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한류의 시작을 <가을동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TV 보급도 제대로 돼있지 않던 시절 <가을동화>가 나왔을 때는 각 마을에 TV가 있는 집으로 가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을동화>를 보았다. 마지막 회에서 <가을동화>의 주인공 송혜교(은서 역)가 죽는 모습에 다들 오열했고 다음날 사무실에 눈이 팅팅 부은 채 출근을 했다는 건 교민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다. <가을동화>의 인기와 더불어 배우 송혜교의 인기는 미얀마에서 굉장히 높았다. <풀하우스>, <태양의 후예> 등 송혜교가 출연하는 작품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듯 미얀마에서도 그 인기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최근 한국 영화 <검은 수녀들>이 미얀마에서도 개봉했는데 현지 언론이 보도할 정도로 관심이 이어졌다. 1월 27일 미얀마의 주요 일간지 《Eleven Myanmar(일레븐 미얀마)》는 "송혜교의 한국 영화 <검은 수녀들>, 한국 및 인도네시아 영화관에서 인기"라는 제목으로 <검은 수녀들>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배우 송혜교가 출연한 한국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이 1월 24일 전 세계 개봉돼 한국 극장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극장에서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고 전했다. 이어 "악령에 사로잡힌 한 소년을 구마를 통해 정상적인 삶으로 돌리려고 하는 수녀들의 이야기로 2015년 개봉한 <검은 사제들>의 후속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극 중 송혜교는 수녀 유니아 역을, 함께 출연한 전여빈은 수녀 미카엘라 역을 연기했다. 개봉 직후 한국에서 흥행을 이어갔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역대 한국 영화 중 <파묘>에 이은 가장 성공적인 개봉이다."라고 전했다. 개봉 전부터 사전 예매율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송혜교가 그동안 맡지 않았던 역할을 맡았기에 관객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 (좌) '검은 수녀들' 관련 현지 언론 보도, (우) 현지 영화관 상영 정보 - 출처: (좌)'Eleven News', (우)페이스북 계정(@JCineplexMM) >
미얀마에서는 2월 7일부터 극장 상영이 시작됐다. 통신원은 미얀마의 가장 최신식 상영관(J Cineplex)을 방문해 관람했다. 배우 송혜교의 미얀마 내 인기와 호러, 오컬트 장르 대한 높은 관심도로 인해 많은 현지 관객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영화관에는 약 40여 명의 관객이 있었다. 예상보다는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영화관 직원이 "개봉 초에는 관객들이 꽤 많이 왔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관(J Cineplex)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2만 명이 영화 <검은 수녀들>의 예고편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고, 해당 게시물에는 "보러 가자.", "은서가 나온다.", "사랑해요." 등 관심 섞인 댓글이 달려 있었다. 미얀마에서는 영화 상영 전 화면에 미얀마 국기가 띄워지며 국가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정전의 영향인지, 시스템 에러 때문인지 화면은 나오지 않았고 음성만 들려왔다. 그 가운데 <검은 수녀들> 상영이 시작됐는데 계속 음성만 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직원들도 별다른 안내를 하지 않았다. 영화 시작 약 2분 뒤에는 음성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이 같은 상태에서 미얀마 관람객들은 휴대폰을 하면서 기다리거나, 퇴장하기도 했다. 약 10분 정도가 흐른 뒤 영화가 다시 상영됐지만 처음으로 다시 되돌려 틀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컴플레인을 하지 않았고 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미얀마어와 영어가 같이 자막으로 띄워졌는데 아쉽게도 이탈리아어로 나오는 장면에는 미얀마어가 제공되지 않았다. 현지 관객들은 맥락을 통해 대강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좌)상영 사고로 암전된 영화관 내부, (우)'검은 수녀들'을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미얀마 관람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영화 상영이 종료된 뒤 영화를 관람한 Mr. J 씨에게 관람평을 요청했다. 그는 "영화는 재밌었다. 꼭 송혜교가 나온다고 해서 보러 온 것은 아니고 한국 영화라서 관람하고 싶었다. 영화가 유치하지 않고 스토리가 있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비교적 나이가 있으신 Ms. K 씨는 "호러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러 왔다. 시간이 흘렀는데도 '은서'는 늙지도 않았다. 계속 활동하는 것을 보니 좋다."라고 했다. 이처럼 미얀마에는 아직까지도 배우 송혜교를 <가을동화>의 '은서'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대부분은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다. 미얀마 한류 열풍의 주역인 송혜교의 작품을 스크린을 통해 관람한 현지인들에게 그때의 감성과 향수가 전해지길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Eleven Myanmar》 (2025. 1. 27). ဆောင်းဟေကို၏ Dark Nuns ဇာတ်ကား တောင်ကိုရီးယားနှင့် အင်ဒိုနီးရှားရုပ်ရှင်ရုံများတွင် လူကြည့်အများဆုံးဖြစ်နေ, https://news-eleven.com/article/299718 - 페이스북 계정(@JCineplexMM), https://www.facebook.com/JCineplexMM
성명 : 곽희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얀마/양곤 통신원] 약력 : KOTRA 양곤무역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