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벌써 마스크를 쓰고 다닌지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째가 되어가는 것 같다. 러시아에서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규제가 한국 만큼 심하진 않은 것 같지만 여전히 러시아에서는 마트, 백화점에 들어가기 전이나 지하철, 버스를 타기 위해서 꼭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하고 착용하지 않을 시 벌금을 내야한다는 기사를 보고, 확실히 한국 방역당국이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거나 이미 코로나바이러스에 확진된 후 회복했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또 이들은 더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인들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는 외출 시 핸드폰보다 먼저 챙기는 물건이 되었고 어느새 마스크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마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장을 보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마스크 이외에 러시아에서는 우리가 모르게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가 생각보다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소식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코로나 이후 1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택근무를 권하는 기업들이 여렷 있다. 사실 재택근무에 대한 이야기는 코로나바이러스 전부터 논의되었지만 기존 전통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총수로서 쉽게 시도하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힘들지만 하루하루 회사에 나가 일을 했던 지금의 중년층들은 집에 있으면 오히려 ‘일을 덜한다’라는 생각을 하며 힘들지만 회사에 나가는 것이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러시아 방역국에 의해 모든 것이 올스탑 되면서 세대를 막론하고 전원 재택근무에 돌입한 기간도 있었다. 시행 초기에는 대다수의 직원들은 아침부터 출근 준비에 바쁘지 않아서 좋고 출퇴근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3개월 이상 장기화 되자 처음에 좋았기만 했던 재택근무가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 사람들의 근무환경을 보면 한국사람들 보다 여유롭다. ‘여유롭다’라는 말은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압박감 없이 더 차분히 업무에 임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업무 중간중간 동료와 마주 보며 농담도 하고 커피나 차도 한잔하면서 담소를 주고 받는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이렇게 대화를 좋아하는 러시아 사람들은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근무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남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많았다. 이렇게 우리 인간 사회에서 실질적인 대면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삶도 많이 바뀌었다. 통신원은 러시아 모스크바 한국어학당에서 보조 교사로 2년 정도 일을 했었다. 덕분에 많은 러시아 친구들이 생겼고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러시아어도 배워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수업이 시작되어서 보통 오후 1시에 수업이 끝나곤 했다. 수업이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으러 가고 커피도 마시러 다니면서 휴일을 즐겼다. 통신원이 보통 어울렸던 친구들의 연령대는 보통 30대 중후반대였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주말은 황금과도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기꺼이 이 시간을 한국어를 배우는데 시간을 썼고 일주일을 토요일 한국어학당에 오는 것을 기다리며 보내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학습을 위해 러시아 사람들이 주말 아침에 공부를 하고 서로 어울리는 것을 보며 참 마음이 따뜻해진 기억이 난다. 그래서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한국어 강의 수강을 위해 문화원에 방문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문화원은 단순히 한국어만 배우러 가는 곳이 아닌, 문화를 체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비대면 수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사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매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으며 오랫동안 한국어에 대한 학구열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한국어를 배우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발걸음을 재촉하던 예전의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성명 : 오준교[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러시아/모스크바 통신원] 약력 : 효성 러시아 법인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