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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케이팝 - 소프트파워와 글로벌 문화

2022-05-0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프랑스 언론의 화두는 ‘한국문화’이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케이팝을 필두로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드라마와 영화까지 한국문화는 프랑스 언론이 흥미롭게 다루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프랑스 대표적 일간지, 《르 피가로》는 지난 4월 13일 출간된 '케이팝-소프트파워와 글로벌 문화' 저자 뱅상 시첼리(Vincent Cicchelli)와 실비 옥토브르(Sylvie Octobre)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문화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분석하고자 했다.

일종의 유행으로 잘못 알려진 한류는 한국 정부의 주도(해외에서의 홍보 등)하에 이뤄졌는데, 한국 정부는 왜 소프트파워(문화적 영향력) 형식에 주력한 것인가?
일정 부분은 국가가 주도한 전략이다. 국제적 야망을 품은 국가, 국제화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되기를 원하는 국가는 소프트파워에 대해 배팅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강타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중공업 경제에서 혁신에 기반을 둔 경제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첨단기술과 문화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한국은 이 시장에서 유일한 국가는 아니었지만, 다른 국가들보다는 더 잘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한국에게 부족한 하드파워(물리적 영향력)를 위한 대안을 찾고자 한 것인가?
(전 세계의) 한국에 대한 무지도 한몫했다. 누가 한국 문학을 알고 있는가? 이에 따라 제로에서 시작하여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는 이미지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일본, 미국, 프랑스, ​​심지어 중국과 같이 제국주의 침략 과거가 없으므로 비난받을 일이 없다. 이러한 점은 (문화 상품) 수출 시 큰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한국 정부가 케이팝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국 정부 정책 덕분에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모든 현대 국가들처럼 한국도 문화콘텐츠 산업을 만들었고, 교육받은 소비자들은 문화적 소비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첫 번째 대성공은 먼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이어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겨울연가>이다. 한국은 이러한 성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문화적 성공을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는 다른 경제보다는 위험이 덜하지만 나름대로 위험성이 있는 독특한 경제이다.

게다가, 기술력에 기반을 둔 경제로 전환할 때는 하드웨어에 더해 소프트웨어(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콘텐츠가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경제에서 상품을 ‘이야기’와 함께 팔지 않으면 판매할 수가 없다. 또한, 한국인들은 교육 수준이 높아서 이들의 문화적 성향이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더욱 서구 기준에 접근해 있다. 한국인들의 서구에 대한 개방적 사고는 미국의 영향력과 국제사회와의 교류로 설명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회자되지 않는 작은 국가이지만 한국 학생들의 국제교류는 매우 높다. 그리고 성공할 수 있는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작가, 배우, 연출가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13일 발간된 '케이팝 - 소프트파워와 글로벌 문화' 표지

<지난 4월 13일 발간된 '케이팝 - 소프트파워와 글로벌 문화' 표지>


한국의 혁신적인 스타 시스템이 독특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돌이 되는 과정은 완전히 한국적인 것은 아니고, 이미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 아이돌은 SNS를 통해 팬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들 아이돌은 거의 상시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팬들과의 관계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팬들과의 이러한 관계에서 나오는 힘은 서양인의 시선에서는 놀라울 수도 있다. 일부 프랑스 케이팝 팬들은 아랍국가나 사하라사막 남쪽 지역 출신 2세대들로서 한국과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이들은 케이팝에 관심을 두기 전에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대한 깊은 애착심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케이팝 팬 커뮤니티에 지속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특히 SNS로 이루어진다. 또한, 서구권 스타와는 달리 케이팝 아이돌은 배드보이(bad-boy)가 아니다. 한국에서 배드보이는 인기가 없다. 서양에서는 일탈이나 쇼킹한 행동이 인기를 끌기 위해 이용되었지만, 한국은 그 반대를 택했으며 이것이 성공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청교도적인 한국식 모델이 프랑스 케이팝 팬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 공연 매진은 한국 문화가 프랑스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한국 이민 커뮤니티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양국 간의 역사적 유대는 매우 약한 편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내 한국문화의 인기는 양국의 젊은 세대들 간의 문화적 인접성에 근거하는 것인가?
문화적 성공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한류 인기는 이미 1970년대부터 비디오 게임, 만화영화, 망가 등으로 인기를 끌어온 일본이 교량 역할을 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문화의 성공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프랑스 소비자들, 특히 파리지앵들은 심미적 측면을 중요하게 여긴다. 케이팝은 미적 측면에 공들이고 있다. 또한, 프랑스인은 문화가 초 정치적이며 문화 교류를 통해 인류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이유로 비서구권 작품들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제 세계화된 대중문화에 중독되어 있다. 우리의 귀는 특정 소절에 익숙해졌고 케이팝은 이러한 음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흥미로운데, 러브스토리 등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은 높은 평가를 받는 고급 TV 시리즈물로,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서구 관객들을 정복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대안적 세계화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한국의 전통 음악을 들을 때 훌륭한 음악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귀가 이런 종류의 소리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아서 금방 질리게 된다. 영미 음악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한국 대중음악을 이상적인 타협점으로 본다. 이들에게 한국 대중음악의 미학과 사운드는 독특함을 유지하면서도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다.

현재 중국이 팽창주의적 경향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는 케이팝의 성공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오랫동안 한국 문화상품의 주요 시장은 동아시아였으며 아직도 그러하다. 하지만 동아시아 시장의 포화로 침체 현상을 보인다. 중국은 한국 문화상품 수입을 항상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데, 일정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정기적으로 한국 문화상품, 특히 한국산 비디오 게임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드라마와 케이팝은 ‘미풍양속에 저해된다’라는 이유로 간혹 검열받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 문화상품들은 굉장히 청교도적이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각되어 있으므로, 일본도 케이팝을 좋아하지 않는다.

※ 참고자료
《Le Figaro》 (22. 4. 13.) K-pop, Squid Game... comment la culture est devenue un pilier du soft-power sud-coréen, https://www.lefigaro.fr/vox/culture/k-pop-squid-game-comment-la-culture-est-devenue-un-pilier-du-soft-power-sud-coreen-20220413
https://www.puf.com/content/K-pop_soft_power_et_culture_globale

통신원 정보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