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부터 12일까지 북경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는 로봇으로 가득 찬 도시였다. '2025년 세계로봇대회(World Robot Conference 2025)'가 열리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22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무려 1,500여 종의 로봇을 선보였다. 그중 100여 종은 첫 무대에 오른 신제품으로 산업 현장을 책임질 대형 로봇부터 일상과 문화를 풍요롭게 할 생활·교육형 로봇까지 '로봇의 오늘과 내일'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개막식 무대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었다. 인간 사회자가 아닌 로봇 '톈궁(天工)'이 사회를 맡아 행사를 이끌며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번 대회는 '로봇을 더 스마트하게, 체화 주체를 더 지능적으로'라는 주제를 내걸고 기술의 진보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또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 북경에서 열린 '2025년 세계로봇대회(World Robot Conference 2025)' 개막식 - 출처: 바이두(百度) >
이번 대회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기술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소비와 체험을 결합한 장으로 확장됐다는 점이다. 특히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로봇의 세계(机器人大世界) 2.0'의 출범이었다. 전시·거래·체험을 통합한 세계 최초의 로봇 종합 생태 플랫폼으로 로봇 전문 매장과 로봇 테마 레스토랑을 함께 선보였다. 로봇 4S 매장은 자동차산업의 4S(판매·부품·서비스·조사) 모델을 로봇산업에 접목한 사례다. 의료·산업·교육·반려·휴머노이드 등 7대 분야의 100여 종 로봇이 전시됐을 뿐만 아니라 즉시 구매와 맞춤형 개발, 금융·렌트 서비스까지 연결됐다. 실제로 이번 행사 기간 약 1만 9,000대의 로봇이 판매돼 매출 2억 위안을 돌파했다. 이는 로봇이 더 이상 연구실이나 공장에 머물지 않고 실제 소비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 정장 차림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바텐더로 서 있는 모습 - 출처: 샤오홍슈 >
< 드럼과 기타를 연주하는 로봇 밴드가 무대에 올라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공연을 선사하고 있다 - 출처: 샤오홍슈 >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공간은 로봇 테마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에서는 로봇이 직접 만든 커피와 간식을 즐길 수 있었고 로봇 밴드의 공연, 역사 속 인물을 본뜬 로봇의 토크쇼도 마련돼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문화 체험을 선사했다. 무대 위에서는 춤추는 로봇이 경쾌한 동작을 선보였고, 축구 로봇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경기장을 누비며 박수를 이끌어냈다. 홀 안에서는 로봇 바텐더가 세련된 손놀림으로 음료를 준비했고, 홀로그램 조명이 어우러진 환영식은 마치 과학기술과 공연예술이 한데 융합된 장관을 선사했다. 식사와 공연, 그리고 로봇 서비스가 결합된 이 공간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문화·과학 융합형 소비 무대였다.
< 로봇 선수들의 축구 시합 - 출처: 바이두(百度) >
중국은 2015년 WRC 출범 이후 10년 만에 세계 최대 로봇 시장으로 성장했다. 2025년 상반기 로봇산업 매출은 전년대비 27.8% 증가했고, 산업용 로봇 생산은 35.6%, 서비스 로봇은 25.5% 늘었다. 12년 연속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공지능·빅데이터·센서·자동화를 결합한 지능형 로봇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북경은 인적 자원과 산업 기반을 집중시켜 로봇을 국가 전략 산업이자 생활 속 혁신으로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이번 대회와 '로봇의 세계(机器人大世界) 2.0'의 출범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스마트 약국, 약을 집는 로봇의 모습 - 출처: 바이두(百度) >
< 로봇들의 군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다 - 출처: 바이두(百度) >
2025년 세계로봇대회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며 생활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표정에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기대와 호기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앞으로 로봇은 공장과 산업 현장을 넘어 일상 속에서 소비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생활 전반에 스며들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단순한 기계적 성능을 넘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관람객들에게 '다가올 삶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남긴 의미 있는 자리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百度》 (2025. 8. 8). 北京亦庄发布机器人大世界2.0,创新体验引关注, https://baijiahao.baidu.com/s?id=1840374373619279976&wfr=spider&for=pc - 《百度》 (2025. 8. 9). 亦庄“机器人大世界2.0”启幕 北京机器人产业居全国前列|机器人发展看北京, https://baijiahao.baidu.com/s?id=1839940034713212381&wfr=spider&for=pc - 샤오홍슈 계정(@Touchbeijing), https://www.xiaohongshu.com/explore/6895a5e90000000023038e85?xsec_token=ABluDNsb_3OXu2QVlfQk2yDsg11VgjyoV_6blLnsjhSaI=&xsec_source=pc_search&source=unknown - 샤오홍슈 계정(@铑科技), https://www.xiaohongshu.com/explore/6895b2fd0000000022038a04?xsec_token=ABluDNsb_3OXu2QVlfQk2yDlv8LmChBBKEOfy4gdCl9k4=&xsec_source=pc_search&source=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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