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인순이 콘서트에서 만난 아메라시안들

2023-03-0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메라시안(AmerAsian)'은 아메리칸(American)과 아시안(Asian)의 합성어로 본래 코카시안 미군 남성과 아시아인 여성의 혼혈을 뜻하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꼭 군인이 아니더라도 코카시안 미국인과 아시아인의 혼혈을 가리키기도 한다.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 일본, 남베트남, 필리핀 등지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아메라시안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코카시안일 경우에는 다소 약했지만 아버지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경우에는 그 차별의 정도가 엄청났었다.

2020년 6월 11일 KBS에서는 '아메라시안, 아메리안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홍보 문구는 "미군부대(동두천, 평택 등) 주변에서 태어난 그들은 차별과 가난의 이중고에 시달렸습니다. 미국 정부가 열어준 특별이민에 맞춰 미국행을 선택한 그들.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양식보다는 김치와 고추장을 좋아하는 그들은 미국에서도 적응하기는 어려웠습니다."로 시작한다.

콘서트 무대에 오른 영원한 디바 인순이 - 출처: 통신원 촬영

<콘서트 무대에 오른 영원한 디바 인순이 - 출처: 통신원 촬영>

'영원한 디바'라는 수식어가 붙는 가수 인순이가 2월 18일 LA 인근 페창가 리조트(Pechanga Resort)의 대형 최신 공연장 페창가 썸밋(Pechanga Summit)에서 단독 라이브 콘서트를 가졌다. "제가 우리나라 초창기 걸그룹으로 데뷔했답니다."라는 그녀의 소개에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을 거론할 때 블랙핑크 등의 걸그룹의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의상과 다채롭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인 인순이 - 출처: 통신원 촬영

<다양한 의상과 다채롭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인 인순이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순이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Carmen)> 가운데 <하바네라(Habanera)>와 <딸에게>, <잠깐>, <친구여>, <아버지> 등 클래식, 댄스, 트로트,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흡입력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의상도 볼륨 있는 몸매를 한껏 강조한 드레스부터 건강미를 자랑한 쇼트 팬츠까지 다양하게 구성해 매력을 발산했다. 페창가 썸밋의 3천여 객석은 빈자리 없이 가득 찼는데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앉아 응원봉을 신나게 흔들며 콘서트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객석에서 만난 하파(HAPA) 리사 - 출처: 통신원 촬영

<객석에서 만난 하파(HAPA) 리사 - 출처: 통신원 촬영>

무대 중간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며 노래를 부르던 인순이는 앙코르 곡으로 <거위의 꿈>을 부르겠다고 말한 뒤 "오늘 콘서트에 아메리시안 가족들이 많이 와 계십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객석 이곳저곳에서 "여기요."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과거에는 얼굴색과 생김새가 달라 사람들 앞에 나서기 두려웠다."는 인순이는 이제 그 공포를 딛고 가수로서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전 세계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성공은 그녀만의 성공이 아니다. 아메라시안 커뮤니티의 성공이자 자랑이다. 

더불어 인순이는 "2013년 강원도 홍천군에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해밀학교를 설립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주도 없이 보컬만으로 시작한 <거위의 꿈>을 듣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객석으로 걸어 나와 팬들과 직접 만나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객석에서 만난 하파(HAPA) 회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객석에서 만난 하파(HAPA) 회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객석에서 만난 리사 푸트렐(Lisa Futrell, 김수자) 씨는 인순이의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29명의 하파(HAPA, 한인 다문화가정 연대) 멤버들과 함께 페창가 썸밋을 찾았다. 하파 멤버들은 197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뭉쳤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동네에서 차별을 받았던 그들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아시안 혼혈인의 미국 거주를 허용하는 '아메리시안 홈커밍 빌(Amerisian Home Coming Bill)'을 통과시키면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들은 캘리포니아, 워싱턴, 플로리다, 알래스카 등지로 이민을 떠났지만 척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는 인순이를 너무 사랑해요. 오늘 콘서트 시작하기 전에 저희 하파 회원들 모두 인순이와 만남을 가지고 사진도 촬영했어요."라고 리사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객석에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품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