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선진국인 태국에서 현지인들과 '한국 드라마'를 주제로 대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같은 한국인들과 대화하는 것과 다름없이, 그들도 최신 한국 드라마를 넷플릭스나 Viu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열심히 시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한국이나 한류에 관심이 없는 태국인이더라도, 한국 드라마는 열심히 시청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통신원도 가끔 주변 현지인들로부터 본인이 재미있게 본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꼭 보라든지, 아니면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안타깝게도 '진짜 한국인'인 통신원은 드라마 시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대신 요즘 어떤 드라마가 인기라고 하더라 정도는 알고 있어 그것으로 답을 대신해주는 편이다. 어쨌든 태국인들 사이에 한류 드라마가 익숙한 대화 소재로 자리잡았음을 증명하듯, 최근 한류 드라마를 소재로 한 팟캐스트들이 하나 둘 등장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선 한국 드라마 관련 종합 사이트인 'Korseries.com'에서 매주 제작, 방송하고 있는 'Korseries Podcast'가 대표적이다. 3명의 여성 진행자가 매주 한 편의 한국 드라마(또는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이다. 'Korseries.com' 웹사이트를 설립한 '소프트', 전업 작가이자 열혈 한국 드라마 팬으로 트위터(@bluesherbet_)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역사와 연예계에 대한 글을 자주 올리고 있는 '룩와', 한국의 대형 성형외과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에어' 3명이 진행을 맡아 드라마에 대한 감상부터 사회적 배경, 경제, 기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12월 첫 방송을 시작해 <내 ID는 강남미인>, <스위트홈>, <경이로운 소문>, <여신강림>, <철인왕후>, <승리호> 등 다양한 최신 화제작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애플 아이튠스,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주제로 한 'Korseries Podcast' 방송 – 출처 : 스포티파이 팟캐스트 서비스 화면>
한편 주로 젊은 독자를 겨냥한 온라인 잡지 《더 스탠다드(The Standard)》에서는 2월부터팟캐스트를 제작, 방송하고 있다. '드라마, 특히 꼭 봐야할 한국 드라마들을 주제로 숨겨진 모든 이야기와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가진 진지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팟캐스트는, 《더 스탠다드》의 쩜시리 루앙수파폰(Jermsiri Lueangsupaporn) 기자와 작가 겸 디자이너인 에디 소폰(Eddie Sophon)이 진행한다. 첫 편인 <철인왕후> 편이 조회수 2만 3,993회(유튜브 기준)를 기록했으며 '<응답하라 1988>과 드라마 속 1980년대의 한국 역사', '<펜트하우스>, 광적인 삶의 전쟁' 등 2편, 3편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쩜시리 기자는 지난 해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인기를 모으며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 등장한 한국 프라이드 치킨의 역사를 쫓다'라는 기사(URL: https://thestandard.co/the-king-eternal-monarch-fried-chicken-wings/)를 작성한바 있는 기자로, 한국의 역사 및 사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에디 소폰은 예술, 음악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Korseries Podcast'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을 다룬 'Watch series to be serious' 팟캐스트 – 출처 : 더 스탠다드 팟캐스트 유튜브 채널(@THE STANDARD PODCAST)>
이런 팟캐스트가 등장하고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드라마 관련 팟캐스트를 즐겨 듣고 있다는 '녹'(26세, 직장인) 씨는 정보성과 오락성을 꼽는다. '최근 드라마 <철인왕후>를 재미있게 봤는데, 드라마 속 역사적 배경이나 왕실 등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역사적 주제를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팟캐스트를 들으면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쉬운 말로 설명해주기 때문에 재미있게 잘 듣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좋아하는 드라마에 대해 함께 수다 떠는 느낌도 들어 선호한다고 한다. ‘인터넷 라디오’로 번역되곤 하는 팟캐스트는 유튜브와 더불어 폭넓은 주제와 관심사를 다루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 한류를 주제로 한 다양한 팟캐스트의 등장이 예상되며, 이 또한 한류의 확산과 지속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 이들이 말하는 정보가 충분히 검증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사극 등을 다루면서 한국의 역사를 다룰 때, 혹시 팟캐스트가 잘못된 정보를 전한다면 그것을 발견하고 정정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