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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미얀마 정령신앙에 대한 정부의 규제

2025-07-1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미얀마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파고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파고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불상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사람이나 동물 형태의 인형 같은 조각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정령신앙, 낫(Nat)과 관련이 있다. 낫은 흔히  알고 있는 애니미즘과 비슷한 개념이다. 미얀마에는 공식적으로 37인의 낫이 존재한다. 사실 이 신앙은 미얀마에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자리 잡고 있었기에 미얀마인들의 일상에 녹아 있다. 불교가 전해진 이후에도 낫 신앙은 사라지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도 사원 내 불상 근처에 낫을 상징하는 조각 등의 물건이 함께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불교를 믿는 일반 가정에서 집 안에 작게 불상을 모셔두는 공간을 두고는 하는데, 낫을 함께 믿는 집이라면 마하기리 낫(Mahagiri Nat)에게 바치는 코코넛 같은 상징물이 함께 놓여 있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미얀마인들의 삶에는 불교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낫 신앙도 깊게 자리하고 있다. 

낫 관리를 목적으로 2025년 3월 미얀마 정령신앙 규율위원회(Myanmar Spiritists Disciplinary Committee)가 설립됐다. 미얀마 유명 일간지 《Global New Light of Myanmar(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해당 조직은 지역과 주 단위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얀마 정령신앙 규율위원회는 전통 정령신앙인들의 공연, 춤, 의상 등 문화적 요소의 보존을 감독하고, 낫과 관련된 의식에서 부적절한 오락이나 기준에 어긋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출범했다. 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규범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과 주에 대표자를 한 명씩 두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며 미얀마 정부와 직속으로 연결돼 정부의 지시와 규제에 따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의식을 금지할 수는 있지만 위반자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다.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경고, 지속 위반할 경우 의식을 금지하거나 정령신앙인 관련 인증서 발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정령신앙 규율위원회 영향력을 다룬 현지 언론사진

< 미얀마 정령신앙 규율위원회 영향력을 다룬 현지 언론 - 출처: 'Global New Light of Myanmar' >

한국의 토속 신앙에서 무속인이 화장을 하고 굿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듯, 미얀마의 낫 신앙에서도 한국의 무당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낫 까도(Nat Kadaw)가 있다. 이들도 진한 화장을 하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있고, 여장을 한 남성도 있다. 낫 까도는 자신에게 정령이 강림한다고 믿으며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노래와 춤을 추고 이후에는 정령이 자신 몸에 들어와 사람들에게 말을 전한다고 여긴다. 이 같은 모습은 한국의 무속 신앙과도 매우 유사하다. 낫 까도의 모습은 미얀마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종종 희화화된 방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영화 속 희화화와 별개로 현실에서 낫을 상징하는 물건에 과도한 장식을 하거나, 전통과 어긋나는 방식으로 의식을 치를 경우 미얀마 정령신앙 규율위원회가 이를 규제할 전망이다. 낫 신앙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만큼 명확한 규제나 지침을 마련하고 사회적 통념과 조율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정령신앙 의식을 진행하는 낫 까도 미얀마 정령신앙 의식을 진행하는 낫 까도

< 미얀마 정령신앙 의식을 진행하는 낫 까도 - 출처: 고 미얀마 투어(Go Myanmar Tour) 홈페이지 >

과거 미얀마에서는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상을 규정과 다르게 만들거나, 일부 낫 까도들이 낫을 상징하는 상징물에 성인용 인형을 사용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중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지금처럼 정권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전통 점성술사들의 예언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미얀마에서는 전통 의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미얀마 정령신앙 규율위원회의 등장이 미얀마 전통의 보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Global New Light of Myanmar》 (2025. 6. 19). Spiritists disciplinary committee to expand nationwide, https://www.gnlm.com.mm/myanmar-spiritists-disciplinary-committee-to-be-expanded-to-regions-and-states/
- 고 미얀마 투어(Go Myanmar Tour) 홈페이지, https://www.gomyanmartours.com/nat-pwe-performance-nat-dance/

통신원 정보

성명 : 곽희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얀마/양곤 통신원]
약력 : KOTRA 양곤무역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