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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워크숍으로 호주를 방문한 케이팝 안무가 최영준

2023-12-0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인기와 맞물려 케이팝 커버댄스가 한국 대중문화의 한 흐름이 됐다. 아이돌 그룹이 <독도는 우리 땅> 영상을 띄우자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커버 영상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인파가 몰리는 광장에서 커버댄스를 추는 모습이나 '케이팝 인 퍼블릭(K-POP IN PUBLIC)' 등 다양한 관련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케이팝 팬들의 관심이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안무를 짜고 가르치는 안무가에게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최근 호주 댄서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케이팝을 대표하는 안무가 최영준의 댄스 워크숍 소식이다. 이번 최영준 안무가의 워크숍은 현지 케이팝 부트캠프 기획사 디 아카데미(The Academy) 주관으로 시드니(10월 22일, 시드니 댄스 컴퍼니), 멜버른(10월 28일, 제이슨 콜먼 미니스트리 오브 댄스), 브리즈번(10월 29일, 토마스 딕슨센터)에서 열렸다. 통신원은 호주를 방문한 최영준 안무가와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이번에 디 아카데미(The Academy) 초청으로 호주를 찾으셨는데,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워크숍은 두 번째인데, 5년 전 디 아카데미와 함께했을 때 아주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호주에 다시 올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호주 워크숍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번 워크숍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예정인가요?
이번 워크숍은 케이팝 수업과 안무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케이팝 수업은 세븐틴의 < I don’t Understand but I Love You >로 진행됩니다. 이 곡은 세븐틴의 퍼포먼스팀이 무대를 선보였던 곡으로, 난이도가 있는 편이지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테크닉 요소를 가진 안무이기에 선택했습니다. 안무 수업은 예능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데뷔했던 이븐(EVNNE)의 댄스 브레이크 안무로 진행됩니다. 케이팝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테크닉 요소가 가미돼 있어, 춤을 능숙하게 출 줄 아는 분들이라면 굉장히 좋아할 만한 곡이라 생각해서 선택했습니다. 중급과 고급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이지만, 초보도 함께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안무가나 댄서로 진로를 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TV를 보면 아티스트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 아니라 뒤에서 춤을 추고 있던 댄서분들이 눈에 더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대형을 이루고, 안무의 기승전결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보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댄서들의 매력에 끌렸습니다. 댄서들이 이 무대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 제게 큰 매력으로 다가와 댄서나 안무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그 길을 쭉 걷게 됐습니다.

세븐틴, 엑소(EXO), 아이즈원, 레드벨벳 등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안무를 창작하신 것으로 아는데,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사실 영감이라는 것은 모든 것인 것 같습니다. 음악이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갖고 있기에 모든 것이라고 말하게 됩니다. 이별 노래로 안무를 만들 때는 제가 실제로 이별해왔던 경험을 떠올리며 감정을 꺼내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호시의 < Spider >를 예를 들자면, '거미와 연관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거미줄,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거미, 사냥하는 것, 거미줄에 갇히는 것 등을 떠올렸습니다. 안무를 짤 때 다양한 마인드맵을 그리는 편입니다. 스스로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가사랑 대조해 보며 안무 동작을 맞추는 것입니다. 세븐틴의 <손오공> 같은 경우는 일본 만화 <드래곤볼>, <서유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제가 보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혹은 제가 경험했던 모든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가장 애착이 가는 안무로는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세븐틴의 <손오공>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모든 안무를 애정으로 만들지만 <손오공>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아 많은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던 곡입니다. 총 241명의 퍼포먼스라 사실은 안무를 짤 때,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던 곡입니다. 댄서 선발, 시안 촬영 때 너무 힘들었고, 함께한 댄서들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많은 제작비와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안무이다 보니 가장 애착을 느낍니다.
안무가 최영준의 2023 댄스 워크샵 홍보 포스터 - 출처: The Academy 제공

< 안무가 최영준의 2023 댄스 워크샵 홍보 포스터 - 출처: The Academy 제공 >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팝 아티스트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기억에 남는 분들은 많지만, 가장 오래 작업을 같이 한 아티스트는 세븐틴입니다. 9년째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아낀다>라는 곡으로 데뷔할 때부터 <만세>, < 아주 NICE >, <붐붐> 등 이 아이들을 보자마자 잘 될 것이라는 감이 왔습니다. 인원이 많은데도 마치 한 명이 추는 것처럼 칼처럼 안무가 맞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아이들 왜 이렇게 춤을 잘 추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와 만나기 전 이미 5년간 함께 팀을 이루어 연습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회사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너무 잘하기 때문에 안무 난이도에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또한 13명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풍성해지고, 오래 작업을 하다 보니 저와도 호흡이 잘 맞아 항상 무대들이 멋지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세븐틴 각 멤버들의 실력이 좋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2022년 Mnet <스트릿 맨 파이터> 원밀리언(1MILLION) 댄스팀으로 참여하셨는데, 당시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
사실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나이도 있고, 그동안 안무가로서 해온 것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되는 점이 과연 있을까?', '나가면 손해가 아닐까?' 등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마음보다도 댄서들끼리 합을 이뤄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본 투 비 댄서이고 무대를 좋아하기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출연하기를 너무 잘한 것 같습니다. 너무 재미있었고, 그 안에서 많이 배워 좀 더 성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안무가 최영준을 한 단어로 설명해 주세요.
성실함입니다. 스무 개에 이르는 팀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Team Same'이라는 안무가 크루를 운영하면서 그 이상일 때도 있습니다. 너무 바쁜 일정이지만 아티스트 한 명 한 명, 노래 하나 하나에 정말 많은 애정을 쏟으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안무가 나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팬들이 더 열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들이 더 빛날 수 있을까?'를 매번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저는 아티스트, 곡 하나 하나에, 그리고 팬들의 마음에 정을 듬뿍 줄 수 있는 성실한 안무가라고 생각합니다.

안무를 만들 때 안무가 최영준만의 철학이 있나요?
첫 번째로 제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아티스트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 안무로 무대에 오르면 자신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스스로를 회사의 오너라고 생각해 볼 것입니다. '내가 대표라면 아티스트를 이렇게 무대에 세우면 떳떳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팬들의 입장이 되어볼 것입니다. '내가 어떤 아티스트의 팬이라면 아티스트의 어떤 점을 보고 싶을까?', '이 아티스트가 어떻게 무대에서 움직이면 내가 열광할까?' 등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런 철학 덕분에 아티스트를 타지 않는 안무가(어떤 아티스트와도 작업이 가능한 안무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케이팝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케이팝 안무가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릿 맨 파이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댄서가 많이 부각돼 이제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해당 아티스트의 안무를 만든 사람까지도 궁금해하시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춤 하나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케이팝 안무가는 아이돌처럼 포토카드나 앨범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사실 안무가 팬들이 즐길 거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팬분들께 제가 보답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워크숍에서 춤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라 아쉽기는 하지만,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요즘 블랙핑크 로제의 음색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로제의 음색에 안무를 입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023년의 남은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진행 중인 작업들을 잘 마무리를 하는 것입니다. 춤을 좋아하는 댄서들, 그리고 안무가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며 춤을 추기를 바라기에 그 울타리를 꼭 지키고 싶습니다. 안무 저작권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통신원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케이팝 안무가 최영준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케이팝 아티스트의, 어떤 또 다른 멋진 안무로 케이팝 팬들을 열광하게 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겠다.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