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부터 각종 캐나다의 언론에는 그 뜻도 생소한 <미나리>라는 영화가 높은 화제성으로 회자됐다. 2020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은 직후, 캐나다 주류 언론들은 일찍부터 2020년 최고의 영화로 <미나리>를 꼽았고, 각 비평가 협회와 평론가들은 영화 <미나리>에 대한 극찬을 이어갔다. 영화 <미나리>는 이민 1세의 헌신,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강인함, 가족 사랑이라는 작품 속 내용에 관한 것뿐 아니라, 아시아인 혐오 범죄와 더불어 외국어 영화의 경계, 북미 아시아 영화인들의 활약 등 함께 고민해야 할 많은 문제를 제기해왔다. 캐나다 미디어의 화려한 조명은 2021년 4월 25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음으로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한국영화상 최초로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 관련 기사들- 출처 : Varity, Edmonton Sun, Hello! Canada, City News>
전 세계 영화인들뿐 아니라 영화 관련자들과 영화 팬들도 손꼽아 기다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에는 소규모로 치러졌다. 레드카펫은 예년에 비해 작고 소박했지만, 소수의 영화계 스타들이 참석하여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개최해 그 저력을 발휘했고, 이는 많은 영화팬들에게 고무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했다. 영화 <미나리> 팀의 소식은, 윤여정,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김 배우와 정이삭 감독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부터, 그날 입은 의상에 이르기까지 캐나다 언론에 그대로 중계되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으로 오스카 6개 부분 후보에 오른 <미나리>는 전 세계 쟁쟁한 영화들과 경쟁하여, 드디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다. 대부분의 캐나다 미디어들은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 수상 직후 무대에서 한 소감부터 기자회견의 내용까지 상세히 보도하였다. 또한 영국인들 앞에서 ‘속물적(Snobbish)’이라 언급해 화제가 되었던, 그녀의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까지 소환되었다. 캐나다 언론은 윤여정 배우의 일대기와 솔직하고 담백한 그녀의 매력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 중 《버라이어티(Varity)》는 영화 속 장면을 인용해 ‘마운틴 듀’ 한잔을 들어 달라며 윤여정 배우의 수상을 축하했는데, 플랜 B의 제작자 브래드 피트에게 건넨 인사와 자신의 이름 발음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용서와 같은 농담, 함께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Glenn Close), 올리비아 콜먼(Olivia Colman), 아만다 세이프리트(Amanda Seyfried), 마리아 바칼로바(Maria Bakalova)에 대한 존경, 미국인들의 환대, 그리고 자녀들에 대한 감사까지 그녀의 소감을 그대로 전하였다. 알버타 지역 일간지 《에드먼튼 썬(Edmonton Sun)》은 무대 뒤에서 있었던 ‘《엑스트라(Extra)》 미디어의 무례한 질문과 재치있는 윤여정 배우의 대답을 보도했다. 또한 《헬로 캐나다 (Hello! Canada)》는 윤여정 배우가 무대 뒤에서 한 인터뷰 중 ‘심지어 무지개도 7 색깔이 있어요. 우리를 백인과 흑인, 동양인 등으로 나누는 것은 좋지 않아요’라고 말한 내용을 보도하며 그녀의 철학을 소개하기도 헀다. 2016년 #OscarSoWhite(오스카는 순 백인판) 라는 해시태그 전쟁을 일으킨 이후 언론과 대중들의 비난에 직면해 온 할리우드는 2021년 ‘다양함’과 ‘포용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탄 윤여정 배우를 비롯해, <노매드랜드>로 작품상을 수상한 중국계 클로이 자오(Chloe Zhoa)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데니엘 칼루야(Deniel Kaluuya)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캐나다 방송국 《토론토 시티 뉴스 (Toronto City News)》는 여전히 할리우드는 넘어야 할 지점이 곳곳에 있다고 언급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과 이슬람교도로서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에 오른 리즈 아흐메드(Sound of Metal) 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또한 작년 영화 <기생충>이 앙상블상을 받을 때도, 장혜진, 조여정, 최우식, 이정은, 이선균, 박소담, 송강호라는 이름 대신 ‘그들’로 호명한 것 등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배경 정도로 서구 디아스포라의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아시아인을 대하는 증거라고 강조헀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캐나다는 정체성의 충돌, 세대의 충돌, 문화와 가치의 충돌 등 수 많은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가고자 하는 의지 또한 크다. 그래서일까, 이러한 틈새 에너지를 문화적 예술적 감수성과 스토리 텔링으로 엮어내는 수많은 이야기에 캐나다 미디어는 귀를 기울인다. 소수자의 이야기, 일상의 이야기 그리고 통합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포용과 통합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한국 드라마, 한국 소설, 그리고 한국영화가 캐나다 사회에 던져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역할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Varity》 (21. 4. 25.) <‘Minari’ Star Yuh-Jung Youn Makes History as First Korean Actor to Win an Oscar>, https://variety.com/2021/film/news/yuh-jung-youn-oscar-best-supporting-actress-minari-1234957087/ 《Edmonton Sun》 (21. 4. 26.) < 'I'M NOT A DOG': Yuh-Jung Youn shuts down reporter's Brad Pit questio>, https://edmontonsun.com/entertainment/movies/im-not-a-dog-yuh-jung-youn-shuts-down-reporters-brad-pitt-question 《Hello! Canada》 (21. 4. 26.) , https://ca.hellomagazine.com/celebrities/02021042660070/youn-yuh-jung-best-supporting-actress-win-diversity-quote/ 《Citynews》(21.4.22) < Oscar slate holds 'firsts'' for Asian actors, filmmakers>, Https://toronto.citynews.ca/2021/04/22/oscar-slate-holds-firsts-for-asian-actors-filmmakers/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