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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국 주재 외신기자가 본 한국문화 인기

2022-07-2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최근 태국에서는 한류를 '한국의 소프트파워'로 표현하고, 태국 문화도 세계적인 소프트파워가 될 수 있도록 한국의 정책 및 민관협력을 본받자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가 솔로곡 <라리사>에서 태국 문화를 선보이면서 쁘라윳 총리가 이를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태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정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올해 태국 여성 래퍼 밀리가 미국 코첼라음악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 후 태국의 '카오니여우 마무앙(망고찹쌀밥)'을 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소프트파워는 다시 태국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밀리의 퍼포먼스가 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는 찬사와 함께 태국 내 망고찹쌀밥 판매가 급증하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태국 내에서는 태국 문화가 소프트파워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롤모델로 한국 정부와 한국 문화를 언급하는 언론 보도가 다시 많이 증가하고 있다.

태국 래퍼의 망고찹쌀밥 퍼포먼스가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는 '방콕포스트' 보도(4월 18일 자) 일부 - 출처 : 통신원 촬영

<태국 래퍼의 망고찹쌀밥 퍼포먼스가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는 '방콕포스트' 보도(4월 18일 자) 일부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와 같은 '소프트파워' 열풍은 태국 언론뿐만 아니라 태국 내 외신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태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미국 출신의 크레이그 사우어스(Craig Sauers) 기자 역시 최근 태국 내 한국 소프트파워와 한식의 인기에 대해 취재했다. 크레이그 기자는 동남아시아 생활, 여행 전문 프리랜서 기자로 《CNBC》, 《CNN》, 《BBC》, 《Bangkok Post》 등 태국 내외 유력 매체에 주로 기고하고 있다. 크레이그 기자를 만나 태국 내 한국 소프트파워에 대해 취재한 계기와 개인적인 생각 등을 함께 물어보았다.

그래이크 기자

<그래이크 기자>

최근 많은 태국 언론들이 소프트파워 관련 기사에서 '한국 소프트파워'를 태국의 롤 모델로 언급하는데, 태국에 오래 거주한 외신기자로서 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 태국 외 지역(미국과 유럽 등)은 어떤가요?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10년 전에 비해 증가했다고 생각하나요?
한국 소프트파워는 기본적으로 어디서나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미국에 있는 제 가까운 친구들은 전부 한국 드라마에 빠져있어요. 방탄소년단의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지 못하는 미국 아이들을 찾기는 어려우실 거예요. 놀랍죠. 더욱 매력적인 점은 미국엔 많은 한국인 이민자들이 있고,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과거 미국에 동화되도록 강요받았지만, 이제는 일종의 '문화적 긴장 상태(Some of the cultural tensions)'를 달성했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입양되었지만 시민권을 얻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못해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한국인 입양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푸른 호수>나 <콜럼버스>, <미나리>가 훌륭한 예죠. 이 영화들은 또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얼마나 확대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태국을 보면 한류는 더 거대합니다. 제가 태국에 처음 도착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방콕의 한식당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패션 트렌드는 태국 트렌드를 결정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태국 드라마보다 훨씬 유명하죠. 제가 한국에 갈 때마다 방콕 공항에서 태국인 투어 여행객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본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려고 한국에 간다는 건 의심할 수 없어요. 한국이 이들에게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은 한국 소프트파워가 성공했기 때문이죠. 한류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취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사실은 태국 매체로부터 부탁받았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한국 소프트파워 취재를 부탁한 이유는 태국이 소프트파워를 사업화하길 열망하기 때문이고, 한국만큼 그것을 잘 해낸 국가는 없기 때문이죠. 태국의 사회 지도자들은 지금 소프트파워에 집착하고 있어요. 밀리가 코첼라에서 망고찹쌀밥을 먹었을 때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상업화의 표식(dollar signs)'을 본 거겠죠. 태국의 국가 브랜드 자체는 강하지만 리더십은 경직되어 있고 독창적으로 생각하지 못합니다. 한국은 태국 정부 지도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줄 수 있고 태국은 그걸 원하고 있죠.

태국 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취재한 결과는 어땠나요?
음, 태국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소프트파워를 갖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왔고, 수십 년 전 국가 리더십이 이미 아주 선명한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태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요. 신경 써서 가꿔나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소프트파워의 순간에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문화를 좋아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서울은 아시아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서울은 전통과 현대 문화가 건강하게 공존하는 도시이고 놀라운 젊은 에너지가 가득해서 많은 변화를 추구하죠. 돌아다니기 아주 재미있습니다. 음식이나 술 문화도 훌륭해요. 획기적인 음악, 정말 특별한 미술, 자신의 역사에 대한 애착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한국이 1980년대 등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청산하고 전통을 껴안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놀랍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에 있는 수제 막걸리 바나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같은 것들이 있죠. 이런 예들은 전통을 계승하되 오늘날의 세대와 공명하는 방식입니다.

한국하면 또 몇 해 전에 두산 베이스 야구단의 경기를 보러 갔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한국 사람들이 경기에 열중하던 모습에 반했습니다. 응원 구호를 외치고 춤과 노래가 나오고 모두 피자와 맥주 등을 먹고 마시며 즐거워했어요. 팬들은 경기를 완전히 즐기고 있었고, 그 에너지와 새로운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 성공에 대해 한국 정부의 역할을 주목하는 의견과 연예기획사, 아티스트 등의 역할이 더 컸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양측 모두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와 창작자들이 한국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지원과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한국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되 결과물에 대해 예상치를 갖지 않는다는 점은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불간섭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겁니다. 현재 아티스트와 창작자들은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하는 압력과 새로운 것을 실행해야 하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훌륭한 바퀴이기도 하죠.

한국 문화 이후로 아시아 내 어떤 나라의 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예상해 볼 수 있을까요?
아시아 내 어떤 나라도 현재의 한국 문화처럼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사로잡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여러 아시아 국가가 보수적인 문화 속에 부패한 정부 또는 독재 정부 하에 있습니다. 각 국가가 극복해야 할 큰 짐이죠. 한국은 역사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정부는 미래지향적입니다. 그게 한국을 진보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원 정보

성명 : 방지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태국/방콕 통신원]
약력 : 현) 태국 국립쫄라롱껀대학교 석사(동남아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