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1740년에 커피 묘목을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했다. 1880년이 되자 필리핀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커피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하지만 스리랑카에서 시작된 커피 녹병(Coffee Rust)으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1/6 이하로 줄면서 필리핀은 사실상 커피산업을 포기했다. 2000년대가 되면서 필리핀에도 인스턴트커피 대신 원두를 내려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필리핀인 가운데 80%는 하루 평균 커피를 2.5잔 이상을 마시고 있으며 금융 중심지인 마카티에는 인구 4,000명당 카페가 하나 있을 정도로 도시 생활을 하는 필리핀인들에게 카페는 친숙한 곳이 됐다. 이제 필리핀 도시에서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친목 도모와 같은 사회활동을 비롯해 개인적인 일 등 다양한 일을 하는 공간이 됐다. 여러 글로벌 카페 프랜차이즈는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필리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타벅스로 2024년 10월 기준 44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뒤를 이어 커피빈이 필리핀 시장에서 2인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 커피빈을 인수한 졸리비는 2024년 7월에는 한국 컴포즈커피를 인수해 한국 시장에도 진입했다.
<필리핀에서 영업 중인 빽다방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먼저 필리핀에 진출한 업체는 할리스 커피다. 2011년에 필리핀에 진출해 2024년 현재 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할리스 커피에 이어 2012년 카페베네도 필리핀에 진출했지만 2024년 기준 매장이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사업 실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필리핀에 진출한 여러 한국 카페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현재 가장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바로 탐앤탐스다. 하지만 무서운 속도로 이를 따라잡고자 하는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가 바로 2023년 2월에 진출한 빽다방이다. 빽다방은 2024년 11월 기준 12개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한국에서는 저렴한 커피로 잘 알려진 빽다방이지만 필리핀에서는 쇼핑몰에 입점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소규모 업체나 개인 역시 필리핀에서 카페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한 카페 가운데 하나인 라라가든 카페 산페르난도점은 필리핀 온라인에서 유명한 곳이다. 9개월 전에 문을 연 라라가든 카페 산페르난도점은 필리핀에서 보기 드문 대형 한국식 카페로 마치 한국 유명 베이커리 카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이 카페는 필리핀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단시간 내에 지역민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카페에서 만난 산토스 씨는 "가족 및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매력적이고 아늑한 장소"라는 말과 함께 "주문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이 있어 방문하기 좋은 곳"이라고 밝혔다. 멘도사 씨 역시 "주차 공간이 충분하고 카페가 넓어서 좋다."고 밝혔다.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음식 맛도 좋고 화장실이 깨끗해서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 (좌)실내 정원이 있는 라라가든 카페, (우)다양한 빵을 판매하고 있는 한국식 베이커리 카페 - 출처: 통신원 촬영>
산페르난도 라라가든 카페는 2023년에 문을 연 앙헬레스에 위치한 라라가든 카페 분점이기도 하다. 앙헬레스에 위치한 라라가든 카페 역시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카페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즐기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카페 내 아기자기한 조경과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사진을 찍기에 좋다는 후기도 많다. 라라가든 카페는 테라로사 카페 본점을 연상케 하는 외관에 실내에는 물이 흐르고 사진 촬영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음료와 음식 등에도 한국적인 재료나 특색을 반영해 필리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위에 언급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필리핀에 진출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개인 카페도 한국의 카페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현지 고객 눈높이에 맞춰 한국적인 맛과 멋을 제공해야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페를 찾는 필리핀 소비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대중문화 인기와 함께 한국식 카페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은 한국식 카페가 필리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며 동시에 필리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INQUIRER.net》 (2024. 2. 2). Urban caffeine fix, https://business.inquirer.net/444007/urban-caffeine-fix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