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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한국 현대미술 로마 박람회 주빈국으로 소개

2025-12-3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로마의 라 누보라(La Nuvola) 컨벤션 센터(Convention Center)에서 2025년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025 로마 현대미술 박람회(Roma Arte in Nuvola 2025)'는 단순한 미술시장을 넘어 현대미술과 문화 교류의 상징적인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가장 주목할 변화는 이번 박람회의 주빈국(Guest of Honour)으로 한국이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특별전 '피버 스테이트(FEVER STATE)'는 김민훈, 장종환, 최윤 등 한국의 젊은 작가 여섯 명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유럽 관객에게 선보였다. 전시 기획자는 '열병(fever)'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병증이 아닌 한 세대가 공유하는 감성·정동의 조건으로 정의하며 전통과 기억, 디지털 시대의 언어, 개인의 경험과 집단적 상상이 얽혀 새로운 시각적 지형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2025 로마 현대미술 박람회 한국 특별전 'FEVER STATE'초스터

< 2025 로마 현대미술 박람회 한국 특별전 'FEVER STATE' - 출처: 주 이탈리아 한국 문화원 웹페이지 >

작가들의 표현 방식은 다양하다. 전통 공예 감각을 살린 밧줄(Rope) 조각, 동물(Animal) 가죽 위의 회화, 사진, 텍스타일 콜라주(Textile Collage, 다양한 직물 재료들을 오려 붙이거나 꿰매어 하나의 시각 작품을 만드는 예술 기법), 안무 비디오 실험 등 매체와 형식들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정체성과 변화, 역사와 현대성 사이의 긴장감을 담고 있다. 특별전 'FEVER STATE'는 단순히 한국풍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한국 현대 사회와 특정한 세대가 가진 감각과 사유를 예술 언어로 재구성한 무대였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알려진 한류 이미지를 넘어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 예술로서의 위상을 국제무대에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박람회에는 140개가 넘는 갤러리와 출품자가 참여했으며 전통 미술부터 실험적·뉴미디어(New Media)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특히 단순한 시장 중심 행사가 아니라 미술계와 대중, 제도와 시민이 만나는 문화적인 장으로 평가되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알레산드로 니코시아 행사 책임자는 이를 "모든 계층과 연령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의 축제"라고 소개했다. 전통 이탈리아 예술과 다양한 현대미술을 함께 배치한 해당 기획은 한국을 이국적인 콘텐츠로 보는 시각이 아닌 세계적인(global) 예술 흐름 속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한국 특별전 'FEVER STATE' 전시 사진

< 한국 특별전 'FEVER STATE' - 출처: 이탈리아 뉴스 통신사 '안사(Agenzia Nazionale Stampa Associata, ANSA)' >

한국이 이번 박람회의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은 단순한 전시 초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번 결정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2024–2025 상호 문화교류의 해'의 일환으로,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두 국가 간의 예술과 문화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평론가는 "한국 전시가 실험적이고 흥미롭지만, 이탈리아 미술계 중심 흐름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와 같은 신중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박람회가 단발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가지려면 그에 따른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FEVER STATE'의 작품들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디지털과 물질성,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실험적 언어를 보여주지만, 이탈리아 내 수집가(Collector)와 비평가에게 정기적으로 소개되지 않는 단발적인 전시로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적인 미술 네트워크(Network)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향후 제도·시장·비평의 연계와 반복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박람회 전시는 의미 있는 시험대였으며, 이탈리아 미술계 내부에서도 "다양성을 향해 열린 시도"로 평가받고 아시아 미술이 유럽 중심 미술시장에서 실험적이면서 현대적인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이는 유럽 미술계가 국제적인 규모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실험적 작품을 평가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으면서 세계적인 미술 네트워크를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박람회는 결과적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단순한 주빈국 전시 이상의 무대로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단발적인 관심을 넘어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한국 현대미술은 유럽 시장과 제도, 비평 속에서 점차 중심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시도들을 통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이탈리아 미술계의 전통과 현대, 세계적인 감각 사이에서 긴장을 만들며 향후 한국과 유럽 간 예술적 대화의 지속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주 이탈리아 한국 문화원 (2025. 11. 19). 
대한민국, 제5회 로마 아트페어(Roma Arte in Nuvola) 주빈국 초청 계기 FEVER STATE 전시 개최,
https://italia.korean-culture.org/ko/759/board/524/read/140867
- ≪ANSA≫ (2025. 11. 20). Torna Roma Arte in Nuvola, ospite la Repubblica di Corea, 
https://buly.kr/1vajQk
- Roma Arte in Nuvola, https://buly.kr/DlKhF5C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