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총리의 축하와 엇갈린 반응… 문학적 영예 뒤에 숨은 정치적 논쟁 헝가리 문학계가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한번 세계 문학의 정점에 섰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0월 9일 스웨덴 한림원은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Krasznahorkai László, 71)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세게드 대학교와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법학과 헝가리 문학을 전공했으며 1985년 발표한 첫 소설 『사탄 탱고(Sátántangó)』를 통해 헝가리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수상은 지난 2002년 소설가 케르테스 임레(Kertész Imre) 이후 32년 만의 쾌거다. 헝가리 언론은 이를 일제히 속보로 타전했지만 오르반 빅토르(Orbán Viktor) 총리의 축하 메시지를 기점으로 순수한 문학적 영예는 복잡한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헝가리 언론의 반응 - '희귀 화폐' 같은 문학의 승리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헝가리 주요 언론은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그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 친정부 성향 매체 《Origo(오리고)》는 "케르테스 임레에 이어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가적 경사임을 부각했다. 또 다른 보수 성향 매체인 《Magyar Nemzet(머저르 넴제트)》는 "이 책들은 '희귀 화폐'와 같았다."는 제목으로 세계 언론의 찬사를 인용하며 그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가 국제적으로 공인받았음을 시사했다. 작가의 날 선 비판, 정부와의 '불편한 동거' 하지만 이러한 축하 분위기 속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작가는 오르반 정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HVG》는 작가가 올해 초 스웨덴 신문 《Svenska Dagbladet(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와의 인터뷰에서 헝가리의 현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 것을 직접 인용하며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생생히 보도했다.

<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 출처: 'MTI'/Marjai János >
《HVG》에 따르면 작가는 인터뷰에서 "오르반의 통치와 잃어버린 세대로 인해 헝가리에는 희망이 없다. 민주주의는 취약하며 특히 권리로 무장한 무식한 대중에게는 더욱 그렇다. 오르반과 그의 친구들이 지금 우리의 영광스러운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헝가리 역사는 오직 패배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직격했다. 또한 "헝가리는 지난 10년 동안 빅토르 오르반의 보수적인 국가 통치 하에서 서구와 점점 더 멀어졌다."고 진단하며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당시 친정부 논객인 버여르 졸트(Bayer Zsolt)로부터 "평균적인 페이스북 댓글 수준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의 축하, 그리고 엇갈린 시선 논쟁의 중심에는 오르반 총리의 축하 메시지가 있었다. 그는 수상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헝가리의 자랑"이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고, 다음날에는 "그의 수상이 헝가리 민족의 존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된다."며 국가적 성취로 그 의미를 확대 해석했다. 하지만 오르반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성향을 아는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복잡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헝가리 방송 매체인 《ATV》가 "심각한 사기(Súlyos átverés)"라고 보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작가를 사칭한 X(구 트위터) 계정에 "총리님의 축하에 감사하지만 저는 총리님의 정치를 영원히 반대할 것입니다(Köszönöm a miniszterelnök gratulációját, de apolitikáját örökké ellenezni fogom)."라는 내용의 가짜 트윗이 올라와 큰 화제가 된 것이다. 해당 트윗은 곧 사칭으로 밝혀졌지만 정부의 축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대중의 인식을 반영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HVG》와 같은 비판적 매체들은 "오르반 총리가 작가의 수상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분석하며 정부의 축하와 작가의 실제 성향 사이에 존재하는 불협화음을 지적했다. K-문학의 미래에 던지는 시사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헝가리 문학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건인 동시에, 예술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소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그의 문학적 성취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그 의미를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도 익숙한 풍경이다. 이는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K-문학의 미래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작가의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작품이 가진 고유한 문학성과 예술적 가치만으로 평가받고 국민적 지지를 얻는 문화적 토양이 결국 세계적인 작가를 탄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헝가리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ATV》 (2025. 10. 13). Súlyos átverés terjedt Krasznahorkai Lászlóval, sokan bedőltek a Nobel-díjas író álposztjának, https://www.atv.hu/belfold/20251013/krasznahorkai-laszlo-atveres-orban/ - 《HVG》 (2025. 10. 9). „Krasznahorkai meg a sok s…ggfej” – a NER most büszke a magyar Nobel-díjra, de a díjazott több mint kellemetlen számára, https://hvg.hu/kultura/20251009_krasznahorkai-laszlo-irodalmi-nobel-dij-ner-orban-viktor-bayer-zsolt - 《Magyar Nemzet》 (2025. 10. 10). 'Ezek a kötetek olyanok voltak, mint a „ritka pénznemek” – A világsajtó is méltatja Krasznahorkai Lászlót', https://magyarnemzet.hu/kultura/2025/10/krasznahorkai-laszlo-nobel-vilagsajto - 《ORIGO》 (2025. 10. 9). Kertész Imre, Bob Dylan és Churchill – érdekdekességek az irodalmi Nobel-díjról, https://www.origo.hu/itthon/2025/10/irodalmi-nobel-dij-krasznahorkai-laszlo-2025 - 《444.hu》 (2025. 10. 10). Orbán Viktor azért kezdte erdélyi beszédét Krasznahorkai Nobel-díjával, hogy a románok is megértsék, miért olyan erősen patrióták a magyarok, https://444.hu/2025/10/10/orban-viktor-azert-kezdte-erdelyi-beszedet-krasznahorkai-nobel-dijaval-hogy-a-romanok-is-megertsek-miert-olyan-erosen-patriotak-a-magyarok - 《Népszava》 (2025. 10. 9). Orbán Viktor, Sulyok Tamás, Karácsony Gergely, Magyar Péter és Dobrev Klára is gratulált Krasznahorkai László Nobel-díjához, https://nepszava.hu/3297435_krasznahorkai-laszlo-irodalmi-nobel-dij-gratulaciok - 《Librarius.hu》 (2025. 10. 10). Krasznahorkai László keményen válaszolt Orbán Viktor köszöntőjére, https://librarius.hu/2025/10/10/orban-viktor-gyulai-nobel-dijasnak-nevezte-krasznahorkai-laszlot/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