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호등 연립정부 붕괴... 2월 총선 실시 2024년 11월 6일 독일 신호등 연정(Ampelkoalition)이 붕괴되면서 독일은 오는 2월 23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로 단일정당이 의회 의석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면 다수의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구성한다. 그러나 지난해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FDP·자민당)이 제출한 경제 정책 문건를 이유로 올라프 숄츠 연방 총리(SPD·사민당)가 그를 해임하면서 사실상 연립정부는 붕괴됐다. 해당 경제 정책 문건은 기후위기 대응 목표 조정, 복지 지출 제한 등 민감한 문제를 담고 있었다. 독일 연방의회는 새로운 선거를 통해 다시금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민법 개정 등 일부 이슈를 두고 각 정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이 지속적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 생성(AI-generated) 콘텐츠가 공유되거나 특정 의도를 가지고 유포되는 정보가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설수 오르는 소셜미디어... 정치 개입 수단 악용되기도 논란의 시작은 알리스 바이델 독일 대안당(AfD) 대표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X(구 트위터) 라이브 대담이었다. 두 인물은 지난 1월 9일 X에서 대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는 대안당에 투표할 것을 촉구하며 노골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X 계정에 대안당 전당대회 실시간 스트리밍을 공유했는데 전 세계 7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를 시청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대안당 대의원은 전당대회에서 "머스크의 지지로 득표율이 2∼3% 오를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이후 대안당 지지율은 최고치 22%를 기록했다. 대안당은 반복되는 부적절한 주장으로 극우정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주요 정당은 이른바 '방화벽'을 구성하고 대안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해왔다. 해당 대담 직후 하루 만에 60개 이상의 독일 및 오스트리아 대학, 연구기관의 공동성명이 나왔다. X에서 우익 포퓰리즘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을 즉시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지금 같은 X의 방향은 세계에 대한 개방성, 과학적 진실성, 투명성, 민주적 담론이라는 우리 기관들의 기본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독일교육연합(GEW), 서비스노동조합 베르디(Verdi), 연방사법재판소(BGH)도 X 사용 중단 의사를 밝혔다. 독일 정부도 X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일론 머스크 공식 X 계정에 업로드된 알리스 바이델 독일 대안당 대표와의 대담 - 출처: 일론 머스크 X 계정(@elonmusk) >
인종차별적 콘텐츠 생산에 악용되는 인공지능 소셜미디어 상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가 정치적 목적으로 공유되는 상황도 문제가 됐다. 독일 매체 《DW(도이체벨레)》는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해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아리아계 독일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X 복수 계정(@LarissaWagt, @juttafreitag6, @RenaF214439, @sophiasworld_17)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시각화한 뒤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 해당 계정을 살펴보면 "반드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추방해야 한다. 그것은 오직 AfD와 함께만 가능하다."와 같은 극단적인 주장과 함께 백인 여성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백인 여성의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이미지다 - 출처: X 계정(@LarissaWagt) >
독일의 대응은? 디지털 기술은 선거와 같이 중요한 정치적 사안을 앞두고 악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응답자의 67.9%가 사이버 공격과 인공지능 기반 허위정보 캠페인이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하고 극단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이용자에게 노출시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 독일 국민의 대다수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서비스 법(DSA, DIgital Services Act)를 도입해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시도한 바 있다. 플랫폼 내 허위정보 확산 예방 등 건전한 정보환경을 조성할 책임을 기업에 지우는 것이 골자다. 2023년 7월 조사에서 유럽연합은 엑스가 DSA를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인증 마크 시스템이 사용자들을 기만하며 광고 투명성이 부족하고 연구자들에게 데이터 접근을 차단하는 것 등을 위반 사유로 밝혔다. 그러나 퍼지고 있는 허위정보에 즉각적 대응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건전한 정보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는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다.
< 막스 문드헨케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생성한 녹색당 선거 공약 실현 시 미래 독일의 모습 - 출처: Max Mundhenke >
디지털 기술 부작용 최소화 방안 찾아야 소셜미디어나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각 정당의 총선 공약 실현 시 독일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시각화한 사례도 있다. 이는 복잡한 정치 사안을 쉽게 시각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다. 결국 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는 정보 소비자와 이용자의 손에 달려있다. 디지털 기술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결코 독일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의 장점은 적극 활용하면서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해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일론 머스크 X 계정(@elonmusk), https://x.com/elonmusk - X 계정(@LarissaWagt), https://x.com/larissawagt - 《Taggesschau》 (2024. 11. 7). Ende mit einem lauten Knall, https://www.tagesschau.de/inland/ampel-aus-100.html - 《연합뉴스》 (2025. 1. 13). 머스크, 독일 극우 전당대회 엑스 생중계…720만 시청, https://www.yna.co.kr/view/AKR20250113152900082?input=fb&fbclid=IwZXh0bgNhZW0CMTEAAR2PcnOxWcvkbMvcNj4AHwHlPKXxKaisNtVo9q14_WzwbrxTRgRsMjq4aJU_aem_RcKi0vRJn0D3uct9V4mWWg - 《뉴스1》 (2025. 1. 12). 독일·오스트리아 대학 60여곳, X 사용 즉시 중단…'우익 사상 퍼뜨려', https://www.news1.kr/world/europe/5658459 - 《DW》 (2025. 2. 6). Fact check: AI influencers targeting German elections | DW News, https://www.youtube.com/watch?v=LriFlzs5lgk - 《Microsoft》 (2024. 12. 6). Bundestagswahl 2025: Deutschland fürchtet KI-gesteuerte Desinformationskampagnen und Angriffe auf Unternehmen der kritischen Infrastruktur, https://news.microsoft.com/de-de/mddr-btw2025/ - 《ZDFheute》 (2025. 1. 10). So stellt sich KI unsere Zukunft vor, https://www.zdf.de/nachrichten/politik/deutschland/kuenstliche-intelligenz-wahlprogramm-parteien-bundestagswahl-100.html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솔직한 유럽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