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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케이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로제의 <APT.>

2025-04-1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5년 1분기의 끝, 미국 팝 시장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전과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한 한류의 바람이 아닌 보다 정교하고 깊은 문화적 침투, 혹은 문화적 동화(cultural assimilation)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Rosé)가 있다. 2024년 말 발표된 로제의 싱글 는 글로벌 팬덤의 관심을 넘어 미국 주류 대중문화 속에 자생적으로 뿌리내린 드문 케이팝 성공 사례가 됐다. 특히 이 곡은 로제가 이전에 선보였던 솔로 프로젝트와 달리 브루노 마스(Bruno Mars)라는 글로벌 팝 아이콘과의 협업을 통해 미국 내 음악적 인지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얻어냈다.

지난 3월 26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Forbes(포브스)》의 휴 맥린타이어(Hugh McIntyre) 수석 기고자는 비즈니스 섹션 아래 할리우드와 엔터테인먼트(Hollywood & Entertainment)에 "의 상승세 속에 로제, 라디오 역사 다시 쓰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업로드했다. 휴 맥린타이어 기자는 그동안 글로벌 차트에 근거한 음악산업에 관한 스토리를 주로 써왔다.
로제 'APT.' 인기에 대한 현지 언론 보도

< 로제 'APT.' 인기에 대한 현지 언론 보도 - 출처: 'Forbes' >

그동안 로제의 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국내외 다양한 매체들이 이를 보도해 왔지만 《Forbes》가 빌보드 차트 기록과 함께 아파트와 로제를 다뤘다는 건 특별한 무게감이 있다. 《Forbes》는 경제, 비즈니스, 글로벌 리더십을 중심으로 다루는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전문지다. 음악의 인기나 팬덤을 넘어 해당 음악이 산업적으로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다룰 수 있는 매체인 것이다. 이 같은 매체에서 의 성과를 연속해서 보도했다는 것은 단지 케이팝 팬덤의 성취라기보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한국의 솔로 아티스트가 얼마나 구조적인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인정하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Forbes》가 이번  관련 기사를 다시 한번 올리게 된 이유는 가 빌보드의 세 가지 팝 라디오 차트 중 하나인 어덜트 팝 에어플레이(Adult Pop Airplay) 에서 9위로 톱 10에 첫 진입했기 때문이다. 는 지난주 11위에서 9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Forbes》는 "로제의 최신 싱글 가 현재까지 미국 빌보드 어덜트 팝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한국 솔로 아티스트의 곡 중 가장 오랜 기간 차트에 머문 기록을 세웠다."면서 이는 "BTS의 대표 히트곡 가 세웠던 최장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로제가 '블랙핑크 멤버'라는 수식어를 넘어 자신만의 음악성과 시장성을 입증한 결과다. 사실 어덜트 팝 에어플레이 차트는 젊은 세대 위주의 스트리밍 기반이 아닌 라디오 중심의 에어플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보다 폭넓은 청취층과 장기적인 대중성 확보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로제의 성과는 의미심장하다.
3월 마지막주 어덜트 팝 에어플레이(Adult Pop Airplay) 5위에 오른 로제의 'APT.'

< 3월 마지막주 어덜트 팝 에어플레이(Adult Pop Airplay) 5위에 오른 로제의 'APT.' - 출처: 빌보드(Billboard) >

《Forbes》는 이번 기사를 통해 와 관련된 단순한 문화 기사를 내기보다는 시장 내 위치 변화, 브랜드 가치 상승, 음악산업 내 파워 이동 같은 더 큰 흐름 속에서 로제의 성공을 분석하고 있다. 《Forbes》가 2025년 1분기 끝에 다시 한번  분석 기사를 냈다는 것은 가 단순한 인기를 뛰어넘어 지속력 있는 산업적 가치가 있음을 입증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케이팝 아티스트, 특히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글로벌 위상이 유행을 넘어 고정된 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는 공개되자마자 즉각적인 스트리밍 및 판매 성공을 거두었고 높은 순위의 빌보드 핫 100 차트로 데뷔했다. 그 이후에도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튠즈, 아마존에서 좋은 성과를 꾸준히 보이고 있고 미국 전역의 라디오에서 활발히 방송되면서 특히 빌보드 차트에서 안정적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다양한 라디오 에어플레이 차트 순위에 오르며 케이팝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라는 제목은 실제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고립, 개인적 서사, 그리고 사랑에 대한 회복적 사색을 담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톤으로 구성돼 있으며 많은 이들이 로제의 목소리를 통해 도시적 고독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평했다. 

《Forbes》는 로제의 성과가 솔로 케이팝 여성 아티스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로제의 글로벌한 영향력을 강조했다.  싱글은 현재까지 빌보드 핫 100 차트에 21주 연속 BTS가 세운 기존 기록을 넘어섰고, 한국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새로운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단발성 유행이 아니라 곡 자체가 미국 대중들에게 감정적으로 깊게 침투했음을 의미한다. 

로제의 는 단지 음악적 히트곡에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 곡은 밈(meme)과 패러디, 리메이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며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틱톡(TikTok)에서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부른  오디오가 수백 개의 영상에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영상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아기 목소리로 재구성된  패러디 영상이 화제였고 재즈 버전, EDM 리믹스, 심지어는 심포니와 우쿨렐레 커버까지 팬 주도형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산됐다. 이는 팬덤 중심의 소비를 넘어 미국 대중이 한국의 음악 콘텐츠를 직접 변형하고 재창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화적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음악이 한 사회에서 밈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그 콘텐츠가 더 이상 외부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그 사회의 일부로 통합됐음을 뜻한다. 로제의 는 그 지점에 도달한 첫 케이팝 솔로곡일지도 모른다. 

케이팝은 그동안 퍼포먼스 중심의 그룹 콘텐츠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BTS와 블랙핑크가 글로벌 팬덤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케이팝의 글로벌화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팬덤 중심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로제의 이번 성공은 '이제 케이팝이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 시장에서 얼마만큼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미국 내 대형 라디오 스테이션인 Z100, KIIS FM, NPR 등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는 실제로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가 더 이상 마니아층의 곡이 아님을 방증한다. 빌보드 어덜트 팝 에어플레이 차트는 25세 이상 청취자 중심의 차트로 트렌드와 함께 대중성, 익숙함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차트에 로제의 곡이 20주 이상 머문다는 것은 단지 성공이 아니라 '정착(settling)'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로제의 성공은 단순히 음악적 성취나 팬덤의 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케이팝이 가진 집단 퍼포먼스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개인의 서사와 감성의 깊이, 그리고 문화적 융합 가능성을 실험한 결과다. 더 이상 케이팝은 '아시아에서 온 신기한 음악'이 아니다. 케이팝은 미국인의 플레이리스트 속에 존재하고, 고양이와 아기의 목소리로 재생산되는 콘텐츠이며,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부르는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Forbes》 (2025. 2. 17). Rosé Makes Radio History Again As ‘Apt.’ Continues To Climb, https://www.forbes.com/sites/hughmcintyre/2025/02/17/ros-makes-radio-history-again-as-apt-continues-to-climb/
- 빌보드(Billboard), https://www.billboard.com/charts/adult-pop-songs/2025-03-29/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나의 수행일지』 저자, 마인드풀 요가 명상 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