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은 아카데미시상식, 칸영화제 등 2019년과 2020년에 열린 세계적인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기생충>을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드물 정도라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호주 영화산업계에서 비영어권 영화에 눈을 돌리게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간 호주는 세계적인 영화제를 개최하며 지구촌 각 지역의 영화에 특별한 관심을 표해왔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인 호주에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 현상 특히 영화에서 보여주는 보편성과 함께 특별한 현상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보인다. 호주사람들은 <기생충>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기생충>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계층’이라는 이슈를 잘 그려내,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 '미나리' 공식 홍보 포스터 – 출처 : Madman Films 페이스북(@madmanfilms)/A24, 플랜 B 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확진자가 호주에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영화관운영이 한동안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작년 7월부터 영화관의 영업이 부분적으로 재개되었고, 시드니는 지난 2월 28일부터 100% 관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생충>의 인기가 식어가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화제의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Minari)>다. 동 작품은 한국계 이민 가족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미국에 정착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과 아역 배우 알란 S. 킴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는 다양한 문화권의 이민자들이 사는 호주와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 KOZZIECOM의 대표이자, 호주에서 태어난 한인 이민 2세 쇼나 양(Shona Yang)의 기고 – 출처 : sbs.com.aup>
<영화 '미나리'의 현지 배급사인 ‘Madman Films’가 제공한 관람권 – 출처 : 통신원 촬영>
<영화 '미나리'를 상영 중인 시드니 로즈 소재의 리딩시네마 벽에 걸린 홍보 전광판 – 출처 : 통신원 촬영>
영화 <미나리>는 지난 1월 16일에서 시드니영화제(Sydney Film Festival) 썸머시즌 영화제(Summer Season Festival)에서 선 상영된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기생충>의 배급을 맡았던 매드맨필름스(Madman Films)는 SNS를 통해 1월 18일 자 포스팅에서 영화 <미나리>가 2월 18일 호주영화관에서 정식 개봉될 예정임을 전했다. 한국이민 2세 코미디언 해리 전(Harry Jun)은 영화 <미나리>를 보면서 아이 역할의 나온 데이빗(Alan Kim)에게서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떠올리며 영화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호주 공영방송사 《SBS》는 2월 11일 호주 한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미디어 플랫폼인 KOZZIECOM의 대표 한인 이민 2세 쇼나 양(Shona Yang)이 작성한 기고문을 게재했다. ‘영화 <미나리>는 단순한 외국영화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Minari isn’t just another ‘foreign’ film, it’s also our story)’라는 제목의 기사는 호주에 이민 후 정착한 자신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영화 <미나리>의 내용이 일맥상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영화에는 한국어 대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의 이민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이민자들이 공감하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연대감을 느낀다. 엄마와 딸, 외할머니와 손주가 자아내는 정서의 의미에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이러한 형태의 가족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정서라는 점을 보여준다.
<‘골든글로브 수상작 '미나리'를 찍은 호주사람을 만나자’라는 제목의 기사 – 출처 : smh.com.au>
영화제작은 배우 브래드 핏(Brad Pitt)이 대표로 있는 Plan B와 A24가 제작사로 참여했다. 호주가 이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영화촬영에 호주인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시드니 모닝헤럴드》 3월 5일 자에 실린 ‘<미나리>를 촬영한 호주인을 만나자(Meet the Australian who shot the Golden Globe-winning Minari)’라는 제목의 기사는 호주 출신 라클란 밀네(Lachlan Milne)가 영화촬영기사로 참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라클란은 2년 전 퀸즐랜드에서 진행된 할리우드 어드벤처 장르의 영화, <러브 앤 몬스터스(Love and Monsters)> 촬영을 마친 날 미국의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 주간 오클라호마에서 진행된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촬영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이민자가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은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의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수의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고 전하며 영화 <미나리>의 선전을 기뻐했다.
<지난 3월 1일 배우 윤여정을 인터뷰 한 현지 라디오 ‘2GB’ - 출처 : 2GBu>
또한, 호주 라디오 방송사인 《2GB》는 지난 3월 1일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 역의 베테랑 배우 윤여정 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되었음에도 유창한 영어와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인터뷰 중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진행자 드보라 나이트(Deborah Knight)에게 미나리와 한국의 놀이 중 하나인 화투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할머니 냄새’라는 한국적인 표현에 관한 질문, 그리고 외국인을 한옥에 초대해 대접하는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진행자가 “코로나19의 영향이 잦아들면, <윤스테이>에 방문하고 싶다”고 언급하자, 윤여정은 “한국에서 지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웃으며 말리기도 했다. 미국 배우 조합 시상식에서 최고 여자조연 배우상을 수상한 소감에 관한 질문에서는 “아직도 믿기지 않으며, 어떤 기분이었는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영화 관련 시상식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영화 <미나리>가 다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호주사회에서 특별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 참고자료 https://www.sbs.com.au/topics/voices/culture/article/2021/02/10/minari-isnt-just-another-foreign-film-its-also-our-story?fbclid=IwAR1-lncMiBEFx6trt0biZ7W6uCiaOtWFk-_E7sLXCwi0bAbpFO8_d-sRqT0 https://www.smh.com.au/culture/movies/meet-the-australian-who-shot-the-golden-globe-winning-minari-20210303-p577ib.html https://www.2gb.com/poignant-new-film-minari-paves-way-for-history-making-actress/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