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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굿모리, 카이로에서 전통음악의 새로운 만남 선보여

2026-06-0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앙상블 굿모리, 카이로에서 전통음악의 새로운 만남 선보여

지난 5월 5일, 뉴카이로(New Cairo)에 위치한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교(AUC, The American University in Cairo) 내 말락 가브르 공연장(Malak Gabr Theater)에서는 한국과 이집트의 전통음악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이번 무대는 현대국악앙상블 ‘굿모리(Ensemble Goodmori)’가 중심이 돼 이집트 현지 음악가들과 함께 꾸민 공연으로, 한국 전통음악의 깊은 울림과 아랍 음악 특유의 리듬이 서로 교차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은 대금 독주 <청성곡>을 시작으로 <영산회상>, <가곡 우락>, <설장구>, 민속 앙상블 등 한국 전통음악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대금 류상철, 가야금 정유정, 해금 이아름, 장구 최병길, 바이올린 김지혜 등 연주자는 전통음악 특유의 섬세한 호흡과 긴장감을 밀도 있게 풀어냈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지혜는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 현악기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무대 흐름을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호흡과 여백에 집중하는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흐름 속에서 객석은 자연스럽게 조용해졌다. 대금의 길게 뻗는 호흡과 가야금, 해금의 절제된 울림은 익숙한 중동 음악과는 또 다른 결의 감각으로 다가왔고, 관객은 숨을 죽인 채 무대를 바라봤다.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공연 초반부(좌) -출처:통신원촬영 이번공연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곡을 연주하는 앙상블 굿모리(우)의 모습 -출처:통신원촬영

<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공연 초반부(좌)와 이번공연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곡을 연주하는 앙상블 굿모리(우)의 모습 -출처:통신원촬영 >

중간 휴식 이후에는 공연 분위기가 달라졌다. 후반부 공연에서는 권은실과 이승은의 현대 창작곡이 초연으로 공개됐다. 두 작품 모두 이번 카이로 공연을 위해 새롭게 작곡됐다. 이승은의 작품은 나일강과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단순히 이집트를 설명하는 음악이라기보다 소리 자체로 풍경을 그려내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긴장감 있는 음의 흐름 속에서 관객은 눈앞에 나일강의 움직임을 떠올리듯 음악에 몰입했다.

권은실의 창작곡 또한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대금과 가야금,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있는 호흡이 공연장 안을 깊게 채웠다. 전통악기 특유의 유연한 호흡과 미세하게 박자를 쪼개는 듯한 흐름은 서양 현악기와 맞물리며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객석 역시 그 미세한 떨림을 따라가듯 집중했다. 한국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단순하게 융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음악 본연의 호흡과 음색을 유지한 채 현대음악 안으로 끌어왔다는 점이 돋보였다. 전통악기의 깊은 울림과 여백이 있으면서도 긴장감 있는 소리와 리듬이 신비롭게 다가왔다.

이어서 아랍 뮤직 앙상블(Arab Music Ensemble)과 카이로 아랍 콰이어(Cairo Arab Choir), 그리고 굿모리의 협연 무대가 이어졌다.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악기와 음악이 한 무대에서 어떻게 어우러질지 호기심이 일었는데, 한국 전통음악 특유의 애절한 정서와 아랍 음악의 단조 선율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연주자가 한 무대에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단순한 협연을 넘어 문화 교류의 장을 연출했다.
아랍뮤직앙살블에서는 (왼쪽부터) 까눈, 우드, 따블라, 리끄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아랍뮤직앙살블에서는 (왼쪽부터) 까눈, 우드, 따블라, 리끄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작곡 및 이번 공연의 음악감독을 맡은 권은실은 “현대음악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신비로운 소리를 낼 수 있다”며 “아랍권 관객은 리듬감 있고 빠른 음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음악도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깊게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실제로 공연이 이어질수록 객석에서는 낯선 소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집트 전통 타악기 따블라(Tabla)와 한국 장구가 서로 주고받듯 이어가던 즉흥 연주 장면도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서로 다른 리듬 체계와 악기 언어를 가진 두 악기가 충돌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때로는 서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전통 리듬과 아랍 음악 특유의 박자가 교차할 때 타악기의 흥이 더해지며 공연장 안에는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공연이 끝나고 연주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통신원 촬영

< 공연이 끝나고 연주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통신원 촬영 >

이번 공연은 단순히 한국 전통음악을 해외에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서로 다른 전통음악이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져 새로운 감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정악의 절제된 울림과 아랍 음악의 리듬, 현대 창작음악의 실험성이 카이로라는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