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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참여 늘어난 두바이 미술 전시회 현장으로

2025-05-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올해 한국 작가들의 참여가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은데요?"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전시장(DWTC)을 걷던 중 낯익은 한국 작가들의 얼굴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왔다. 2024년과 비교해 확연히 늘어난 한국 작가 이름이 적힌 캡션들을 보니 올해 한국의 존재감이 예년에 비해 더 뚜렷해진 것 같다. 매해 4월은 두바이의 예술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봄이 오면 한국에는 벚꽃이 피고 두바이는 예술의 향기로 가득 찬다. 중동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 박람회 중 하나인 '2025년 월드 아트 두바이(World Art Dubai 2025)'가 올해로 11회를 맞이해 더욱 대담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돌아왔다.
2025년 월드 아트 두바이((World Art Dubai 2025)'에서 작품을 즐기는 관람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2025년 월드 아트 두바이((World Art Dubai 2025)'에서 작품을 즐기는 관람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예술의 현장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이번 박람회에는 65개국에서 400여 명의 작가들과 12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해 총 1만 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다. 유화, 수묵, 조각, 디지털 아트, 텍스타일, 공공설치미술까지 장르도 국가도 넘나드는 이번 전시는 ‘경계를 허물자(Breaking Boundaries)’는 슬로건을 내놓았다. 

2024년 한국이 맡았던 주빈국(Country of Honour)을 올해는 중국이 넘겨받았다. 전통 서예 퍼포먼스와 현대 회화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실험이 펼쳐졌다. 수채화가 아닌 텍스타일 예술을 집중 조명한 '텍스타일 허브(Textile Hub)', 두바이 도심에 대형 조형물을 전시한 '퍼블릭 아트 이니셔티브(Public Art Initiative)' 등 체험형 콘텐츠가 더해지며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예술 축제의 장이 됐다.

두바이 문화예술청 의장이자 함단 왕세자의 여동생인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 막툼(Sheikha Latifa bint 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공주는 "65개국의 예술가들이 만든 1만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400여 명의 작가들을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어 진심으로 즐거웠던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바이 문화예술청 의장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 막툼 공주의 소감

< 두바이 문화예술청 의장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 막툼 공주의 소감 - 출처: X 계정(@hhshklatifa) >

코리안 아트 패스(Korean Art Path)의 매력
그 화려한 예술의 물결 한쪽에서는 한국 작가들의 목소리도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흘러나왔다. 특히 올해 처음 개최된 한국 예술 프로젝트 '2025년 코리안 아트 패스(Korean Art Path 2025)'의 일부 전시가 '2025년 월드 아트 두바이' 현장에서 함께 공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올해 두바이에서 처음 개최된 '코리안 아트 패스'는 4월 한 달간 두바이 곳곳의 전시장, 상업지구, 문화 공간 등 6곳에서 한국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한국 문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세희 스프링스15 대표는 "두바이는 화려하고 개방적인 도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화적으로 높은 장벽이 있는 곳이다. 케이팝처럼 대중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의 예술'을 소개하는 일은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AMOR(사랑)'으로 캔버스를 잔뜩 채운 적힌 김도임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도임 화백은 '코리안 아트 패스' 일환으로 '2025년 월드 아트 두바이'에 참여해 붓글씨를 활용한 다양한 캘리그래피 작품을 선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에는 다양한 세대와 스타일의 한국 작가들이 참여해 저마다의 시선으로 한국적 감성과 도시적 풍경, 그리고 개인의 서사를 풀어냈다. 이예림 화백은 물감을 주사기에 담아 뿌리는 독특한 기법으로 도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도시를 홀로 거니는 인물의 시선으로 건축물과 건축물 간격을 주사기로 표현한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살랭(Saleign)'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는 윤채령 화백 역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과거에 비해 지금의 두바이는 초록이 살아 있고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들과 함께 도시가 숨을 쉬는 느낌이다. 두바이의 여름과 녹음을 일종의 찬사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정서와 환상적 이미지가 공존한 작품도 있었다. 달빛 속 정원에서 말들이 뛰어노는,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출품한 김은희 화백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예전에 아랍에미리트 왕족의 연회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는데 일반적인 파티가 아니었어요. 깊은 산속, 대자연 속에서 열렸던 그 연회는 말 그대로 '꿈속 풍경' 같았고 그때의 감정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언젠가는 꼭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죠."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출품한 김은희 화백

<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출품한 김은희 화백 - 출처: 통신원 촬영 >

더 많은 한국 예술의 진출을
예술 전시회는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세계를 펼치고, 누군가는 처음 갤러리와 계약을 맺는 출발점이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예술 인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곳이다. 예술을 잘 모르는 초보자라 해도 그저 천천히 걷고 마음 끌리는 그림 앞에서 멈춰 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은 충분히 즐겁다.
공개 직전 그림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개 직전 그림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흥미로운 사실은 '2025년 월드 아트 두바이'와 중동의 또 다른 주요 아트 페어인 '2025년 아트 두바이(Art Dubai 2025)'가 올해 정확히 같은 시기에 열렸다는 점이다. 원래 '아트 두바이'는 3월, '월드 아트 두바이'는 4월 등으로 전시 일정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것이 관례였는데 올해는 3월에 있었던 이슬람의 금식월 라마단(Ramadan)의 영향으로 '2025년 아트 두바이' 일정이 4월로 미뤄지며 두 행사가 겹치게 됐다. 한편에서는 미술 시장의 중심지인 '아트 두바이'가, 다른 한편에서는 다양성에 보다 초점을 맞춘 '월드 아트 두바이'가 나란히 열려 관람객과 미술 관계자들 모두가 바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가운데 아직 주류라고 하기엔 부족할 수 있지만 한국 작가들이 중동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에 매년 꾸준히 참여하고 그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였다. 단순한 참가를 넘어 현지와 연결되고, 관객과 반응하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는 한국 예술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 막툼 공주 X 계정(@hhshklatifa), https://x.com/hhshklatifa

통신원 정보

성명 : 원요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랍에미리트/두바이 통신원]
약력 : 현) A320 항공기 조종사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