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극단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는 20세기 연극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예지 그로토프스키(Jerzy Grotowski)가 1986년 이탈리아 폰테데라(Pontedera)에 세우고 그의 전수자 토마스 리처즈(Thomas Richards)가 이어받은 예지 그로토프스키-토마스 리처즈 워크센터(Workcenter of Jerzy Grotowski and Thomas Richards)를 계승한 예술 단체이다. 그로토프스키의 공식 전수자인 토마스 리처즈가 그의 오랜 동료들과 함께 2022년 1월 문을 연 씨어터 노 씨어터는 이탈리아를 베이스 캠프로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오가며 공연, 워크숍,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16년부터 폰테데라에서 열리는 워크센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한국의 공연예술가 파견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임지민 연출가를 선정해 씨어터 노 씨어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창작의 실타래(Threads of Creation)' 참가를 지원했다. 임지민 연출가는 라마 플레이의 대표로, 2022년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연기상을 수상한 연극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2019년 서울예술제 대상, 무대디자인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 등을 연출했다. 7월 10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한 달간의 숨 가뿐 일정을 마치고 한국 귀국을 앞둔 임지민 연출가를 만났다.
<창작 작업을 발표하는 임지민 연출가 - 출처: 통신원 촬영>
씨어터 노 씨어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요? 한국에서 작업하며 어떤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해외 레지던시를 찾아 참가하다 보니 벌써 이번이 네 번째 해외 레지던시 참가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레지던시 지원 공고를 보고 연극에 있어 '표현의 방법'에 대해 집중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한 달간 누구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소개해 주세요. 올해 씨어터 노 씨어터의 워크숍 '창작의 실타래'에는 저를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영국, 폴란드, 미국, 홍콩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열다섯 명 정도가 참가했습니다. 창작 작업, 정확하고 유기적인 연기 등 예지 그로토프스키와 토마스 리처즈가 40년 가까이 연구해 온 연극 실습을 함께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토마스 리처즈와 씨어터 노 씨어터의 단원인 프랑스인 제시카 로시야 그리고 한국인 백현주 씨가 워크숍을 이끌었고, 참가자들은 개인 작업을 창작하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일터에서 연출가로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으로 20분가량의 짧은 극을 창작해 마지막 날에 시연했습니다.
<씨어터 노 씨어터의 극단 워크숍에 참가한 임지민 연출가 - 출처: 통신원 촬영>
한국인 공연 예술가로서 이탈리아 극단 워크숍을 참여하면서 특별히 느끼게 된 점이 있을까요? 씨어터 노 씨어터 자체가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팀원들의 출신이 다르고, 극단 활동도 해외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돼 특별히 이탈리아 공연 환경을 느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각 예술가의 전통과 문화를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준 토마스와 단원들이 이탈리아의 외딴 시골마을에 정착해 온전히 연극에만 전념하는 모습은 "참 이탈리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탈리아는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풍부한 문화예술과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주는데, 예지 그로토프스키가 왜 이곳에 처음으로 정착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참가자들이 다름을 인식할 틈이 없이, 짧지만 깊게 씨어터 노 씨어터의 연극론을 알아가겠다는 동일한 목적을 공유하며 서로 격려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이 개인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배운 점도 많습니다.
<임지민 연출가와 씨어터 노 씨어터의 한국인 단원 백현주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번 워크숍은 임지민 연출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요?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던져가며 연기에 전념하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워크숍 초반에는 '배우가 아닌 연출가인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4주 동안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제 안에서 겪었고, 데뷔 10년 차 연출가로서 내가 아직까지 한 번도 연기를 해 보지 않은 점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연출 인생에 연기를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크게 깨달은 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다시 한번 씨어터 노 씨어터의 워크숍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공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임지민 연출가님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9월에 LG 아트센터에서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도 공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임지민만의 공연 예술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워크숍에서 시작된 씨어터 노 씨어터와의 이번 작업도 한 번으로 끝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Theatre No Theatre 단원