-ตุ๊กตุ๊ก วัฒนธรรมใหม่ของแฟนด้อมเพื่อช่วยเหลือ Local Business>,
https://www.dek-d.com/activity/57142/?fbclid=IwAR2gl1F3FYEv0hGSxXTYDQ4okumlrjdz8dyGN5mBtsIMZblvnII1uYK7ksw

통신원 정보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