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언론분석] 스페인, 한류에 스며들다

2021-11-2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스페인 내 한류 콘텐츠 붐을 다룬 스페인 일간지 '엘 데바테' - 출처 : El debate

<스페인 내 한류 콘텐츠 붐을 다룬 스페인 일간지 '엘 데바테' - 출처 : El debate>


싸이에서 방탄소년단,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진 한류의 물결이 심상치 않다. 한류의 존재를 수면 위로 띄운 <강남스타일>이 이슈였던 2013년과 <오징어 게임>이 스페인 넷플릭스 1위를 몇 주간 이어가고 있는 2021년. 그 시간 동안 소수의 ‘오타쿠’ 문화로 치부되었던 한류가 스페인 문화의 일부가 되고, 곧이어 주류가 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스페인 시내 광장에서 스페인 청소년들이 케이팝 커버 댄스를 추고, 스페인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자라 매장에서 한국 노래가 흘러나온다. 영화관에서는 한국 영화 기생충이 스페인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거리 잡화점에서는 ‘오징어 게임’이라고 한국어로 선명히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스페인 무르시아 동네의 한 제과점에서는 핼러윈 맞이로 기획한 달고나 판매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핼러윈을 앞두고 코스튬을 판매하는 가게에는 <오징어 게임> 의상을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한다. 세종학당은 물론 마드리드 시내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원들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한식당과는 상관없는 시내 카페들에서 김치를 만들어 판다.

이는 스페인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한류의 영향을 보여주는 작은 예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스페인 현지의 생활에 스며들고 있었던 한류는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중문화로서의 인기를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한류의 인기는 현지인들에게도 경이로운 현상이다. 누구도 정확하게 왜인지 어떻게 인지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는 명백한 사실이고, 한류의 폭발적인 인기는 항상 문화를 선도하고 전파하는 입장이었던 이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문화 현상에 대해 스페인 언론들은 한국 대중가요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경제와 관련된 역사를 들여다보는 하는 방법으로 이유를 찾으려고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다만 한가지, 이들 언론이 공통적으로 들고 있는 것은 물리적인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국제 플랫폼이 한류의 인기에 큰 한몫을 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인식하기 전부터 한류는 한국의 경제 발전과 함께 꾸준히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부의 지원이다. 스페인 《엘 데바테(El debate)》은 한국문화원을 “마드리드의 파라다이스”라 소개하며 오지훈 스페인 한국문화원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발행하며 스페인 내 한류의 인기를 되짚었다. 그와 함께 언제나 묵묵히 일하며 한류의 인기에 제 몫을 해 왔던 한국문화원의 역할을 소개했다.
스페인 이벤트 회사 우모르 아마리요(Humor amarillo)가 3일간 비고(vigor)에서 기획한 ‘오징어 게임’ - 출처 : 우모르 아마리요

<스페인 이벤트 회사 우모르 아마리요(Humor amarillo)가 3일간 비고(vigor)에서 기획한 ‘오징어 게임’ - 출처 : 우모르 아마리요>


11월 15일 기준, 2개월 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스페인 넷플릭스에서 8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시청자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시즌 2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 드라마는 케이팝과 함께 한류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문화 콘텐츠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린 여자 청소년들이 주로 좋아하는 ‘귀여운’ 로맨스 이야기일 뿐이라는 편견에 갇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넷플릭스에 있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 드라마들이 주목을 받고 있고, 새로운 팬층이 형성되고 있다. 스페인 언론들은 앞다투어 넷플릭스에서 접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스페인 제1일간지 《엘 문도(el mundo)》는 <블랙>, <60일, 지정 생존자>, <비밀의 숲>, <시지프스>, <빈센조>, 총 5개 작품을 소개하며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한국 드라마 5편”이라 소개한 바 있다.

드라마의 인기는 드라마 안에서 소비되고 노출되는 장소, 물건, 패션, 사회, 문화, 전통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관심을 유도한다.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뽑기(달고나)가 스페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렸을 적 한국 어린아이들이 하던 놀이들이 스페인의 학교 운동장에서 유행하고 있다. 문화의 힘은 어떤 것보다 강하고, 한류는 그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부의 문화가 아니라 대중문화로 스며든 한류의 앞날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 참고자료
《El Debate》 (21. 10. 25.) La «hallyu»: así es la ola coreana que impregna toda la cultura, https://www.eldebate.com/cultura/20211025/hallyu-asi-ola-coreana-impregna-toda-cultura.html?fbclid=IwAR3sO5SNhSe6kka0DqvRRqWjqBcY1GdSOGPY3gmmayy2Hcd4O9zQ8LtXFMQ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