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한복판에서 열린 한국어 웅변대회
사단법인 한국 스피치-웅변협회 인도네시아 본부(이하 웅변협회)는 지난 5월 9일(토) '롯데쇼핑애비뉴(Lotte Shopping Avenue)'의 코리아 360(Korea 360) 로비에서 제24회 인도네시아 한국어 웅변대회를 개최했다.
< 제24회 인도네시아 한국어 웅변대회 참가자 단체 사진 - 출처: 통신원 촬영 >
자카르타 시내 사트리오 거리(Jl. Satrio)에 위치한 '롯데쇼핑애비뉴(Lotte Shopping Avenue)'의 코리아 360 로비 중 한 곳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인도네시아 센터가 임대해 한류 테마로 꾸민 곳으로, 상설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한국과 관련된 문화행사의 장소로 사용되며 현지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공연, 행사, 전시회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리아 360(Korea 360)'이란 명칭은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360도 전방위에서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웅변협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어로 웅변을!'이란 문구 아래에 열린 이번 행사는 정규 한국어 학과를 가진 현지 4개 대학의 인도네시아인 대학생, 그리고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의 한국 학생 등이 참여한 한국 스피치 웅변 경연대회로 예선을 거처 선발된 개인 단독 연사 28명과 소단체 그룹 18개 팀, 대단체 그룹 두 팀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한국 관광 및 한류, 세종 정신과 한글 문화 계승과 발전, 한반도 및 세계 평화 증진,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성 회복과 가치 수호 등에 관한 주제로 대회에 나서 그동안 연마한 한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 제24회 인도네시아 한국어 웅변대회 포스터
- 출처: '아름다운 공동체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공지 >
참가자들이 오전 9시부터 미리 모여 준비한 본행사는 귀빈과 관객들을 기다려 10시에 시작했으며, 직접 참석한 강원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의 영사와 영상을 보내온 김종헌 한인회장의 축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강원준 영사는 대한민국 정부가 앞으로도 인도네시아와 교육 협력을 확대해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넓히고, 양국 청년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 말했다. 우용택 웅변협회 인도네시아 본부 회장도 변화가 두려워 그 자리에 서 있기보다 한 발자국 전진하는 용기를 통해 도전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참가자들의 성장과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따로 인터뷰한 우용택 회장은 그간 이 행사를 '한국어 말하기 대회'로 진행해 왔는데 한인회, 민주평통, 자유총연맹 등 여러 한인 단체들이 비슷한 행사를 하고 있어 2024년부터 웅변대회로 이름을 변경해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원어민들조차 쉽지 않은 웅변을 인도네시아인들이 시도한 것 자체로도 특기할 만한 일인데, 우용택 회장은 학생들의 열정과 현지 대학교의 한국어학과 교수들의 노력, 각 대학을 돌며 웅변에 대한 강의를 한 협회의 노력이 어우러져 이 행사가 이루어진 것이라며 성황을 이룬 이번 웅변대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 행사장에서 만난 우용택 웅변협회 인도네시아 본부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한글과 한국어가 소위 세계적으로 '힙(hip)'한 언어로 각광받으면서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어를 교양과목으로 채택한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카르타와 수도권의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niversitas Indonesia, UI), 나시오날 대학교(Universitas Nasional, UNAS), 족자의 가자마다 국립대학교(Universitas Gadjah Mada, UGM), 반둥 소재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Universitas Pendidikan Indonesia, UPI)는 정규 학사과정의 한국어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웅변대회 참석자들 대부분이 이들 네 개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특히 가자마다 국립대학교(UGM) 학생들은 대규모 팀을 꾸려 버스로 14시간을 달려왔으며,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UPI) 학생 중에는 단아한 한복 차림의 여학생들이 돋보였다.
< 한복 차림의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UPI) 학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인 학생 참가자들 못지않은 깜짝 놀랄만한 한국어 어휘와 발음을 자랑했다. 다만 웅변이라는 생소한 발표 양식 때문에 강조점이나 억양에 어색한 부분이 곳곳에서 엿보였고, 단독 출전한 개인 참가자들 중에는 강단 위에서 머리가 새하얘져 원고를 까먹어버리는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으나 본토 한국인들이 오히려 무색할 정도의 실력을 발휘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최근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통기법을 활용하는 웅변문화의 변화를 반영해, 전통적인 단독 연사의 웅변 외에도 3명이 동시에 연단에 올라 교대로 발언하는 소단체 웅변과 10명이 동시에 제창하는 대단체 웅변도 선보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무대 뒷 화면에 원고의 주제나 이해를 돕기 위한 관련 동영상을 재생해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높였다.
< 제24회 인도네시아 한국어 웅변대회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송한나 톱 아카데미(TOP Acamedy) 원장, 김규년 인도네시아 한국교육원(KEC) 원장,
안선근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UI) 교수, 이영미 한인뉴스 편집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 대상은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쁘라메스티 리프나 사뿌뜨리(Pramesti Rifna Saputri)와 가자마다 대학교가 각각 개인과 단체 대상을 수상했다. 한편 한국인 참가자로서는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의 정여진, 김가은, 문수연 학생 등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제24회 인도네시아 한국어 웅변대회 수상자들의 단체 사진 - 출처: 웅변협회 제공 >
이번 행사는 한국관광공사 인도네시아 지사, (사)한국스피치웅변협회 인도네시아 본부가 공동 주관했고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인도네시아 한국교육원(KEC),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등의 후원, (주)인니할랄코리아의 협찬으로 진행됐다. 이 대회 대상 수상자는 이후 웅변협회 인도네시아 본부가 비용을 부담해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한국어 웅변대회에 인도네시아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규 학사과정을 제공하는 네 개의 대학들을 비롯해 다른 여러 대학들에도 한국어 강좌가 있고, 또한 현지 대학들과 연계해 개설한 세종학당에서 공식적인 한국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한국어를 전공하지 않고도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독학하고 그중엔 자비로 유학해 한국어 어학당을 수료한 인도네시아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엔 수준급의 실력으로 한류 행사에 단골 통역사로 나서거나 한국 원작 도서들의 인도네시어 번역 출판에 참여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현지인 연사들 여러 명은 '한국어는 정체성'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실제로 이들이 배운 한국어가 현지 한국어 진흥 및 보급과 맥을 같이 하는 행사들은 물론 학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성공적인 향후 학업과 직업 연계를 통해 이들의 정체성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아로새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일찍이 양승윤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가 평생 주장해 온 '인도네시아의 지한파(국적이 한국이 아니면서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친한파 젊은이'들을 양성하는 또 하나의 초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소단체 그룹 웅변과 대단체 그룹 제창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사)한국스피치웅변협회 인도네시아 본부 제공 사진 및 보도자료 - 아름다운 공동체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https://www.innekorean.or.id/hanin/bbs/?t=9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