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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케이팝 축제를 재개하는 사람들

2022-08-0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전환되면서, 터키 한류는 케이팝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여러 한류 문화 콘텐츠들 중에서 케이팝의 인기는 예전보다도 지금의 상황 속에서 훨씬 더 뜨겁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류 콘텐츠들을 즐기지 못했던 터키 한류 팬들의 소비 심리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K팝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터키 내 케이팝의 인기는 아이톱 차트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문화적으로 외국의 문화들에 비교적 닫혀 있는 터키인들은 해외 팝 음악보다 터키 국내 뮤지션들의 음악들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아이탑 차트 순위를 보면 대부분 터키 뮤지션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제한 조치가 풀린 지난 5월부터 터키 아이탑 차트 순위에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 5월 첫번째 주에는 1년 3개월 만에 컴백한 갓세븐의 새 미니앨범 GOT7의 수록곡 ‘Got It’을 시작으로, 세븐틴 정규 4집 ‘Face The Sun’이 차트 순위 1위에 오르며 케이팝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5월 첫 주(위), 마지막 주(아래) 터키 아티탑차트 -출처: 아이탑차트

<5월 첫 주(위), 마지막 주(아래) 터키 아티탑차트 -출처: 아이탑차트>

이후 6월과 7월에도 다른 이변은 없었다. 방탄소년단(BTS)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트 순위를 휩쓰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 6월 10일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프루프’(Proof)의 타이틀 곡 ‘옛 투 컴(Yet To Come)’이 1위에 오르면서 앨범 내 다른 곡들까지 순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보였다. 앨범 차트 10위권 안에 무려 다섯 곡이 올랐다. 방탄소년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을 담은 곡들로 수록된 새 앨범 ‘푸르프’(Proof)는 총 3장의 CD로 구성되었다. 타이틀곡 ‘Yet To Come’을 비롯해 ‘달려라 방탄’, ‘For Youth’ 등 신곡 3곡과 기존 앨범의 타이틀 곡, 일곱 멤버의 매력이 돋보이는 솔로곡과 미발매곡, 스페셜 버전 등 총 48곡이 수록되었다.

7월 터키 아이탑차트 – 출처: 아이탑차트

<7월 터키 아이탑차트 – 출처: 아이탑차트>

전세계 글로벌 아티스트로 이미 탑의 자리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터키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7월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첫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가 터키 한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앨범 발표 단 하루 만에 전체 10곡 가운데 무려 8곡이 1위부터의 차례대로 자리를 올렸다. 여기에 더해 넷플릭스에서도 K-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기존의 작품이 다시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하고,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로 전작이 다시 탑 순위에 오르는 시너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월 마지막 주 넷플릭스 드라마 톱10 – 출처: 넷플릭스

<6월 마지막 주 넷플릭스 드라마 톱10 – 출처: 넷플릭스>

지난 달 24일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개봉 하루 만에 터키 넷플릭스 드라마 톱 10 4위에 곧바로 올랐다.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은 2017년 스페인 지상파에서 처음 방영된 시즌1, 2가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이후 큰 호응을 얻어 시즌3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글로벌 흥행작이다. 원작을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2026년 통일을 앞둔 한반도로 배경을 바꿨다. 비무장지대에 공동경제구역이 조성되고, 여기서 사용되는 남북 공동화폐를 찍는 통일 조폐국을 강도단이 점거하면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여 4조원을 노린다는 설정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터키 넷플릭스 드라마 차트에는 ‘오징어 게임’이 9위에 오르면서 톱10의 자리에 무려 두 개의 K드라마 작품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대면 한류문화행사들이 멈춰 자칫 한류에 대한 관심마저 줄어들지는 않을지 우려도 있었지만 그것은 한낱 기우에 불가했다. 터키 내 한류의 인기는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케이팝 기획회사인 ‘화이트엔터테인먼트’를 섬기는 이들 - 출처: 귤린 타르한 대표 제공

<케이팝 기획회사인 ‘화이트엔터테인먼트’를 섬기는 이들 - 출처: 귤린 타르한 대표 제공>

얼마 전 통신원에게 케이팝과 관련해서 유선상으로 인터뷰를 요청한다면서 터키 현지인 한 여성이 직접 연락을 해왔다. 취재 요청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주로 필자가 먼저 해 오고 있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연락한 이의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는 먼저 자신의 이름을 귤린 타르한이라고 밝히고 터키에서 케이팝 문화행사들을 기획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화이트엔터테인먼트’ 설립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연예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회사는 아니라고 한다. 터키에서 케이팝 페스티발을 직접 기획하고 행사를 하며 더 많은 터키인들이 케이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알리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통신원은 화이트엔터테인먼트 귤린 대표와 첫 통화에서 그녀가 하고 있는 일들이 터키 케이팝 한류팬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통화 이후 다시 전화와 메일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얻기로 했다. 그녀가 알려준 홈페이지에는 상기 회사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올라와 있었다. 가장 상단에는 여러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한 인터뷰 내용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는 터키에서 국제커플로 이름이 알려진 최패밀리(남편 최성호씨, 터키인 아내 최세브기)와의 인터뷰 영상도 올라와 있었다. 최패밀리는 17만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명 유튜버 부부이다. 상기 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 뿐만 아니라 터키와 한국 관련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화이트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6월 이스탄불 K팝 축제행사 - 출처: 귤린 타르한 대표 제공

<화이트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6월 이스탄불 K팝 축제행사 - 출처: 귤린 타르한 대표 제공>

화이트엔터테인먼트 대표 귤린씨는 통신원과의 통화에서 지난 달 6월에도 이스탄불에서 케이팝 페스티벌을 벌였다고 한다. 이번에도 축제에 참석한 한류팬들을 위해서 터키에서는 구매하기 어려운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사진 엽서와 한국라면, 과자와 같은 물건들을 판매하면서 터키인들에게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준비했다고 한다. 당일 행사에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터키 한류팬들이 천 여명 가까이 모였다고 하고, 8월에는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도 케이팝 행사를 진행할 거라고 한다. 필자는 이들이 진행하는 행사들이 터키 내 케이팝 한류 확산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터키한국문화원과 같은 터키 내 굵직한 케이팝 경연대회 현장들에서 여러 번 마주치게 되는 팀들을 보게 되는데 그만큼 무대 하나의 경험이 이들에게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통신원은 귤린 대표에게 더 많은 터키인들에게 케이팝의 한류 문화들을 알리고 또 경험할 수 있도록 무대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는 일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내용으로 취재를 원하는지를 물어봤다. 통신원의 질문에 귤린 대표는 방금 전 흥분됐던 목소리와는 달리 금새 차분해져서 자신이 취재를 요청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하 내용은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통신원과 귤린 대표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Q.1 귤린대표가 통신원에게 취재를 요청한 배경과 이유가 무엇인가요?
A.1 네, 저희가 통신원에게 취재를 요청한 이유는 터키에서 K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부 언론과 대중들을 통해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터키 내 일부 언론들은 극소수의 K팝 아티스트들의 어두운 단면들을 크게 부각하면서 K팝이 자살과 약물 중독, 성적 정체성 혼란을 야기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짙은 화장을 한 남성 아티스트들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물론 저희가 K팝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는 이유는 K팝을 함께 즐기고 좋아하는 한류팬들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행사를 주최하는 동기와 목적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K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 터키 내에서 K팝을 비하하고 왜곡된 인식을 심겨주는 언론과 대중들을 위해서 계속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K팝을 새롭게 접하는 터키인들이 행사장에 직접 와서 그들이 주장하는 정보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하고 있습니다.

Q.2 K팝이 성정체성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A.2 이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터키를 이해해야 되는데요. 저희 나라는 99% 국민의 종교가 이슬람교에요. 터키인들은 종교의 영향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 구분을 분명하게 하는데요. 이슬람 회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도 남성과 여성들의 자리는 철저하게 구분이 되어 있을 정도에요. 그런데 K팝 경연대회나 K팝 댄스를 좋아하는 터키 한류팬들의 모습을 보면 여성들은 마치 전사와 같은 남성의 이미지의 의상을 입고 강렬한 포퍼먼스를 보여 줍니다. 터키의 여성 K팝 팬들은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와 같은 강력한 이미지의 곡들을 상당히 좋아해요. 그에 반해 터키 남성들은 대체적으로 걸그룹 K팝 아티스트들을 많이 좋아하는데요. 이들이 걸그룹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때면 마치 자신이 여성이 된 것처럼 귀엽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 주게 될 때가 많아요. 일부 언론들이 고발하는 내용들을 보면 이 같은 K팝의 문화가 터키 젊은이들의 성정체성 혼란을 야기시킨다고 하는 거에요.

Q.3 페스티벌 현장을 보니까 K팝 아티스트들의 사진엽서와 같은 K팝 관련 물품들이 있었지만 한국라면도 보이던데요. 한국라면이 K팝과 어떤 관련이 있어서 한류팬들에게 판매한 건가요?
A.3 네, 위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저희가 K팝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이유는 K팝의 한류 문화들을 왜곡하는 이들을 향해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기 위해서예요. 터키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K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요. 한국라면에 대해서도 일부 터키인들이 돼지고기 기름으로 면을 튀긴 거라고 하면서 마치 우리들이 돼지고기를 먹는 것처럼 말하는데요. 지금 터키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국라면들은 돼지기름이 없는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할랄 푸드로 만들어진 거라고 알리기 위해서 가져 나온 거에요. 그래서 K드라마에서 나오는 한국라면을 터키인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소개하기 위해서 가져 나온 거에요.

Q.4 귤린대표가 K팝을 처음 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4 네 제가 지금은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했을 정도로 K팝과 인연을 뗄 수가 없게 됐는데요. 사실 K팝을 처음 접하게 된 건 K드라마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에요. 처음부터 K팝을 좋아한 건 아니고 K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류 문화들을 경험하게 된 거에요. 2015년에 터키 한류팬들을 모아서 한국에서 하는 이민호씨 팬미팅 행사장까지 참석했던 것도 제가 K드라마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K드라마의 매력에 빠지다 보니까 어느새 K팝의 매력에도 빠져서 회사까지 세우게 됐네요. 그런데 K한류문화들을 보면 서로 다 연관이 있어서 결국에는 다른 장르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거 같아요.

2015년 이민호씨 팬미팅 참석을 위해 한국방문한 터키 한류팬들 - 출처: 귤린 대표 제공

<2015년 이민호씨 팬미팅 참석을 위해 한국방문한 터키 한류팬들 - 출처: 귤린 대표 제공>

통신원은 귤린 대표로부터 케이팝에 대한 터키 내 2가지 상반된 여론 분위기 소식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케이팝에 대한 인식을 필자 자신부터 조금 더 성숙한 자세로 대해야 할 것 같다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 물론 케이팝의 성장 배경에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래서 케이팝을 즐기는 해외 한류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 이내 필자의 감정 안에도 아티스트들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게 된다. 그러나 이번 기사를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해 왔던 새로운 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이트 엔터테인먼트 귤린 대표와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케이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행사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목적과 동기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터키에서 더 많은 케이팝의 확산과 인기를 위해 케이팝을 싫어하고 잘못된 정보로 왜곡하는 이들을 위해서 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귤린 대표가 했던 그 한 마디가 오늘의 기사를 쓰는 내내 떠나지 않는다. 케이팝에 열광하는 이들의 소리에 도치되어 그 이면에 서서 케이팝의 소리와 문화를 불편해 해 온 이들의 목소리들은 미처 듣지 못하고 있었던 순간에도 올바른 정보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땀을 흘려온 이들의 숨은 헌신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와 같은 이들이 있기에 터키에서의 케이팝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가며 성숙해져 갈 것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참고자료
화이트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https://www.whiteorganisation.com/
‘White Organisation’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awg0YICNEzE

통신원 정보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