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과 7일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 사라왁 경기장 주변은 축제를 즐기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 찼다. 이틀 동안 열린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은 약 3만 1,000명의 관중을 운집시키며 최다 관중을 모은 축제라는 기록을 세웠다. 보르네오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축제 확산을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이번 축제는 BME 말레이시아가 주관하고 스카이라인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티 매니지먼트, 드림팩토리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주최했으며 사라왁 관광창조산업공연예술부가 공식 후원했다.
<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 출처: 보르네오소닉뮤직페스티벌 공식 페이스북 계정(@borneosonic.mf) >
이번 페스티벌에는 케이팝 아티스트 CL, 태양, 효연, 수호를 비롯해 사라왁 쿠칭 출신 래퍼 융카이(Yung Kai), 사바 출신의 안디 베르나디(Andi Bernadee), 호주 DJ 하바나 브라운(Havana Brown)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출연했다. 특히 CL, 태양을 전면에 내세우며 포스터에서 케이팝 아티스트를 가장 크게 소개하는 주최 측의 모습에서 현재 말레이시아 내 케이팝의 위상과 인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케이팝 공연을 기다려 온 현지 한류 팬덤들의 뜨거운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장은 쿠알라룸푸르 등 서말레이시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팬들부터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인근 국가와 인도, 유럽 등지에서 찾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10월 7일 공연장에서 만난 줄라카(Julaka)와 파르하나(Farhana)는 "공연을 보기 위해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케이팝 가수를 실제로 볼 수 있다니 떨린다."고 말했다.
< 쿠알라룸푸르에서 온 줄라카와 파르하나 - 출처: 통신원 촬영 >
쿠알라룸푸르에서 두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엑소엘(엑소 팬덤명)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케이팝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함께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을 찾았다. 엑소엘은 "공연장과 가장 가까운 앞자리에 앉고 싶어 행사 시작 세 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수호를 말레이시아에서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아멜리아 수(Amelia Suh)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콘서트가 모두 취소되면서 케이팝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이번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2NE1, 소녀시대, 빅뱅, 엑소 팬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준 주최 측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는 엑소엘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은 케이팝 콘서트가 아니라 말레이시아 뮤지션들이 함께 출연하는 지역 문화 축제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쿠칭에서 남동생과 행사장을 찾은 리사 멜(Lisa Mell)은 "빅뱅부터 BTS까지 오랫동안 케이팝을 좋아했다. 이번 축제는 케이팝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아티스트도 함께 무대에 오르는 행사라는 점에서 지역민들에게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 지역 행사를 응원하고자 가족과 행사장을 찾은 리사 멜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 행사장에는 긴 줄이 끝없이 늘어졌다. 관객들은 긴 대기 시간 동안 최근 SNS에서 유행하는 랜덤 플레이 댄스(케이팝을 무작위로 틀어주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놀이)에 참여하며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또한 케이팝 아티스트의 사진이 담긴 머리띠와 응원도구를 구매하며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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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덤 플레이 댄스에 참여하거나 응원 도구를 구매하며 대기하는 현지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10월 6일 18시 45분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을 꽉 채운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융카이, 제카밀, 앤디 베르나디 등 말레이시아 뮤지션의 공연에 이어 효연(HYO)이 등장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했다. 점차 고조되던 열기는 미국 래퍼 팻맨 스쿠프에 이어 CL이 마지막으로 등장하자 절정에 달했다. CL은 강렬한 무대로 현지 관중들을 사로잡았고, 공연장의 관객들이 후렴구를 따라해 CL의 단독 콘서트를 보는 것과 같은 장관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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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첫째 날과 둘째 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CL과 태양 - 출처: 통신원 촬영 >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 둘째 날에도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7일 18시 45분에 시작한 공연에는 사라왁 뮤지션 벨르 시소스키, 말레이시아 걸그룹 돌라 등 인기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했다. 20시 15분 수호가 등장하자 응원봉을 든 팬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엑소엘은 좌석에서 일어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손을 흔들며 열광했다. 대만 아티스트 멜로 문, 호주 출신 DJ 하바나 브라운의 무대에 이어 태양이 무대에 올라 화려하게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태양은 완벽한 노래와 강렬한 무대를 선보이며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개최되는 축제지만 첫째 날 약 1만 3,000명, 둘째 날에는 1만 9,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는 보르네오에서 열린 역대 축제 중 최대 규모의 인파다. 2019년 열린 열대우림세계음악축제(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RWMF)의 2만 3,600명을 뛰어넘는 3만 1,000명이 축제를 다녀가 보르네오 축제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로 기록됐다.
이번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에 사상 최대 방문객이 몰린 성공 요인으로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출연이 꼽힌다. 행사 주최 측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사진을 정면에 내세운 홍보물을 배포했고, 홍보 영상에서도 CL, 태양 등을 처음에 소개했다. 또한 9월 25일 3D 벽화 아티스트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작가(JAGUNG)가 태양의 얼굴이 새겨진 벽화를 공개해 한류 팬들을 끌어모았다.
<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을 기념해 제작된 가수 태양 벽화 - 출처: 통신원 촬영 >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은 케이팝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현지 문화예술가들이 함께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케이팝은 일방적으로 문화를 선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이번 축제는 현지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며 모두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다양한 문화예술 축제를 여는 사라왁주가 문화예술 중심지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찾을 수 있었다. 사라왁개발연구소 유엔 선임연구원은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사라왁주는 적극적으로 국제 행사와 축제를 개최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지역이기에 이번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의 성공은 지역 사회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보르네오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자 동말레이시아(사바, 사라왁, 라부안) 그리고 브루나이와 인도네시아 일부가 위치한 섬이다. 이번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 사라왁주는 전체 인구의 40%가 전통 부족으로 구성된 지역으로 쿠알라룸푸르가 위치한 서말레이시아보다 문화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사라왁주는 문화예술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자 그동안 케이팝 공연 유치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3월 연방정부가 2024년부터 공연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사라왁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지침을 적용하지 않겠다며 공연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개최는 지역 사회와 공연 문화에 미치는 한류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주목받은 또 하나의 사례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보르네오 소닉 뮤직 페스티벌(Borneo Sonic Music Festival) 페이스북 계정 (@borneosonic.mf), https://www.facebook.com/borneosonic.mf/
- 《Dayak Daily》 (2023. 10. 8). Taeyang wraps up Borneo Sonic Music Festival 2023 like 'shoong!', https://dayakdaily.com/taeyang-wraps-up-borneo-sonic-music-festival-2023-like-shoong/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