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오(Sandra Oh)가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더 체어 The Chair>가 캐나다 넷플릭스에서 TV 프로그램 부분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 <더 체어>는 대학 내 제도적 가부장제와 인종차별, 성차별, 백인 특권 등에 대한 이슈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다양한 소재를 흥미롭게 엮은 넷플릭스의 새로운 코미디 6부작 시리즈이다. <더 체어>는 드라마에서 작가와 제작자로 참여한 아만다 피트(Amanda Peet)와 하버드대학 박사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인 애니 와이먼(Annie Julia Wyman)의 공동 작업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산드라 오가 자신의 민족적 배경을 드라마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내고 한국적 요소를 세밀하고 중요하게 다룸으로써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고, 이에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다문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겨 온 캐나다 내에서, 한국 문화는 캐나다 스크린 전면에 등장하며 캐나다 주류 백인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된 것은 다소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한류의 전반적인 인기와 함께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다가갔지만, 캐나다 내에서 완전한 대중성을 담보하기에는 세대와 다문화 복합체라는 캐나다 문화의 간격을 띄어 넘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 공영 방송 《CBC》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의 등장과 전국적인 인기, 그리고 영화 <기생충>과 윤여정의 연이은 오스카 시상은 한국 문화에 대한 캐나다 내 대중적인 인식을 좀 더 새롭게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에 캐나다의 미디어들은 한국 문화와 한국 음식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촬영 중이며, 한국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캐나다인들의 소설 또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2006년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와 2019년 <킬링 이브(Killing eve)>로 두 번이나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탄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가 자신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전면에 앞세우며 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는 한국 문화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넷플릭스에서 연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더 체어’ - 출처 : 넷플릭스 캐나다>
지난 8월 20일 넷플릭스 캐나다에 처음으로 선보인 <더 체어>는 8월 25일까지 연일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분에서 전체 1위를 하며, 관객들과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캐나다 언론들 역시 <더 체어>가 작품에서 보여준 여러 스토리텔링 요소에 관심을 가지고 인기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캐나다 미디어인 《토론토 스타(Toronto Star)》는 ‘산드라 오, 새로운 넷플릭스 코미디 <더 체어>가 민족성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말하다(Sandra Oh talks about how new Netflix comedy ‘The Chair’ explores ethnicity)‘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산드라 오와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그녀의 전작이었던 <그레이 아나토미>와 <킬링 이브>에서 연기했던 시기에는 “자신이 가진 민족성에 대해서 고민할 기회와 필요가 없었고, 정치적인 면에서도 인종과 민족에 관한 언급을 누구도 하지 않던 시기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더 체어>에서는 “늘 자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민족적인 요소들을 직장, 가정과 같은 일상 속에서 무겁지 않게 녹여냄으로 이 역할을 통해 실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통합적인 모습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캐릭터를 연기 할 수 있다”면서 더불어 “캐릭터가 가진 민족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산드라 오는 “할리우드 내에서 인종적 장벽을 없애고 민족적, 인종적 대표성의 문제를 다루는 일에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민족성이라는 것이 ‘나는 아시아 여성이다!’라고 소리치며, 시위와 같은 형식으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더 체어>에서처럼 자신의 이름이 한국식으로 ‘김’, 혹은 ‘지윤’이라고 불리는 방식, 한국 부모님과 모국어로 소통하는 방식 등으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인이라는 민족성을 드러내고 재현하는 것이 더 실제와 가깝다고 느끼기에 큰 의의를 둔다고 했다.
<캐나다 미디어 토론토 스타가 분석한 ‘더 체어’ - 출처 : 토론토 스타>
실제, 드라마 내에서 김지윤(산드라 오)는 자신의 아버지(이지용)와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데, 이는 산드라 오의 특별한 제안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지만, 실제 이민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일어나는 대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한국어 대사를 요구한 것이다. 또한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가는 장면, 지윤의 집에 보이는 십자가, 그리고 민지의 돌잔치에서 일어나는 헤프닝들은 <더 체어>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큰 스토리 라인인 대학 내의 다양한 관계 설정과 문제 해결 방식에도 성찰을 준다. 실제 극중 김지윤 학과장은 대학 내에서 인문학의 위기, 세대, 인종의 거대한 문제뿐 아니라 대학 내 직책을 맡는 일, 위원회 내의 구성, 대학원생과 교수 관계, 비종신 교수와 종신 교수와의 관계 등을 풀어간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입양한 타민족 자녀와의 갈등과 화해, 동료 교수와의 로맨스와 인간적인 우정 등을 버무려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김씨네 편의점>이 캐나다 내에서 호평을 받으며 시즌을 끝냈지만, 마무리 단계에서 아시아계 작가의 부재와 서구 제작자들과 소통 문제, 드라마 내에서 한국적 요소 등을 드러낼 수 없었던 시스템적인 한계를 보이면서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보였다. 하지만 <더 체어>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한국 문화의 전통과 가치들을 드러내기 위해 실제 각본을 바꾸고, 조언을 구하며, 산드라 오와 논의를 거듭했다고 밝히고 있다. 산드라 오 역시,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를 위해 작가들과 이야기 하며, 자신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엄청나게 중요했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그녀는 극 중 김지윤 교수가 입양하는 딸 에벌리 카르가닐라(Everly Carganilla)의 캐스팅이 가장 본질적인 요소의 반영이라고 강조했다. 주주(Juju) 딸의 역할에 카르가닐라가 캐스팅 되면서, 아역 배우의 실제적인 문화적 배경이었던 라틴과 필리핀 문화를 스토리 속에 새롭게 추가시킴으로 드라마는 계속해서 스토리를 변경하고, 민족과 인종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즉, 이는 단순히 드라마 내용 속에 다양한 민족적 이야기가 양념처럼 들어 있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실제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 구성 속에 첨가하며, 변경하며, 실제화시키려고 하는 드라마 작가, 제작자, 그리고 배우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타문화의 민족성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드라마 자체 이야기 속에서만이 아니라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 중에 고스란히 실제화시킬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학 내 여러 이슈들과 일상의 이야기들이 단조롭고 평이롭게 다가오지 않고, 틈새로 보이는 그들의 노력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류에 대한 우리의 관심 또한 좀 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캐나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속에 한국인과 한국말이 나오고, 한국 전통문화인 돌잔치가 중요한 스토리 소재로 등장하는 것에만 우리의 관심을 머물지 않고,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다양한 민족성과 인종 이야기 속에 한국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한류의 장기지속을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 참고자료 《Toronto Star》 (21. 8. 19.), https://www.thestar.com/entertainment/television/2021/08/19/sandra-oh-talks-about-how-new-netflix-comedy-the-chair-explores-ethnicity.html?rf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