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가 하루에 한 자리 숫자로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는 날이 있는 미얀마에서는 코로나19가 거의 종식된 것 같은 분위기이다. 코로나의 종식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일상생활로 전환되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는데, 그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영화관의 재개장이다. 미얀마의 영화관은 신년인 4월 띤잔(Thingyan)이 끝나고 정부에서 재개장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재개장 명령에 따라 닫혀 있던 영화관들이 다시 상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얀마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강경한 코로나 대응책을 취하여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영화관 운영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영화 산업은 위기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가뭄의 단비처럼 영화관 상영금지가 해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코로나19 전에 찍어 둔 작품 또는 인도영화 등이 상영되었고, 영화를 보는 사람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게다가 미얀마의 현재 정치 분위기로 인해 국민들 가운데는 영화관 보이콧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영화관 페이스북에는 영화 홍보글의 댓글로 '현재 미얀마 상황이 이런데 아무도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다', '누가 영화를 보러 가냐?'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CGV와 미얀마의 Shwe Taung Group이 합작한 JCGV에서 한국에서 대흥행 중인 <범죄도시 2> 상영 소식에 관한 홍보용 게시물을 JCGV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JCGV는 그동안 온라인 발권 및 예약 서비스를 하지 않던 타 영화관과 달리 페이스북 챗봇을 통해서 최초로 영화 예약, 티켓 발권이 가능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의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범죄도시 2'가 개봉 중인 정션시티 JCGV 카운터 부근 - 출처: 통신원 촬영>
<범죄도시 2>는 베트남 호찌민을 배경으로 관광객 대상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경찰들이 체포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주연 배우 마동석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얀마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미얀마에서 개봉했던 인기 영화 <부산행>, <신과 함께 2>에 출연하여 미얀마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두 영화 모두 미얀마에서 흥행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년 만에 극장을 개봉했고 한국 영화도 해당 기간 내 접할 수 없었으며, 영화관 보이콧으로 인한 현재의 미얀마 상황에서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도 들 수밖에 없었다. 미얀마에서 <범죄도시 2>는 지난 6월 24일 금요일에 개봉을 시작했으며, 필자는 이튿날에 미얀마의 최대 쇼핑몰인 정션시티(Juction City)를 방문했다. 미얀마가 비상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쇼핑몰은 내에서는 그 위기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이 푸드코트, 카페, 마트 등에 몰려 있었다. 생각과 달리 오랜만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라서 그런지 영화 상영관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다. 예전처럼 만석은 아니었지만 팝콘과 음료를 준비하고 기대 가득한 모습으로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 사람들도 영화를 보기 위해 방문했지만 현지인들이 훨씬 많았고 현지 관람객들은 오랜만에 보는 즐거운 모습으로 영화를 관람하러 온 것처럼 보였다. 상영관 안에서는 예전처럼 미얀마 국가가 흘러나온 뒤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는 1시간 50분 정도 상영되었는데, 2년 만에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에 '참 오래 걸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여전히 미얀마어로 자막이 나오지 않았고 영어 자막만 제공되었다. 한국 영화에는 한국어 단어 특유의 유희가 많기 때문에 미얀마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웃음 포인트가 약간 다르다. 그렇기에 미얀마어 자막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언어적인 부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마동석 배우의 화려한 액션에 놀라는 미얀마 사람들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영화의 긴장감으로 인해 <범죄도시 2>는 미얀마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였다.
<영화 '범죄도시 2' 상영관 앞에 놓인 X배너(좌)와 스크린 홍보영상(우) - 출처: 통신원 촬영>
영화관은 예전처럼 포스터와 스크린으로 영화를 홍보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영화 상영을 하면서 활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모습과 다르게 미얀마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또 다른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한국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얀마 영화의 경우에는 불매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더라도 불매를 이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B씨는 “한국 영화가 미얀마에서 개봉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예전처럼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얀마에 한국의 문화로 계속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한국 영화 개봉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관람객 C씨는 “미얀마 영화관 앞에서 팝콘을 사는 것만으로도 눈치가 굉장히 많이 보인다” 라며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필자 주변의 사람들도 필자가 영화를 관람하고 왔고, 또 영화관에 미얀마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는 말에 많이 놀란다. 그만큼 아직까지 미얀마의 비상사태가 미얀마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부분은 영화, 콘서트, 행사 및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곽희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얀마/양곤 통신원] 약력 : 현) KOTRA 양곤무역관 근무 양곤외국어대학교 미얀마어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