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번역 신작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에 대한 헝가리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지난 10월 4일 부다페스트 국제 도서 축제에서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헝가리어 번역본이 출간됐다. 헝가리어판은 원제와는 다른 '우리는 헤어지지 않는다(Nem válunk szét)'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두 번째로 헝가리에 소개되는 한강 작가의 번역서인 만큼 이번 출간에 대한 현지 문학계 반응을 살펴보았다.

< 헝가리어로 번역 출간된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 출처: 'Index' >
헝가리, 한강의 '역사적 트라우마'에 주목하다 헝가리 문학계는 이번 번역본이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Index》는 한강의 새로운 번역본 출간을 기념하며 심층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Index》는 "『작별하지 않는다』가 한국 역사의 가장 어두운, 수십 년간 침묵당한 장을 소환했다."고 ㄹ소개하며 "작품이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그 이야기 뒤에는 훨씬 더 큰 이야기들이 흐르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작가의 방식에 주목하며 "한강 작가 특유의 깊은 고통과 상실을 다루는 서정적인 언어(lírai nyelvezet)가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적 비극을 감정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특히 《Index》는 "이번 번역본 출간이 헝가리 독자들에게 현대 한국 문학이 어떻게 과거 트라우마의 기억을 형성하고 집단적·개인적 치유를 촉진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문학적 담론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집단적 트라우마와 기억의 문제를 다루는 이번 작품이 헝가리 독자들에게도 과거사를 성찰하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노벨상 효과', 서점가를 뒤흔들다 이번 번역본에 대한 현지 문학계의 뜨거운 관심은 2024년 10월부터 시작된 '노벨상 효과'에서 비롯됐다. 당시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Telex(텔렉스)》 등 현지 언론은 "한국 서점에서 작가의 책이 거의 매진됐다."는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헝가리 내에서도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에 발맞춰 2024년 11월 『희랍어 시간(Görög leckék)』의 헝가리어 번역본이 출간돼 곧바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헝가리 최대 서점인 리브리(Libri)는 이 소설을 "세 번째 페이지에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의 당위성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작품"으로 소개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처럼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헝가리에서 단순히 '주목받는 한국 작가'를 넘어 독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이번 『작별하지 않는다』의 출간은 자연스럽게 헝가리 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문화 행사 중 하나로 여겨졌다. 『채식주의자』를 넘어 확장되는 작품 세계와 번역의 힘 한강 작가는 헝가리에서 이미 『채식주의자(A vegetáriánus)』와 『희랍어 시간(Görög leckék)』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현지 비평가들은 이번 신작이 이전 작품들과 일관된 주제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그 범위를 한층 더 확장했다고 평가한다. 문학 전문지 《Könyves Magazin(쾨니베시 머거진)》의 분석은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이 매체는 "한강의 작품 세계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와 『희랍어 시간』이 초민감하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여성 영웅을 통해 개인의 내면과 실존적 고통을 탐구했다면 『소년이 온다(Nemes teremtmények)』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다루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바로 이 '역사적 무게'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깊이 있는 이해의 배경에는 단연 번역의 힘이 있었다. 헝가리 내 한강 작가의 전담 번역가로 알려진 키시 마르첼(Kiss Marcell)은 중국, 일본, 한국 문학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문학 전문 번역가다. 그는 문학 전문 웹진 《1749.hu》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의 글을 번역할 때는 의식적으로 예외를 둔다. 매일 한 페이지씩 맛을 음미해야 한다."고 밝히며 "작가 특유의 문체를 살리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의 번역에서 가장 큰 도전은 "과도하게 멋 부리지 않으면서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특유의 시적인 진지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고통스러운 역사적 사실에도 한강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를 헝가리어판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현지 매체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현지 유력 매체 《Telex(텔렉스)》 가 한강 작가를 "극도로 독창적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보편적인 작가이자 진정한 순수 예술의 정점"으로 평가했듯, 이제 헝가리 문학계에서 한강은 '인간의 고통을 탐구하는 시적인 거장'이자 '한국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목소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그의 신작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양국의 독자들이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문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Fidelio.hu》 (2025. 9. 29). Nem válunk szét – a Könyvfesztiválon mutatják be Han Kang új regényét, https://fidelio.hu/konyv/nem-valunk-szet-a-konyvfesztivalon-mutatjak-be-han-kang-uj-regenyet-183858.html - 《Könyves Magazin》 (2025. 10. 22). A történelem kísért a Nobel-díjas Han Kang új regényében – részlet, https://konyvesmagazin.hu/beleolvaso/han_kang_nem_valunk_szet_jelenkor_beleolvaso_tortenelem.html - 《Index》 (2025. 10. 7). Több tízezer halott, egy madár és egy nő, aki nem tud felejteni, https://index.hu/kultur/2025/10/07/han-kang-nem-valunk-szet-jelenkor-kiado-korea-konyv/ - 《Telex.hu》 (2024. 10. 10). Han Kang, az idei irodalmi Nobel-díjas: az emberi lét törékenységének krónikása, https://telex.hu/karakter/kultura/2024/10/10/han-kang-del-korea-irodalmi-nobel-dij-2024 - 《1749.hu》 (2025. 10. 4). Vattakönnyű, sziklakemény (Interjú Kiss Marcell műfordítóval), https://1749.hu/flow/interju/vattakonnyu-sziklakemeny-interju-kiss-marcellel.html - 리브리(Libri) 홈페이지, https://www.libri.hu/konyv/han_kang.gorog-leckek.html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