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류라는 단어가 중화권에 등장하면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대한 관심, 특히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로 대변되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2년 기준 한국 콘텐츠 관련 트위팅이 많은 10개국은 태국을 시작으로 미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브라질, 일본, 영국, 멕시코 순이었다. 10위권 내 자리한 미국, 브라질, 영국을 비롯해 20위권 내 포진한 멕시코,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튀르키예, 독일, 페루 등은 아시아권 국가가 아니다. 다시 말해 한류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중문화는 이제 아시아를 지나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한국 관련 제품, 한국어,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은 일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필리핀에서 판매 중인 한식 - 출처: 통신원 촬영>
2022년 트위팅 4위를 기록했던 필리핀 역시 한국문화와 한국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다. BTS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미국에 이어 필리핀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Science and Humanity)에 게재된 연구는 필리핀에 한국의 대중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지난 20년 동안 필리핀인들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즐기며 소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한국 관련 소비재를 구매해 사용하고 일상생활에서 한국 음식을 먹고 있다. 필리핀 내 한국의 대중문화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것은 방송을 포함한 대중 매체이다. 필리핀 방송국에서는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고 더빙해 송출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는 한국 드라마를 자국 실정에 맞게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를 단행했다. 특히 시청률이 검증된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리메이크했으며 이에 해당하는 드라마는 <마이걸>, <내 이름은 김삼순>, <파리의 연인>, <온리 유>, <이브의 모든 것>, <풀하우스>, <천국의 계단>, <가을동화>, <그린 로즈>, <커피프린스 1호점>, <아내의 유혹>, <49일>, <두 아내>, <제빵왕 김탁구>, <아가씨를 부탁해>,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이다.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현지인들은 대부분의 필리핀 드라마가 행복한 결말(Happy Ending)인 것에 반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슬픈 결말(Sad Ending)이나 열린 결말(Open Ending)이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또한 한국 드라마는 필리핀 내 광고산업의 변화를 초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간접광고(PPL)를 많이 활용하는 한국 드라마처럼, 필리핀에서도 콘텐츠 내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방식을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먼저 "필리핀이라는 정체성을 뒤로하고 외국 음악에 매료돼 자신이 누구인지 잊는 것은 아닌가?"라며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 반면 "이는 단지 좋은 음악을 듣는 것이며 이는 문화가 변화하거나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하는 견해도 있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좋은 외국 음악의 많은 요소를 차용해 필리핀화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이들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필리핀 안에 녹아드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필리핀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스페인의 전통 그리고 미국의 대중문화 그리고 중국의 식문화 등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수용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현재의 필리핀 문화"라고 설명한다. 즉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를 거쳤다고 해서 필리핀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또 그들 문화의 일부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필리핀인의 정체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케이팝, 한국 드라마와 영화 덕에 아시아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고 전한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 및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국가 브랜드 가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한 조사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거나, 그 결과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보다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매력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필리핀 쇼핑몰에 입점한 한국 화장품 매장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필리핀의 쇼핑몰에는 한국의 뷰티, 패션 관련 매장이 들어섰으며 필리핀인들의 옷차림은 서구적이라기보다는 더욱 아시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희석식 소주는 필리핀 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2022년 필리핀에서 개최된 콘서트의 60~70%가 한국 아티스트의 공연이라는 현지 보도가 있을 정도로 필리핀에서 한국문화의 인기는 명확하다. 필리핀인들은 한국인들의 패션이나 미용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삼겹살, 김밥, 김치, 잡채 등 한국 음식을 일상생활에서 즐기고 있다. 한국문화의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양국 사이의 문화교류 및 경제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통해 관련 방안을 모색하는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Philstar.com》 (2019. 12. 3). Reasons Why Filipinos Love Korean Culture and Products, https://interaksyon.philstar.com/trends-spotlights/2019/12/03/158231/philippines-filipinos-korean-hallyu-no-brand/ - 《pinoyseoul.com》 (2022. 5. 12). K-Sensation: Why Filipinos Are So Attached with Everything Korean, https://www.pinoyseoul.com/2022/05/k-sensation-why-filipinos-are-so.html - 《cnnphilippines.com》 (2022. 12. 24). Hallyu in PH: What's next?, https://www.cnnphilippines.com/entertainment/2022/12/24/Future-of-Hallyu-wave-in-the-Philippines.html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