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에서는 10월 11일까지 지난해보다 15편 많은 총 224편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필리핀 영화는 장단편 약 10여 편이다. 먼저 2023년 영화 < 모로 >로 부산을 찾은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이 < 마더랜드 >라는 작품으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역시 지난해 < 호수의 깊은 진실 >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라브 디아즈 감독도 영화 < 판토스미아 >로 올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멘도사 감독은 2009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디아즈 감독은 201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로렌스 파하르도 감독은 < 조용한 경청 >, 세드릭 라바디아 감독은 < 1+2 폭탄세일 >이라는 영화와 함께 부산을 찾았다. 파하르도 감독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 아목 >을 출품한 바 있고, 필리핀판 영화 < 끝까지 간다(A Hard Day) >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라바디아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첫 연출작이며 마닐라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보다 며칠 앞선 지난 9월 말 필리핀에서는 한국영화제가 열렸다. 주필리핀한국문화원(KCC)은 2024년 한국과 필리핀 수교 75주년을 맞아 '2024 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 2024)'를 개최했다. 올해 영화제는 '너는 내 친구!(Chingu Kita!)'라는 주제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무료로 진행됐으며,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필리핀 영화개발위원회(Film Development Council of the Philippines), 필리핀대학교 영화연구소(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Film Institute) 그리고 SM 시네마가 함께했다. 올해 14회째인 필리핀 한국영화제는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올해는 SM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 SM 시티 바기오(SM City Baguio), SM 시사이드 시티 세부(SM Seaside City Cebu) 그리고 SM 시티 다바오(SM City Davao) 등 필리핀 5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 2024년 한국영화제 홍보 포스터 - 출처: 주필리핀한국문화원 페이스북 계정(@KoreanCulturalCenterPH) >
9월 26일 SM 아우라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상승만 총영사는 "올해 한국영화제는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한국과 필리핀 영화산업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양국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 영화개발위원회 이사 마리안 토레(Marian Torre)는 이번 영화제를 높이 평가하며 "필리핀 영화개발위원회가 한국 영화를 필리핀 관객에게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번 영화제가 특별한 이유는 올해가 한국과 필리핀 외교 관계 수립 75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승만 총영사와 토레 이사 말처럼 이번 영화제를 찾은 현지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와 기타 마련된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의 영화산업만이 아니라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번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올해 국내 개봉작인 < 소풍 >을 비롯해 한국 영화 5편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배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 소풍 >은 절친한 친구이자 사돈지간인 두 사람이 60년 만에 함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며 16살 어린 시절 우정과 추억을 되새기고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3년 개봉한 배우 신민아, 김혜숙 주연 영화 < 3일의 휴가 >도 필리핀을 찾았다. < 3일의 휴가 >는 배우 김해숙의 연기뿐만 아니라 극 중 음식 연출과 배경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필리핀 관객들은 영화에 등장한 만두가 들어간 스팸 김치찌개, 두부김치와 막걸리 그리고 소주에 곁들인 김치 등을 통해 한국 음식과 술 문화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이번 영화제 상영작인 < 30일 >은 배우 강하늘과 정소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2023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 30일 >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했지만 성격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혼을 30일 앞둔 부부가 사고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 9월 24일에 열린 영화 포럼 - 출처: 필리핀 영화개발위원회 페이스북 계정(@fdcpofficial) >
상영작 중에는 2023년에 개봉해 제4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 밀수 >도 포함돼 있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두 여성이 예기치 않게 밀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로 주연인 김혜수와 염정아 연기가 좋다는 평을 받았다. 두 배우 이외에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 출연진 연기 또한 훌륭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2019년 5월 1일 개봉한 < 나의 특별한 형제 >가 실화를 바탕으로 장애라는 소재를 진지하게 풀어내 감동을 자아냈다. 극 중 형을 연기한 배우 신하균뿐만 아니라 동생을 연기한 배우 이광수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도 많았다. 특히 이광수는 필리핀에서 < 런닝맨 >을 통해 인기가 아주 많은 터라 이광수 현지 팬들도 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영화제에는 영화 상영 외에도 25일과 27일 '친구들을 만나요!(Meet our Chingus!)'라는 한국 영화산업 관계자들과 필리핀 관객들이 할 수 있는 시간도 함께 마련됐다. 해당 행사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윤경 콘텐츠연구본부장과 시각효과 전문 회사 웨스트 월드(West World) 손승현 대표가 참여했다. 웨스트 월드는 이번 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 밀수 >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 < 눈물의 여왕 >,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제는 양국의 영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75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과 필리핀 우정을 기념하는 중요한 문화 행사이자 양국을 연결하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아울러 드라마와 달리 평소 접하기가 쉽지 않은 한국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던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ABS-CBN News》 (2024. 9. 17). 2024 Korean Film Festival: Lineup, where to watch, https://news.abs-cbn.com/entertainment/2024/9/17/2024-korean-film-festival-lineup-where-to-watch-1224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