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본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이 2025년 4월 21일 88세를 일기로 바티칸에서 선종했다. 로마교회 궁무처장 케빈 조셉 패럴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아침 7시 35분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언에 따라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묻힐 예정이다. 장례 미사는 4월 26일 오전 10시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되며 교황청은 9일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교황이 선종함에 따라 차기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가 곧 열릴 예정이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출신 교황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가톨릭교회 제266대 교황으로 라틴 아메리카 출신 첫 교황이자 예수회 출신으로는 최초로 교황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으며 1969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2013년 3월 19일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은퇴하면서 교황에 즉위해 12년 동안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었다. 교황은 '가난한 자의 벗'으로 불리며 빈민 사목과 사회적 약자 보호, 평화와 정의, 종교 및 표현 자유를 자주 강조했다. 재임 중인 2014년에는 아시아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해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혔으나 아쉽게도 성사되지는 않았다. 교황은 지난 2015년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 동안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을 방문해 열렬한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70년 바오로 6세, 1981년과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세 번째로 필리핀을 방문한 교황이자 21세기와 제3천년기에 최초로 필리핀을 찾은 교황이었다.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0년 만에 필리핀을 찾은 교황을 환영하기 위해 8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파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을 찾았다. 교황 이동 경로 확보를 위해 마닐라 일대에 최소 2만 3,000개에 달하는 콘크리트 장벽이 설치됐으며 이러한 조치는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당시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 때문에 교황 차량이 정체되거나 멈췄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 필리핀 방문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닐라 리잘공원에서 '자비와 연민'을 주제로 미사를 집전했다. 당시 미사에는 1995년 요한 바오로 2세 집전 미사에 참석한 400만 명보다 더 많은 600~70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몰려들어 교황이 집전한 역대 최대 규모 미사로 기록됐다. 교황은 마닐라 외에도 태풍 하이옌과 태풍 하구핏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타클로반과 팔로를 방문했다. 필리핀인들은 교황을 프란치스코 할아버지라는 뜻으로 '롤로 키코(Lolo Kiko)'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했으며 이를 전해 들은 교황이 매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필리핀 정부는 마닐라, 타클로반, 팔로 지역에 3만 7,500명에 달하는 군경을 동원했으며 교황 이동 경로에 있는 고층건물에는 저격수들도 배치해 안전에 최선을 기했다. 실제 교황 방문 몇 주 전 필리핀 군경과 스위스 근위대가 교황 차량에 폭탄을 터뜨리려고 했던 제마 이슬라미야(Jemaah Islamiyah)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마 이슬라미야는 수하르토 정권 탄압을 피해 말레이시아에서 도피 생활 중인 인도네시아인들이 1993년에 결성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다. 이들은 2002년 발리 폭탄 테러를 비롯해 2003년 자카르타 JW 메리어트 호텔 폭탄 테러, 2004년 자카르타 주재 호주 대사관 폭탄 테러, 2005년 발리 폭탄 테러 등 여러 대형 테러를 저질렀다. 해당 계획을 저지한 필리핀 정부는 이후 2004년 2월 1일에 창설된 필리핀 육군 특수전 부대(Light Reaction Regiment)와 장갑차를 미사 현장에 추가 배치했으며 교황 방문지 주변 통신 신호를 차단하기도 했다.
< 마닐라 소재 말라테 성당에서도 이어지는 프란치스코 교황 추모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편 교황 선종 이후 필리핀 가톨릭 사회는 충격을 심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성당에서 만난 40대 필리핀인은 "TV를 통해 교황님 별세 소식을 들었습니다."라는 말에 이어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고 그다음에는 슬픔이 밀려왔습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다른 이는 "교황은 가톨릭을 상징하기에 (돌아가심에) 매우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은 "교황 건강이 호전됐다는 기사를 읽었다."면서 "선종 소식에 대해 가짜 뉴스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로마 소재 필리핀인들 역시 교황 선종 소식을 듣고 즉각 성 베드로 광장으로 모여든 것으로 보도됐다. 현재 많은 마닐라 대성당을 비롯해 많은 필리핀 성당에 교황 사진이 모셔져 있으며 필리핀인들은 사진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필리핀 인터넷에는 '롤로 키코(Lolo Kiko)'라는 단어와 함께 교황을 추모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또한 '#ThankYouPopeFrancis' 해시태그와 함께 '우리 시대의 예수님이었다(He was our Jesus for our age)'라는 추모글도 확산되고 있다. 산토토마스대학에서는 2015년 교황 방문 당시 사용했던 나무 의자와 방명록, 서명에 사용한 펜 등 교황과 관련된 기념품 전시회를 열었다. 주요 방송사들 또한 2015년 600만 명 이상이 모인 미사 장면을 재방영하면서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 산토토마스대학에서 진행 중인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 관련 전시 - 출처: 'GMA'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내 생애 최고의 교황(best pope in my lifetime)'으로 회고하며 2015년 필리핀 방문 당시 재해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위로하고 고난 속에서도 필리핀 국민들과 함께했던 모습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은 필리핀 국민과 전 세계 가톨릭 공동체에 깊은 슬픔을 안겼으며 성하께서 영원한 안식에 들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 24일 밤 대통령 마르코스 주니어와 영부인 리자 아라네타 마르코스는 교황 장례식 참석을 위해 로마로 떠났다. 필리핀 정부는 교황 선종을 깊이 애도하며 애도 기간 동안 필리핀 내외 모든 정부 건물과 시설에서 일출부터 일몰까지 조기를 게양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필리핀 국민들은 교황이 남긴 인도주의적 업적과 신앙적 유산을 기리며 그의 희생과 헌신을 되새길 것으로 기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과 헌신은 앞으로도 필리핀 국민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르코스 대통령을 비롯한 필리핀 지도자들 역시 교황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평화와 인권, 사회 정의 실현에 더욱 힘쓸 것을 천명했다. 이번 애도 기간은 필리핀 국민이 교황을 추모하고 더 나아가 공동체 결속과 화합을 다지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Reuters》 (2025. 4. 21). Philippines Marcos describes Pope Francis as 'best pope in my lifetime',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philippines-marcos-describes-pope-francis-best-pope-my-lifetime-2025-04-21/ - 《ABS-CBN News》 (2025. 4. 21). People starting to flock to Vatican after Pope's death, says Filipino rector, https://www.abs-cbn.com/news/world/2025/4/21/people-starting-to-flock-to-vatican-after-pope-s-death-says-filipino-rector-1945 - 《Philstarlife》 (2025. 4. 21). Filipinos mourn Pope Francis' death: 'He was our Jesus for our age', https://philstarlife.com/news-and-views/552203-filipinos-mourn-pope-francis-death# - 《Manila Times》 (2025. 4. 23). Marcos declares period of National Mourning over Pope Francis passing, https://www.manilatimes.net/2025/04/23/news/marcos-declares-period-of-national-mourning-over-pope-francis-passing/2097556 - 《GMA Network》 (2025. 4. 23). Pope Francis memorabilia from 2015 visit on display at UST, https://www.gmanetwork.com/news/topstories/metro/943704/pope-francis-memorabilia-from-2015-visit- - 《ABS-CBN News》 (2025. 4. 24). Marcos leaving for Vatican on Thursday for Pope's funeral, https://www.abs-cbn.com/news/nation/2025/4/24/marcos-leaving-for-vatican-on-thursday-for-pope-s-funeral-1255 - 《INQUIRER.net》 (2025. 4. 25). ‘Thank you Lolo Kiko’: Filipinos’ outpouring love for Pope Francis, https://globalnation.inquirer.net/274348/fwd-thank-you-lolo-kiko-filipinos-outpouring-love-for-pope-francis - 《INQUIRER.net》 (2025. 4. 26). Marcos at Pope’s funeral: A ‘gesture of deep respect’ from PH, https://globalnation.inquirer.net/274680/marcos-at-popes-funeral-a-gesture-of-deep-respect-from-ph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