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저녁 '스톡홀름 문화의 밤(Kulturnatt Stockholm)' 행사가 개최됐다. 매년 정기 개최되는 위 행사 기간에는 스톡홀름 곳곳의 다양한 문화 기관이 스톡홀름 시민들에게 무료 입장과 더불어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스톡홀름 문화의 밤(Kulturnatt Stockholm)'을 홍보하는 스톡홀름 시립극장(Stadsteatern) - 출처: 통신원 촬영 >
2010년 처음 시작된 '스톡홀름 문화의 밤' 행사는 벌써 올해 15주년을 기념한다. 행사 시작 시간인 18시경 스톡홀름 중앙역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벼 이동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행사는 말 그대로 18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되며 몇몇 문화 기관은 자정을 넘겨 새벽 2시까지 운영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밤에는 문을 닫는 시설에 입장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회다.
< 행사 프로그램 - 출처: 스톡홀름 문화의 밤(Kulturnatt Stockholm) 홈페이지 >
위 사진처럼 '스톡홀름 문화의 밤' 공식 홈페이지에서 행사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보이는 비영리 협회(Hökis Visrum)에서는 라이브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이 진행되고 누구나 공연 가능한 오픈 스테이지가 제공된다. 노벨상 박물관(Nobel Prize Museum)에서는 전시 '세상을 바꾼 것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종이접기, 시 콜라주, 게임, 공예 프로그램, 전시 가이드 투어, 라이브 음악 공연이 진행된다. 스톡홀름 콘서트후셋(Konserthuset Stockholm)에서는 악기 연주 체험, 옥상 테라스 전경 투어, 피아노 콘서트, 음악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연, 실내 합창단 공연, 클래식 음악 공연 등이 진행된다. 올해는 행사 지도가 제공돼 어디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지 쉽게 알 수 있고, 여러 기관을 방문하기에도 쉽게 동선을 계획할 수 있다. 통신원은 스톡홀름 중앙역에서부터 섬 리다르홀멘(Riddarholmen), 구시가지 감라 스탄(Gamla Stan)까지 걸어가며 행사를 즐겨보기로 했다.
< 아비치 익스피리언스(Avicci Experience) 전시장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중앙역 바로 옆에 위치한 아비치 익스피리언스(Avicci Experience). 스웨덴 출신 유명 아티스트인 아비치(Avicci)의 삶을 돌아보고 그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전시관이다. 전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티스트 한 명을 기리기 위한 전시 공간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보여준다. 스톡홀름에 그의 이름을 딴 대형 아레나 아비치 아레나(Avicii Arena)도 바로 그 증표다. 해당 전시장은 규모에 비해 평소 입장료는 꽤나 비싼 편인데 '스톡홀름 문화의 밤'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그 취지에 맞게 남녀노소 다양한 방문객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그의 음악을 듣고 직접 전자 음악을 연주해 보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 리다르홀멘 교회(Riddarholmskyrka)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리다르홀멘(Riddarholmen)에 위치한 스톡홀름 대표 건축물 중 하나인 리다르홀멘 교회(Riddarholmskyrka)는 통신원도 방문해 보지 못한 곳인데 이번 행사 덕분에 둘러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입장한 후 교회 안의 유적들을 구경하고 콘서트 시간이 다가오면 음악을 즐겼다. 이곳은 왕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해 밤의 리다르홀멘 교회는 꽤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스톡홀름 문화의 밤' 행사 공식 색상인 보라색 조명이 켜졌고 직원들은 중세 시대 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방문객들에게 질문을 받고 답변하기도 했다.
< 스톡홀름대성당(Storkyrkan) - 출처: 통신원 촬영 >
역시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 스톡홀름 대성당(Storkyrkan)도 자유롭게 입장해 구경할 수 있었다. 스웨덴 왕실의 빅토리아 왕세녀가 결혼식을 한 곳으로도 유명한 이 성당의 내부는 금으로 둘러싸여 감탄을 자아낸다. 이 성당에서는 고등학교 라스-에릭 랄손짐나지움(Lars-Erik Larssongymnasium)의 합창단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앳된 학생들이 오늘 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을지 눈에 선했다. 이처럼 '스톡홀름 문화의 밤'은 문화 기관, 학교, 지역 커뮤니티, 코뮨(지자체) 등의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준비하고 모두가 스톡홀름을 즐길 수 있는 뜻깊은 행사다. 무엇보다도 역사 깊은 문화재 내부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 출처: 통신원 촬영 >
'스톡홀름 문화의 밤' 축제가 주말에 열리는 대규모 무료 행사이다 보니 많은 스톡홀름 시민들이 몰린다. 입장 줄도 매우 긴 경우가 대부분이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공연, 프로그램들은 30분, 1시간 간격이므로 긴 줄에 비해 입장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스톡홀름의 4월 말은 아직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 저녁 늦게까지 여러 시설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껏 들뜬 사람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밤의 분위기는 '스톡홀름 문화의 밤'만의 독특한 즐거움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스톡홀름 문화의 밤(Kulturnatt Stockholm) 홈페이지, https://kulturnattstockholm.se/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