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필리핀 음식의 달(Filipino Food Month)'이다. 7년 전인 2018년 4월 13일 당시 대통령이던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대통령령(Proclamation) 469호 서명을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필리핀 음식의 달'은 필리핀어로 '부완 낭 칼루통 필리피노(Buwan ng Kalutong Filipino)'라고 하며, 정부 차원에서 필리핀 요리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주제는 'Sarap ng Pagkaing Pilipino, Yaman ng Ating Kasaysayan, Kultura, at Pagkatao'로 필리핀 음식의 맛, 역사, 문화, 그리고 보물과 같은 정체성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지난 3월 21일 마닐라 프린스 호텔에서 '필리핀 음식의 달' 관련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회견에는 필리핀 농업부, 관광부, 필리핀 문화예술위원회(NCCA) 그리고 필리핀 요리유산운동(PCHM) 관계자들이 모여 필리핀 요리 홍보를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이어서 4월 4일 퀘존시에서 가장 먼저 관련 행사가 시작됐으며, 7일에는 필리핀 농업부 청사에서 '필리핀 음식의 달'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어서 12일에는 필리핀 전통 요리 기술 및 문화적 가치를 학문적 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한 콘퍼런스 'KAINCON'이 열렸다. 또한 25일부터 27일까지는 필리핀 지역 음식을 알리는 축제가 예정돼 있으며 행사는 27일을 기점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 '필리핀 음식의 달(Filipino Food Month)'을 알리는 홍보 자료 - 출처: 'Adobo Magazine' >
'필리핀 음식의 달' 행사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필리핀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에서는 25일 '필리핀의 맛(Flavours of the Philippines)' 행사가 열릴 예정이며 싱가포르에서는 30곳 이상 되는 지역 식당과 협업해 4월 한 달 동안 필리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 및 관계자들은 '필리핀 음식의 달'을 연례 행사로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농산물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고, 동시에 산업 관계자 간 협력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나아가 자국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려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필리핀 음식의 달'에 자주 소개되는 대표 음식 중 널리 알려진 요리는'아도보(Adobo)'다. 스페인 식민통치 전 '아도보'는 점토 냄비에 고기를 넣고 식초 및 소금으로 장시간 조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며 이후 스페인과 중국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아도보'의 어원은 '양념에 재워둔다'는 뜻인 스페인어 '아도바르(Adobar)'다. '아도보'는 스페인, 중국, 원주민 문화가 혼합된 필리핀 다문화주의를 보여주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조리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사용하거나 일로카노 지역에는 공심채를 사용한 채식 요리인 '아판아판 아도보(Apan-apan Adobabo)'도 있다. 채소가 들어간 유명한 필리핀 요리 중 하나는 '비콜 익스프레스(Bicol Express)'다. 코코넛 밀크와 고추 등을 넣은 이 요리는 1960년대부터 비콜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었으나 공식 이름이 없었다. 라구나 출신으로 비콜 지역에서 자란 셀리 칼라우(Cely Kalaw)는 이 요리를 먹어보고 그 맛에 반했으며 이후 해당 요리와 함께 마닐라에서 열린 요리 대회에 참가했다. 셀리 칼라우는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 인근을 지나던 철도에서 영감을 얻어 '비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해당 음식을 요리 대회에 출품했다. 이 요리는 이후 마닐라를 넘어 필리핀 전역에서 사랑받는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 (좌)엔살라당 파코(Ensaladang Pako), (우)또르땅 딸롱(Tortang Talong) - 출처: 통신원 촬영 >
'비콜 익스프레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엔살라당 파코(Ensaladang Pako)'라는 필리핀 전통 샐러드도 맛이 좋다. '파코'는 필리핀 전역 강가나 숲속 그늘지고 습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고비와 같다. 영양가 높고 부드럽고 아삭한 식감 때문에 샐러드 형태로 먹거나 볶음 또는 코코넛 밀크와 함께 조리한다. 특히 '엔살라당 파코'는 보통 토마토, 양파, 그리고 염장한 달걀에 식초나 신맛 나는 깔라만시즙을 가미해 새콤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상큼하고 깔끔하면서도 입맛을 돋우기 좋은 음식이다. 필리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달걀 요리로는 '또르땅 딸롱(Tortang Talong)'이 있다. '또르땅 딸롱'은 통째로 구워 부드러워진 가지를 납작하게 편 후 그 위에 달걀을 풀어 노릇노릇하게 부쳐서 만드는 요리다. '또르땅 딸롱'은 가정에서 흔히 조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요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렐레농 딸롱(Rellenong Talong)'처럼 고기와 채소 등 속을 넣어 만든 요리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스페인 식민지 영향을 받은 이 요리는 다문화적이고 실용적인 요리 전통을 잘 보여주는 필리핀 요리 중 하나다. 필리핀인들은 식사를 가족과 함께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는 '바야니한(Bayanihan)'이라 불리는 공동체 정신과도 연결된다. '필리핀 음식의 달'은 가족과 이웃들이 모여 전통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세대를 잇는 요리 지식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7,000개가 넘는 섬나라 필리핀에는 각 지역마다 독특한 음식 문화와 조리법이 있다. 신맛과 짠맛으로 유명한 북부 일로코스부터 코코넛과 매운맛이 어우러진 남부 민다나오까지 지역마다 색다른 맛을 자랑하고 있다. '필리핀 음식의 달'을 통해 다양한 매력의 필리핀 음식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ABS-CBN News》 (2025. 4. 4). Marcos bets on Pinoy food to boost ‘experiential tourism’ in PH, https://www.abs-cbn.com/news/business/2025/4/4/marcos-bets-on-pinoy-food-to-boost-experiential-tourism-in-ph-1328 - 《Adobo Magazine》 (2025. 4. 7). NCCA, DA, DOT, PCHM team up to celebrate Filipino Food Month 2025, https://www.adobomagazine.com/arts-culture/ncca-da-dot-pchm-team-up-to-celebrate-filipino-food-month-2025/ - 《GMA Network》 (2025. 4. 9). DTI launches 5-day National Food Fair, https://www.gmanetwork.com/news/money/economy/942188/dti-launches-5-day-national-food-fair/story/#goog_rewarded - 필리핀 농업부 홈페이지, https://www.da.gov.ph/filipino-food-month-renews-call-for-culinary-heritage-preservation-promotion/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