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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재정 확보 및 취약계층 보호 강조한 좌파당의 문화정책

2025-05-1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5년 2월 23일 독일 총선이 끝났다. 선거 결과는 중도 보수계열 정당 기민/기사연합(CDU/CSU)이 28.52% 득표해 208석, 극우로 평가받는 독일대안당(AfD)이 20.8% 득표해 152석, 진보계열로 분류되는 사민당(SPD)이 16.41% 득표해 120석, 녹색당(Die Grüne)이 11.61% 득표해 85석, 좌파당(Die Linke)이 8.77% 득표해 64석을 획득했다. 자민당(FDP)과 자라바겐크네히트 정당(BSW)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독일 문화위원회(Deutscher Kulturrat)는 독일 내 문화 단체들의 연합체다. 연방정부, 주정부, 유럽연합 산하 기관과 협력해 문화정책 수립 및 집행에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 단체는 총선 이후 문화정책과 관련해 각 정당의 입장을 묻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기민/기사연합,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 좌파당이 응답했으며 독일대안당과 자라바겐크네히트 정당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득표율 순으로 각 정당의 문화정책에 관한 입장을 분석해 보기로 했다.
좌파당 공식 로고

< 좌파당 공식 로고 - 출처: 좌파당 페이스북 계정(@Die Linke) >

좌파당은 옛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을 일부 계승한 독일의 진보정당이다. 과거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동독 지역에서 최근 독일대안당(AfD)이 득세하고 유명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좌파당에서 탈당해 독자 정당을 설립하는 등 위기를 겪으며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2.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연방의회 선거에서 원내대표 하이디 라이히네크(Heidi Reichinnek)가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전략과 함께 청년층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좌파당은 사회적 평등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붕괴한 '신호등 '연립정부를 비판하며 "신호등 다음엔 좌회전"이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웠다. 

자산세 재도입… 확실한 재정 확보 필요해
좌파당은 자산세 재도입이라는 재정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좌파당은 "문화와 예술을 국가의 공동체적 과제로 인식하고 국가 목표로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좌파당은 이를 위해 자산세(Vermögenssteuer) 재도입을 통해 연방주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산세는 고액 자산을 보유한 개인이나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1997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 자산세법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판결하면서 징수가 중단됐다. 좌파당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자산세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좌파당은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비기독교 종교 공동체의 주요 명절인 욤 키푸르(Yom Kippur)와 설탕축제(Zuckerfest)를 법정 공휴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욤 기푸르는 유대교 기념일로 '속죄일'로 불린다. 죄를 속죄하고 신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금식과 참회를 하는 날이다. 설탕축제는 이슬람교의 주요 명절 중 하나로 금식 기간인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날이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단 음식을 먹으며 이날을 기념한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와 다양성 촉진을 위한 시민사회 지원을 제도화하는 민주주의지원법(Demokratiefördergesetz)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나치 역사 소수자 기억하겠다… 추모와 교육 강화
좌파당은 나치 역사에서 조명되지 않은 소수자 의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억문화(Erinnerungskultur) 분야에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뿐만 아니라 로마족과 신티족, 사회적 소수자 등 나치 시대에 제대로 기억되지 않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활동을 확대할 방침이다. 독일 식민주의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문화 기관의 임대료와 에너지 비용 상승을 보상하는 등 연방정부의 문화 지원금을 삭감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 및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연금 수준 최소 1,400유로 설정, 저소득층 보호 목적
노동시장과 사회정책 측면에서는 개인 자영업자(Soloselbständige)를 법정 사회보험 체계에 포함할 계획이며 개인 자영업자에게 일감을 제공하는 발주자도 사회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과 저임금 노동자의 연금을 향상하고 최소 연금 수준을 1,400유로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술가 사회보험(Künstlersozialkasse, KSK)의 적용 대상을 다른 직종으로 확대하고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예술가들을 위한 연습실 및 작업실과 같은 문화 시설을 유지 및 확대하며 장애인의 접근성(barrierefrei) 확대를 위한 시설 개조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훈련, 원작자 보호 위해 규칙 제정 필요해
좌파당은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의 원작자 권리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보계열 정당들과 동일한 입장을 피력했다. AI 시스템의 훈련에 저작권 보호가 필요한 저작물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제정할 계획이다. 또한 저자와 출판사에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라이선스 모델을 개정하고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며 AI 시스템의 훈련 데이터 및 알고리즘을 공개할 방침이다.  

지속가능성과 성 평등 문화 지원 기준으로… 문화적 참여 기회 제고하겠다
좌파당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관련해 지속가능성과 성 평등 기준을 문화 지원 지침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영화진흥법(Filmförderungsgesetz) 개정 논의 과정에서 해당 요구를 담은 결의안을 연방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임금 투명성 규정을 적용해 성 평등을 촉진할 방침이다. 문화 교육과 관련해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공립 음악학교와 시민대학(Volkshochschule) 등 지역 문화 교육 시설의 강화를 추진하며 교사들의 고용 조건 개선과 정규직 전환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적 보장을 강화해 문화적 참여 기회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좌파당은 확실한 재정 확보와 취약계층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구체적 문화정책을 내놓았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 2030 남성은 대안당 지지, 여성은 좌파당 지지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언론의 평가가 있었다. 그러한 경향을 보여주듯 좌파당의 문화정책 방향에는 성 평등 가치가 언급됐다. 더불어 자산세 재도입을 통한 확실한 재정 확보가 강조됐다. 문화 다양성 보호와 문화산업 지원에 재정 확보가 전제되는 만큼 좌파당의 정책 방향이 이번 연립정부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좌파당 페이스북 계정(@Die Linke), https://www.facebook.com/linkspartei/
- 독일 문화위원회(Deutscher Kulturrat), Antworten der Parteien auf die Fragen des Deutschen Kulturrates, https://www.kulturrat.de/bundestagswahl/fragen-zur-kulturpolitik-an-parteien-zur-bundestagswahl/
- 《연합뉴스》 (2025. 2. 25). 독일 좌파당 화려한 복귀…36세 여성 원내대표가 살렸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225003400082
- 《ZDF》 (2024. 10. 15). Warum gibt es keine Vermögenssteuer?, https://www.zdf.de/nachrichten/wirtschaft/vermoegen-steuer-deutschland-100.html

통신원 정보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솔직한 유럽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