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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만난 '한국의 집', 전통과 정체성을 말하다

2025-07-3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베트남에서 열린 특별한 인문학 강의

"사랑방과 안방은 어떻게 다를까요? 온돌과 마루는요?" 낯설지만 흥미로운 한국어 단어가 오가는 강의실. 참가자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강의를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에 열중했다. 지난 7월 17일과 18일, 하노이에 위치한 주베트남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집'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의가 열렸다. 이번 강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문화상자'와 연계해 진행됐으며 한국의 전통 주거문화를 주제로 단순한 건축 양식 소개를 넘어 한국인의 삶과 정체성, 주거문화 속에 담긴 전통과 정신적 가치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해외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한국 인문학 강의라는 점에서 현지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7일에는 일반 시민 30여 명, 18일에는 한국어 전공 대학생 40여 명이 참석해 높은 참여 열기를 보였다.
한국의 집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 '한국의 집'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집'을 통해 한국인의 삶을 읽다
강의를 맡은 기량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한옥'에서 '아파트'로 이어지는 한국의 주거 변천사를 통해 집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한국인의 감성, 문화, 사상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임을 강조했다. "집에는 사람이 삽니다. 그리고 신도 삽니다." 강의는 집에 대한 구조 설명을 넘어 정신 문화적 접근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 집은 가족만의 공간이자 조상신과 가신이 함께 머무는 신성한 장소였다. 온돌과 마루, 사랑방과 안방, 마당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과 생활문화를 담아온 구조였다. 

한옥의 공간 질서와 기후에 맞춘 지혜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은 남성과 여성의 생활공간으로 구분돼 있어 사랑채는 남성의 공간으로 안채는 여성의 공간으로 기능했다. 한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온돌과 마루의 조화다. 온돌은 돌과 흙으로 만든 겨울용 폐쇄형 구조, 마루는 나무로 만든 여름용 개방형 구조로 계절에 따라 다른 공간을 사용하는 한국의 기후 적응형 건축이었다. 이러한 온돌 문화는 좌식 생활, 아랫목과 윗목의 구분, 가족 중심 방 문화를 형성했고 현대에도 온열 좌석, 온열 방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집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 '한국의 집'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아파트 공화국'의 탄생과 전통의 연속
20세기 들어 한국은 급격한 도시화 및 산업화 속에서 전통 한옥 대신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2023년 기준 전체 주거의 64.6%가 아파트일 정도로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린다. 강사는 "아파트는 서구적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전통 한옥의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온돌식 바닥 난방, '안방' 명칭의 지속, 거실 중심의 구조는 한옥의 공간 개념이 현대적으로 계승된 예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정자, 노인정, 장터, 축제 공간 등이 전통 마당의 공동체 기능을 이어가는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들어온 '한국의 집'
강의에서는 한국 아파트 스타일이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도 소개됐다. 하노이의 대형 아파트 단지처럼 한국 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가 현지 주거문화의 최신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한류 확산을 넘어 한국과 베트남의 생활 양식과 정서적 유사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통신원은 참가자 2명, 강연자를 대상으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참가자의 공통된 의견은 "한옥과 아파트, 모두 인상 깊었다."는 것이었다. 한편 강연자는 "집은 삶과 정체성을 담는 그릇입니다”라고 전했다.
현장 인터뷰 참가자, (좌)르엉 티 반, (우)푸엉 안

< 현장 인터뷰 참가자, (좌)르엉 티 반, (우)푸엉 안 - 출처: 통신원 촬영 >

르엉 티 반(비엣 미 대학교 2학년):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과 현대 아파트 문화가 인상 깊었어요. 특히 온돌은 바닥을 따뜻하게 데워 겨울을 지혜롭게 보내는 방식이라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한국은 고층 아파트가 많지만 베트남은 단독주택이 많아 주거환경이 다르게 느껴졌고, 난방 문화의 차이도 흥미로웠어요. 

푸엉 안(비엣 미 대학교 2학년): 마루와 온돌의 조화로 기후에 잘 적응한 한옥의 구조가 인상 깊었습니다. 베트남은 더운 기후에 맞춰 개방적이고 통풍이 잘 되게 집을 짓지만 한국은 추운 겨울을 대비해 밀폐된 구조라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환경에 따라 집이 달라진다는 것도 새로웠습니다.

기량: 이번 강의에서는 한옥의 구조나 형태보다도 '집'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베트남은 조상신을 모시는 문화, 유교적 관습 등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노이에서 한국 아파트가 큰 인기를 끄는 것도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생활방식과 정서의 유사성 때문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주거문화를 비교해 보는 작업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통 생활용품 전시를 관람하고 한옥 모형 키트를 체험하는 참가자들

< 전통 생활용품 전시를 관람하고 한옥 모형 키트를 체험하는 참가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의 집'을 통해 전통을 이해하고 직접 느낀 시간
강의 후에는 '한국문화상자' 관람, 한옥 모형 만들기 체험 등으로 구성해 전통 주거문화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높였다. '한국의 집'을 주제로 펼쳐진 이번 인문학 강의는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한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국의 집' 강좌 종료 후 촬영한 단체사진

< '한국의 집' 강좌 종료 후 촬영한 단체사진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이지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베트남/하노이 통신원]
약력 : YTN world 해외 리포터, 한국어 원어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