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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중국 언론이 본 한류의 지속가능성

2023-11-2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앞으로 한류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통신원은 중국에서 수년 동안 거주하면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 속 세상은 전 세계가 한류에 열광한다고 소식을 전해주지만, 사실 통신원이 있는 이곳의 오프라인 세상은 그렇지 않다. "한류가 37조 원(약 2065억 원)의 생산량을 창출한다."라는 소식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쯤, 중국 관영 매체 《环球时报(환구시보)》도 한류에 대해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한류 동향뿐만 아니라,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한 내용이 더해져 있었다.

"한국이 이러한 상황을 견제하지 않으면 '한류'는 '일본문화(日流)'처럼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环球时报》의 지적이다. 물론 해당 매체는 중국 대외 상황을 보도할 때 적나라한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해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매체다. 하지만 한국문화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쓴소리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통신원은 한류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중국에서 한류의 역사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양국 간 경제 무역 왕래와 인문 교류가 점차 증가했다. 1993년 중국 본토 방송국에 한국 드라마 <질투>가 상륙하면서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처음 방영됐다. 1999년 <별은 내 가슴에>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안재욱 열풍'을 일으켰고, 이어 2000년 2월 1일 베이징 공인체육관에서 진행된 H.O.T 콘서트를 계기로 "케이팝이 중국을 본격적으로 휩쓸었다."고 보도됐다. 2002년에는 <가을동화>가 방영돼 현지 시청자들은 '백혈병' 이야기에 가슴 아파했고, 2005년에는 <대장금>이 방영되면서 '대장금 열풍'이 아시아를 강타했다. 2016년 <별에서 온 그대>로 '치맥 열풍'이 불며 한국의 치킨이 중국 대표 야식이 됐다.
중국 SNS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가을동화'의 배우 송혜교 - 출처: 'Weibo(微博)'

< 중국 SNS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가을동화'의 배우 송혜교 - 출처: 'Weibo(微博)' >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연이은 히트에 이어, 2006년 예능 프로그램 < X맨 >이 방영되면서 'X맨 열풍'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 열풍을 일으켰다. 그 후 <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그리고 <런닝맨>은 동명의 중국판 프로그램이 제작될 만큼 인기를 끈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한류가 부상하는 과정은 한국 정부와 문화산업의 의식적인 전략적 포석이라고 진단한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문화산업의 혁신과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과 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시장의 수요와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중국 시장은 신선하고 다양한 문화 제품을 수용하기를 열망하는 전환기에 있었다. 한류는 이러한 중국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패션, 현대, 친근함 및 다양함으로 많은 중국 소비자, 특히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다. 중국 시장에서 한류의 부상은 한중 경제 무역 교류 왕래와 인문 교류를 촉진으로 이어져 양국 국민의 우정과 이해를 증진했다.

중국에서 한류의 현재
1. 문화적 측면
한류 초기부터 일찍이 한류를 주목했던 중국은 한류를 중국에 소개하면서도, 그 시절 좋아했던 한류를 회상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시간이 지나 시장이 변화하면서 한류는 중국 시장에서도 몇 가지 도전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한류는 중국 시장에서 동질화와 창의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색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는 일정한 틀과 형식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혈병', '시간 이동', '기억상실증', '삼각관계' 등은 긴장감과 감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지만, 동시에 심미적 피로감과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케이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돌 그룹', '댄스 장르의 군무', '비주얼 효과' 등의 요소는 한국 음악의 역동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보여주지만, 음악적 개성과 깊이에 대한 한계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2. 산업적 측면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자본의 장악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OTT 서비스가 한류 콘텐츠에 투자하는 자본이 많아질수록 콘텐츠 포화 현상을 빚어 문화 전파에 대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가 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OTT 서비스에 집중된 한국 콘텐츠는 중국 시장을 제외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불법 유통으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지만, 중국 언론은 "한국 영화, 드라마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며 우회적으로 중국 내 정식 수입이 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의 특수하고 고급화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혁신과 돌파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3. 사회적 측면
중국 시장에서의 한류는 정치적 요인과 민족적 감정의 영향에 직면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2016년 이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자 중국 정부는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 금지, 새로 공개되는 한국 드라마의 중국 동영상 플랫폼 진입 금지, 중국에서의 케이팝 콘서트 개최 금지 등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스트레이 키즈가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ideo Music Awards)'에서 베스트 케이팝상을 수상하는 모습 - 출처: 'IC Photo'

< 스트레이 키즈가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ideo Music Awards)'에서 베스트 케이팝상을 수상하는 모습 - 출처: 'IC Photo' >

《环球时报》는 중국 내 상황에 대해 미국 언론이 보도한 한류 관련 기사 내용을 덧붙였다. 미국 언론에서 언급한 "한류 열풍이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주류사회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그동안 아시아계가 차별을 받아온 부정적 영향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면서도, "이번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ideo Music Awards)'를 보면 미국 아티스트들이 여전히 주류 음악계를 지배하고 있고, 한류는 어워드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또한 《The New York Times(뉴욕 타임스)》의 "케이팝이 글로벌화라는 변혁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상업적 이익에 따라 영어 가사나 표현을 늘려 더 많은 유럽 및 미국 팬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한류 팬을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은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4인조 케이팝 걸그룹 블랙스완의 화보 - 출처: 'Baidu'

< 4인조 케이팝 걸그룹 블랙스완의 화보 - 출처: 'Baidu' >

이어 중국 매체는 두 가지 새로운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첫 번째로 '전원 외국인 걸그룹'을 뜻하는 중국어 '全外援'를 언급했다. '한국인 없는 최초의 케이팝 그룹'이라는 별칭으로 주목받은 블랙스완에 대한 보도다. "이러한 현상은 한류 3.0 시대에 도래한 것"이라는 한국 언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며 "이제 한류는 한국답다는 표현이나 문화적 분위기에서 벗어나(made in Korea), 일련의 산업을 지칭하는 대명사(created by Korea)가 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로는 한국 스타들의 마약 문제를 언급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마약 파문까지 겹치면서 연말까지 관객수가 회복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한국 언론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동시에 "마약에 연루된 연예인들의 비교적 빠른 복귀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깨끗한 이미지로 호평을 받던 한국문화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는 한국 연예계의 정신적 건강이 건강한 한류를 잇는다는 점을 일깨운다.

역사는 흐르고 문화도 흐른다. 전 세계가 한류를 동시대에 주목하고,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 세계에서 뜨겁게 달궈진 한류가 중국처럼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맞물려 식지 않으려면 초기에 반응했던 국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에서 지속가능한 한류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다. 도전적인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한류 콘텐츠가 도구로 쓰이고 있는지, 무기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 한류를 주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샤오홍슈 및 웨이브 홈페이지
- 《环球时报新媒体》 (2023. 9. 14). MTV奖项揭晓,韩流 '陪跑', https://new.qq.com/rain/a/20230713A00MXD00
- 《环球时报》 (2023. 4. 17). 韩流走下坡路, 韩国急了, https://new.qq.com/rain/a/20230713A00MXD00
- 《腾讯网》 (2023. 8. 29). '全外援' 女团 '黑天鹅' 在韩爆红,韩媒: '韩流3.0时代' 的新探索, https://new.qq.com/rain/a/20230829A00OZH00
- 《腾讯网》 (2023. 4. 17). 从全民追捧到抛弃! 曾经流行的 '韩流文化', 如今被中国市场淘汰, https://new.qq.com/rain/a/20230829A00OZH00
- 《环球时报》 (2023. 11. 3). 韩媒担心艺人涉毒殃及 '韩流', https://baijiahao.baidu.com/s?id=1781492822345266141&wfr=spider&for=pc&searchword=%E9%9F%A9%E6%B5%81

	

통신원 정보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신문학원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