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첫 아랍어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영화가 지난 20일에 공개된 이후, 이집트에서는 영화 내용에 대해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탈리아의 원작 Perfetti Sconosciutti(Perfect Strangers)를 리메이크 한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완벽한 타인이라는 제목으로 2018년 리메이크된 바 있다. 아랍어 리메이크 영화의 타이틀은 أصحاب ولا أعز>(Ashab wala Aaz) 혹은 영어로 Perfect Strangers 두 가지가 병용되고 있으며 (넷플릭스 한국어 제목은 위험한 초대), 레바논에서 제작되어 레바논과 이집트의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 ‘Perfect Strangers’의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
영화는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저녁 식사를 하며 자신의 핸드폰에 오는 모든 전화, 메시지들을 공개하기로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각자가 은밀하게 가지고 있던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혼전 성 경험, 불륜, 동성애 등의 이슈에 대해 다루게 되는데, 이를 두고 이집트에서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가족 가치를 훼손시킨다며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한 변호사는 넷플릭스에서 이영화를 이집트 지역에서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일각에서는 영화의 작품성을 옹호하는 의견도 보인다. 각종 언론 매체들도 이 사실에 대해서 뜨겁게 다루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도 이런 두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영화에 출연한 이집트의 국민 배우 모나 자키(Mona Zaki, Maryam분)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는 그녀가 맡은 배역은 부끄러운 것이며, 심지어 이 영화에 출연한 그녀의 행동이 그의 남편과 자녀들에게 불명예가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그녀의 연기력과 작품성을 격려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는 공개 몇 시간 만에 넷플릭스 이집트 콘텐츠 순위 1위를 점하며 며칠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논란에 휩싸인 이집트 배우 모나 자키 – 출처 : 모나 자키 공식 인스타그램(@monazakiofficial)>>
이집트에서는 동성애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지만, 다른 법 조항(방탕죄 혹은 매춘법 위반) 등으로 체포 및 법적 제제를 가할 수 있다. 지방에서는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은 소녀에 대해 명예살인이 일어날 정도로 혼전순결에 대한 가치가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집트에서 이런 주제를 담은 영화나 드라마가 방영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주제가 드라마 전면에 드러나기보다는 은유적으로 나타나거나 희화화하는 방식으로만 표현되어 왔다. 특히 개봉 영화의 경우에는 동성애, 트렌스 젠더 등의 캐릭터가 나오면 검열과정에서 상영 불가로 판정받기 때문에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가 최근 중동의 7개 국가에서 상영이 제한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넷플릭스를 플랫폼으로 하고 있어 국내 검열의 과정 없이 방영될 수 있었다. 예술가들은 예술의 주제에 대한 도덕적, 종교적 잣대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창의성을 훼손하며, 예술의 진보를 막게 된다며 이 영화에 대한 지지를 보이고 있다. 아랍 시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 되고 있고, 이 사례와 같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온라인의 장이 넓어짐에 따라, 이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변화와 사회적 합의를 유도할 수 있는지 대해 관심이 주목된다. 한편으로, 이번 논쟁은 아랍의 보수적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적 현실에 대해 여실히 체감하게 한다. 아랍 지역에서는 성에 대한 주제에 대해 큰 저항감을 느끼게 할 여지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몇 해 전, 한국드라마 K2가 초반 중동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많은 관심을 받다가, 그 지역에 파병되었던 남자 주인공이 히잡을 쓴 여인과 키스신이 있었던 것을 두고 ‘무슬림 여자들은 저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며 거센 항의를 하기도 했던 예가 있었다. 중동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언어로 제작되는 영화에 대해서는 비교적 수용적인 편이나 아랍 영화의 경우 더욱 도덕적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 시장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새로운 제작 시스템과 공급 시스템의 출현으로 그간 유지되었던 관행이나 질서 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의 공급자 및 수용자로서 이집트 영화 시장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현) Korean Culture Lounge 'the NAMU'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